“올바른 역사청산 없이는 자주도 통일도 없다"

평화뉴스
  • 입력 2005.01.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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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역사를 팔아먹은 자들, 진정으로 과거에 발목잡힌 자들은 누구인가”


"살짝 드러난 역사의 진실, 그러나..."

지난 1월 17일, 40년만에 한.일 수교협정 관련 문서중 청구권 관련 문서 일부가 공개되었다. 청구권 협상 관련 57권 가운데 10%도 안되는 5권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날 드러난 문서에서, 일본은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이에 대한 배상을 의미하는 ‘청구권 자금’이라는 표현을 끝까지 반대한 채, 이를 경제협력 자금으로 표기할 것을 고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국의 박정희 정권은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를 본 한국인의 청구권을 들먹여 일본으로부터 3억달러 이상을 받았지만, 이 중 10%만 실제 피해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 1인당 30만원 정도밖에 돌아가지 않는 부실 보상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개인 청구권에 대해서는, 한국이 먼저 당시 외무장관간의 합의에 의해 소멸되었음을 주장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협상의 이면도 공개되었다. 자유당 정권 시절인 1952년부터 시작된 13년 4개월여간의 지루한 한일수교회담은 정통성 없이 탄생한 군사정권인 박정희 정권에 의해 그렇게 졸속으로 끝이 났던 것이다.

“민족의 아픈 역사를 팔아치운 박정희 군사정권”

2005년 올해는 해방 60주년이자 한일 수교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역사에 있어 가정은 없다지만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일 1945년 해방이후 수립된 정부가 자주적 통일정부였다면 양국간의 수교과정과 결과를 달랐지 않았을까?”

미국과 소련 양 강대국 군대의 위도 38도를 기점으로 분할 점령이 없었다면 분단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 미소 양 강대국이 아무리 한반도를 분단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체제와 정권을 만들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좌우로 나뉘어 그토록 격렬하게 대립하지 않고 온 겨레가 똘똘 뭉쳐 ‘자주적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해방이후의 역사적 과제에 충실했다면 분단이 꼭 우리 역사의 운명은 아니었을 것이다.
분단이 없었다면 일본사관학교 소좌 출신이 군사구테타로 일국의 대통령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해방후 자주적 통일정부 수립을 하지 못한 역사의 댓가는 냉혹했다.
국민적 동의와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군화발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 정권은 자신의 정통성을 경제성장에서 찾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한․일협정을 서둘렀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의 종잣돈을 마련코자 했다.

일제 36년 민족의 피맺힌 역사와 그 피해자들의 한맺힌 삶을 고작 8억달러와 맞바꾼 것이다. 당시 일본 기업들이 군사정권에 뒷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한다. 지난 17일의 문서공개로 추악한 박정희 군사정권의 묻힌 역사가 이제사 한꺼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과거에 발목 잡혀 있는 자들이 누구인가?”

일부에서는 40년이나 지난 문제인데 이제와 따져 무엇하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사 청산을 하자고 하면 늘 들려오던 이야기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 발목잡히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한일관계 역시 너무 과거사에 집착하지 말고 양국간 우호관계를 돈독히 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일왕’을 언제든지 따뜻하게 맞이해야 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고까지 했다.

과연 그러한가?
우리가 잊었다고 이제 지나간 일이라고 눈감으면 과거는 묻혀지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번 한일협정 관련 문서 공개로 확인되고 있다.
제대로 된 과거사 정리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던 역사가 불쑥 일어서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묻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이다. 과연 진정으로 과거에 발목 잡혀 있는 자들이 누구인가?
민족의 아픈 역사를 팔아 정권의 정통성 확보에 써먹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령을 끊임없이 불러내고 있는 자들이 아닌가?
오직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이유로 - 이것도 제대로 따져봐야 하지만 - 제 민족의 아픈 역사를 팔아먹은 과거마저 정당화 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럼에도 여전히 박정희 대통령이 마치 부패가 없었던 깨끗한 대통령이고 심지어 민족주의자인냥 미화하고 있는자들이 발호하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심지어 그들은 박정희 대통령이니까 그돈을 받아 이만큼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우리는 일제가 우리를 근대화시켜주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할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침략역사를 왜곡한 교과서를 채택해도 반박할 정당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일제의 괴뢰정부였던 만주군 장교 출신이자 식민치하의 역사를 팔아먹고 얻은 돈으로 경제발전을 한 박정희를 미화하고 기념해서는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난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한일협정의 진실뿐만 아니라 박정희 정권하에 일어났던 수많은 인권탄압, 의문사의 진실을 밝혀야 우리는 진실로 미래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땅속에 묻힌 박정희를 이제 역사속에 온전히 묻어야 된다.
제대로 된 과거사 청산으로 박정희 정권 시절의 오욕의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고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무덤속의 박정희도 제대로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과거사 청산을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바른 과거 청산이 자주적 통일정부 수립의 첫 걸음”

2005년 올해는 해방 60주년이자 분단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7일 공개된 한일협정문서는 해방 60주년에도 불구하고 해방 당시의 역사적 과제를 온전히 마무리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방 당시의 역사적 과제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일제식민치하의 왜곡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 즉 일제에 부역한 민족반역자들을 심판하는 일이다. 또한 외세에 흔들리지 않는 자주적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일이었다.

분단의 극복은 통일의 길이자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민족의 자주성을 한반도 전역에서 확보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아직도 휴전상태에 머물러 있는 북미간의 대결상태를 안정된 평화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
북핵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되어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여전히 유엔사(한미연합사령관)에 있는 전시 작전권을 환수하여 군사주권을 온전히 회복해야 한다.
남북관계 역시 소강국면을 벗어나 다시금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경의선과 동해선을 개통하여 물자와 사람이 오고 가게 해야 하며, 개성공단에서 냄비뿐만 아니라 수많은 민족합작 물자가 만들어서 남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팔려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끊어진 민족의 대동맥을 잇는 일이요 민족경제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이다.

이 모든 분단 극복의 출발점에 과거사의 온전한 청산이 있다.
과거사의 올바른 청산이 자주적 통일정부 수립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 하는 민족의 미래는 결코 희망적일 수 있다.
2005년 남과 북 7천만 겨레의 지혜와 힘을 모아 분단의 사슬을 끊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
그길에 우리민족의 희망이 있다.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두현 사무처장은, [내일신문] 기자를 거쳐 [반부패국민연대 대구본부] 사무국장과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을 맡고 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젊음을 바치고 있으며, 이 꿈을 함께 이뤄갈 짝(?)을 찾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1월 19일 <평화뉴스>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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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6(수) 권혁장(참언론대구시민연대 활동위원, 대구참여연대 시정개혁센터 실행위원) 2005.2.2(수) 김동렬(대구KYC(한국청년연합회) 사무처장)
2005.2.9(수) 권미혜(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
2005.2.16(수) 조근래(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사무국장)
2005.2.25(수)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PN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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