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희망원 사태해결 합의파기와 반(反)인권 행정조치 강력히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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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혁신이 아니라 “인권침해”다! 혁신이 아니라 “2차 가해”다!
대구시의 희망원 사태해결 합의파기와 반(反)인권 행정조치 강력히 규탄한다!



  대구시가 2018년 연말까지 희망원 내 장애인 수용시설 폐쇄를 발표했다. 마치 무언가라도 하는 듯이 보이고 싶겠지만, 사실상 이번 대구시의 발표는 ‘합의 파기’를 선언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우려한 ‘내쫓기식 폐쇄’, ‘비자의적인 강제 전원’을 감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사태로 인해 상처받고 희생된 피해자들이 결국 대구시의 무책임한 행정조치로 인해 이름만 바뀐 다른 수용시설로 대다수 재입소하게 된다. 이름은 ‘혁신’이지만 실제로는 ‘2차 가해’를 대구시가 저지르는 것이다.

  대구시가 밝히듯 올 1월 희망원 장애인 지원조사 결과, 기존의 시설서비스를 그대로 받고 싶다는 경우는 20명에 불과했다. 조사기관이었던 대구경북연구원은 전문가 의견을 통해 “거주시설에 남겠다고 응답한 사람 외에는 ‘모두’ 탈시설 대상”이라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권리구제’가 필요한 이들을 두고 탈시설 하려면 개인 의지가 중요한데, 정확히 욕구를 표현 못한 발달장애인들(무응답층)을 다른 시설로 입소시킨다는 계획이다. 거기다 탈시설을 희망하더라도 인지장애가 있거나 연고자가 반대하거나 하면 또 ‘자립 불가자’로 다른 시설로 입소시킨다고 한다. 결국 대구시는 당장 폐쇄조치되는 시민마을의 67명 장애인 중 50명 이상을 다른 시설로 재입소 시킨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는 이런 비상식적인 조치의 이유를  ‘장애인의 장애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이 비준한 UN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탈시설 및 지역사회에서의 통합을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욕구보다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탈시설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애초 지역사회에서 분리되어 시설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본인의 욕구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이들이 나오게끔 지역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우리 헌법과 사회복지사업법, 장애인복지법 역시 시설입소에 앞서 지역사회서비스 제공을 우선적으로 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국제기준과 국내법은 희망원 사태를 일으킨 가장 큰 책임의 주체인 대구시에게 ‘자립 불가자’나 ‘욕구 없는 자’로 피해 장애인을 낙인찍고, 통합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다른 시설로 강제 입소시킬 권한을 주지 않았다.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시가 이런 기만적인 행정조치를 발표한 것은 결국 스스로 책임져야 할 예산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해 3월 대구시는 대다수의 장애인을 다른 시설로 보내고 2020년까지 시설을 폐쇄하겠다는 내용을 혁신대책으로 발표하여 ‘누구를 위한 혁신이냐’는 시민사회의 공분을 산 바 있다. 희망캠프의 오랜 농성 뒤에서야 2018년까지 장애인 70명 이상을 탈시설 하고 폐쇄하는 것으로 합의했었다. 즉, ‘탈시설 추진을 통한 범죄시설 폐지’가 시민사회와의 합의 정신이었다. 하지만 대구시 합의 이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예산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오히려 장애인들의 장애를 탓하며 지자체가 기본적으로 이행해야 할 탈시설 지원 의무를 져버리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상상 이상으로 아무런 대책을 준비하지 않고 있었다. 최근 희망캠프의 요구로 열린 대구시 보건복지국장 면담에서 담당자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지난 합의에 따라 희망캠프와의 공식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인정하더니, 놀랍게도 희망원 관련 소관부서들 간에도 탈시설 지원에 관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담당자는 합의 내용 자체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을 시인하기 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대구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7년 6월부터 현재까지 희망원 전체 거주인의 109명이 감소했지만, 이 중 자립지원을 받은 자는 고작 9명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사망(42명)하거나, 입원(38명)함으로써만 시설을 ‘나갈 수 있었다’. 그동안 지원이 아닌 방치를 해 온 셈이다.

  우리는 시민사회와의 합의를 내팽개친 채 그 어떤 행정적․재정적 조치도 취하지 않은 대구시를 강력히 규탄한다. 대구시는 오로지 3월에 자신들이 발표한 ‘대다수 전원을 통한 시설 폐쇄’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 왔으며, 스스로 책임져야 할 예산을 빼놓은 채, 언제나 인권유린과 비리사태가 일어나면 여느 지자체나 말하듯 “탈시설은 준비가 되어야 한다”, “장애인이 욕구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둘러대고 있다. 준비를 안 해 온 것은 정작 대구시인데도 말이다.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에겐 더 적합한 예산을 책정하여 지원하면 될 일이다. 올해 폐쇄되는 희망원 시민마을에는 연간 21억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시민마을의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구시는 즉각 21억 이상의 긴급 예산을 확보하여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 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사태가 애초 ‘장애인들의 장애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듯, 그 사태의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다면, 적극적인 권리구제를 위해 권영진 대구시장이 더 늦기 전에 나서야 한다.

○ 무책임한 대구시의 반인권적 행정조치 규탄한다!
○ 인권침해! 2차 가해! 강제 전원 철회하라!
○ 권영진 시장이 책임지고 탈시설 지원 합의 이행하라!


2018년 9월 7일

희망캠프 외 전국 장애계 9개 단체 일동
희망캠프(대구시립희망원인권유린및비리척결대책위원회,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해방열사_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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