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사립 재단을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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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서]

비리 사립 재단을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인가?
대구지역 사립 특성화고의 재단 갑질과 비리를 규탄하며
 정부와 교육청은 강력히 대응하라.


  지난 달 대구지역 사립 학교의 교직원 세습 의혹이 연이어 보도가 되고,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최근 한 사립 특성화고 재단 이사장에 의한 갑질과 비리,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재단 이사장은 교사들에게 ‘학교 뜻에 반대할 경우 사표를 쓰겠다’는 각서와 여교사들에게 ‘학기 중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게 하고, 교직원들에게 수시로 고성과 욕설을 했다고 한다. 또 재단이 개입할 수 없는 학교 학사운영까지 전반적으로 개입하여 여교사의 육아 휴직 관리, 교사 채용 출제문제 및 답안관리를 했으며, 십 여명에 달하는 교직 세습 의혹, 학교 강당을 이사장 개인 헬스장으로 이용하느라 학생들의 체육수업까지 방해하거나 교직원에게 식사 배달 심부름을 시켰다는 제보가 나왔다. 

  해당 학교의 교사인 이사장의 아들은 특혜를 받아 수업시수 감축, 시험감독 열외, 교사업무를 타 교사에 떠넘기기와 대학 후배 집단(23명) 기간제 교사채용 등의 의혹 등이 제기되었으며, 거기에 취업률 조작, 학생 인권 침해, 근무평가자료 조작, 체육특기생 성적조작, 물품선정위원회 부당 운영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재단 이사장이 본인에게 충성하지 않는 교사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해당 교사가 다른 교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지시하는 등 사립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갖 갑질과 비리 제보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이는 어떤 고가의 종합선물세트에도 비할 바가 못될 정도이며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이보다 더한 비리와 갑질을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동안 대구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대한 비리 제보가 국민신문고와 민원을 통해 여러 차례 접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6-7월 실시한 특별감사 과정에서도 ‘사실 확인이 어렵다’, ‘증빙자료가 없다’, ‘관계자 진술이 엇갈린다’ 는 이유로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거기에 일부 확인된 사실을 가지고도 고작 이사장에게 ‘경고’를 요구했다고 하니 솜방망이 처벌도 이보다 약할 수 없다.

  이제는 사립학교가 교육기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온갖 부조리와 비리가 봇물 터지듯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사립 재단의 이러한 인사· 학사· 회계비리 등 온갖 편법과 비리들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립학교 또한 국가 공교육 체제의 일부이건만 정부와 교육 당국이 사학비리 근절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외면하는 동안 결국 국가 재정 낭비, 교육계 갈등 조장, 교육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사학 비리의 방조자 내지 동조자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재단 이사장이나 관계자들이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간주하거나, 사학 운영을 사적 처분권으로 간주해 전횡을 저지르고 온갖 불법과 편법, 비리를 저지른다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범죄와 마찬가지요, 국가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사립 재단 이사장이 학교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과정은 이제 사립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사장 수족과 친인척들이 장악한 이사회는 형식적일 수밖에 없으며 학교 운영의 결정권은 이사장과 그 가족들이 장악하고 있으니 부패와 파행은 필연적 귀결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 퇴임한 교장은 명예의 대가로 이사회가 들어가거나 개방이사 1순위로 언급된다. 또한 이사회 역시 법인에 협력적인 교사들로 채워지기 십상이다. 만약 비리를 저질러 쫓겨난다 해도 최대 5년까지만 복귀를 제한하는 사립학교법에 근거해 시간만 지나면 다시 재단으로 복귀할 수 있으니 이들이 전횡과 비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리 없다.

  이번 사립 특성화고 비리 감사 결과에서도 대구교육청은 고작 재단이사장에게 경고, 교장에게 정직, 교감에게는 감봉 정도만 요구했다고 하니, 재단 이사회가 학교를 여전히 장악한 상태에서 학교 구성원들은 교육청보다 재단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학교법인이 이처럼 교직원 임명권, 징계권 등을 독점하는 상황에서는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비판적 구성원에 대한 진압용으로 악용될 게 뻔하다. 부패 문제가 내부 폭로에 의해 드러났던 대부분의 사립학교에서 교직원에 대한 대량 징계, 임용 탈락이 진행되는 않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기간제 교사나 행정직원 채용은 교육청 위탁과 관계없는 사립학교 개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온갖 인사 비리가 발생하지만 대부분 당사자 간 이루어지는 거래 과정이기에 어느 한 쪽이 들추어 내지 않으면 문제가 외부로 공개되기 어렵다. 이는 재작년 사립 기간제 교사 채용 비리 사례나 이번 사립 특성화고 비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립학교 문제는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만 있으면 어느 정도 바꿀 수 있고, 사전 예방할 수 있다. 대구교육청이 지금처럼 문제가 불거진 후 개입하거나, 솜방망이 감사로만 그치고 만다면 앞으로 사학 비리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며 문제는 더욱 심화된 크나큰 사회적 손실로 이어질 뿐이다. ‘사학의 자율성’이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사립학교 구성원 전체의 자율성이 아니라 재단의 ‘자율성’만을 의미한다면 나머지 구성원들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대구교육청이 ‘사학의 자율성’이란 미명 하에 의도적 방치를 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사립학교법 개정 촉구, 대구교육청 산하 사립학교 시민 감시단 구성 및 운영, 사립학교의 투명성과 민주적 운영을 위한 각종 조치의 현실화, 학교 법인의 학사업무 개입 금지 강화 조치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면 대구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은 사학 비리를 방조하고 묵인했다는 비판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2018년 9월 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 우리복지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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