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앞 장애인들의 권리보장 촉구 농성이 오는 25일 추석 연휴 당일 100일째를 맞는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1일 대구시청 앞 천막에는 장애인단체 활동가 4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가 지난 6월 18일부터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장애인 권리보장 협약을 촉구하며 시청 앞 농성을 시작한지 96일째 되는 날이다.
그러나 재선에 성공한 권 시장이 대화조차 거부하면서 장애인 단체는 지난 석달간 폭염과 비바람 속에서 기약 없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종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 농성장을 지키던 이들은 교대하러 온 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하나, 둘 고향으로 떠났다. 연휴 넷째 날인 오는 25일은 농성 100일째를 맞는다. 이들은 연휴 기간에도 매일 2~3명씩 당번을 정해 24시간 농성장을 지킬 예정이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420연대는 '협약' 대신 '정책화'를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구시가 최근 발표한 민선7기 정책 방향에 이들 단체가 요구한 구체적 목표 인원이나 이행 방법은 반영되지 않았거나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7일 발표된 대구미래비전2030위원회 '민선7기 시장공약 실천계획'에 따르면, 대구시는 ▷발달장애 맞춤 지원(374억원) ▷중증장애 돌봄 확대(3,495억원) ▷장애인 탈시설(128억원) ▷장애인 일자리 확대(19억원) ▷장애인 이동권 보장(271억원) ▷장애인 체육지원 확대(22억원) ▷장애인희망드림센터 건립(150억원)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확충(55억원) 등 8가지 장애인 공약을 마련했다.
전근배 420연대 정책국장은 "대구시가 내놓은 정책도 미흡한데다 이행할 의지도 없어보인다"며 "농성이 겨울까지 이어지기 전에 권 시장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대구시는 약속대로 희망원 폐쇄와 탈시설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장애인 권리 보장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성현숙 대구시 장애인탈시설지원팀장은 "계획 수립 후 사전 준비 단계이기 때문에 탈시설 인원은 확정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탈시설 응답이 없었던 희망원 거주인을 대상으로 10월 중 탈시설 욕구에 대해 재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당사자 95명을 비롯한 대구 시민 229명은 지난 18일 "중앙정부와 대구시가 희망원 폐쇄를 통한 장애인 탈시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과 권영진 대구시장을 국가인권위에 집단 진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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