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화 선포 1년, 분권운동 다시 시작해야”

평화뉴스
  • 입력 2005.01.3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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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덕률의 시사칼럼 51>...
“분권운동 불붙인 대구경북, 팔짱끼고 있지는 않았나?”


작년 1월 29일, 그러니까 꼭 1년쯤 전이었다.
대전 정부종합청사에서는 큰 행사가 하나 있었다. <지방화와 균형발전 시대> 개막 선포식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처 장관들, 국정과제위원장들, 그리고 지방분권의 실현을 위해 애써온 전국 각지의 지도자들, 모두 7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신국토구상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5대 전략-7대 과제도 그 날 발표되었다.

지방분권 3대 특별법(<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고(2003. 12. 29) 난 직후여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지방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새 역사를 여는 설렘이 큰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지금 돌아보는 지난 1년은, 작년 그 날의 설렘과 기대와는 다른, 착잡함으로 가득 찬 1년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판결이었다. 그것은 지방화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전체 일정과 추진에 큰 타격을 주었다.

당장 공공기관 지방 이전 일정도 지체되고 있다. 지방이양 일괄법 제정도 안 된 채로 해를 넘겼다.
그동안 수도권에서 온갖 특혜와 불로소득을 누려온 기득권층과 언론사들, 대학들은 철저하게 냉소하며 훼방을 놓고 있다. 중앙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지방화 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저항하고 있다. 이 정권만 넘기면 물 건너간다며 노골적으로 버티고 있다.

지방분권운동을 시작하고 전국운동으로 불을 붙여 이끌어 온 대구경북으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정략 탓, 기득권 탓, 수도권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략과 기득권층의 저항이야 새삼스런 일이 아닌데다, 수도권이 반대하고 나서리라는 것 역시 누구나 예상했던 바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다시금 숨을 가다듬고 이제부터라도 일이 되게끔 차분하게 풀어가는 것이다.

먼저, 정부나 지방분권운동이나 긴 호흡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방화는 수십, 수백 년 된 중앙집권의 제도와 문화와 관행과 의식을 해체해 가는 거대한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지방화는 패러다임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국가개조 프로그램인 것이다. 너무 쉽게 생각해서도, 대충 추진해서도 안된다. 철학과 소신을 갖고, 길게 내다보면서 차분하고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정책을 책임진 정부 여당은 좀 더 치밀해져야 한다.
면밀하게 검토해 신중히 착수하고, 일단 착수한 정책은 성공시키는 것 모두가 정부의 책임인 것이다. 발목잡는 야당의 정략과 훼방놓는 수도권의 기득권을 탓하는 것이 정부 여당이 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은 학자가 논문쓰는 것과 다른 것이다.
정책을 수립하고 그것을 책임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반응과 저항까지도 예상하고 그것을 헤쳐 가기 위한 현실적인 방침까지도 준비해 둬야 하는 것이다. 정략적 반대집단을 회유하고 저항하는 기득권 집단을 힘으로 억압할 수 없는 시대이기에, 더욱더 그런 인내심과 치밀함과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바로 그런 점들에서 부족했다. 아마추어 소리를 듣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매사에, 특히 <지방화와 국가균형발전> 정책처럼 국가의 틀을 바꾸고 따라서 많은 저항과 발목잡기가 예상되는 일일 수록, 매우 체계적이고 치밀한 준비를 갖추고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지방민들의 자세다.
지난 1년 동안, 중앙정부가 지방화 정책을 국정 과제로 채택했으니 이제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팔짱끼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지방화가 중앙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도록 하기까지 지방민들의 분권운동이 큰 역할을 했지만, 그것의 무게가 너무도 크고 그것에 대한 저항 역시 너무도 거센 만큼, 지방민들은 그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도 중앙정부와 함께 책임지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 돌이켜 보면 지난 1년 간 지방분권운동도 긴장을 풀었던 것이 사실이다.

넷째, 지방분권운동이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금 힘을 모아야겠지만, 그 방식이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와 참여정부 첫 해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때는 지방화와 지방분권 정책이 대선 국면에서 중요한 이슈로 설정되고 또 중앙정부에 의해서 채택되도록 압박한 시기였기에, 그런 대로 ‘이슈 파이팅(issue fighting)’과 지식인 중심의 여론전으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 수준, 그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지방의 주민, 학생, 교사, 기업인, NGO, 언론인 등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지역혁신운동이 함께 전개되어야 한다. 지방분권이 지역사회의 기득권층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는 한, 지방분권운동의 대중적 확산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는 수도권과 일부 정파의 정략적 발목잡기를 돌파할 수 없는 것이다. 지역혁신을 통한 지방분권운동이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혁신의 추동, 지역혁신을 통한 지방분권의 질적 심화>의 선순환 체계를 정착시켜 내야 하는 것이다.

지방화 선포 1주년을 맞았다.
주춤거리고 있는 지방분권과 지역혁신을 다시 살려내야 할 절박한 국면이다.
이 운동의 발상지이기도 한 대구경북이 한번 더 전열을 가다듬고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걱정하고 있는 지방민들을 향해서 분권과 혁신의 새로운 희망의 빛을 대구경북이 발해야 할 때이다.

홍덕률(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대구대 사회학과. drh1214@hanmail.net)



* 홍덕률 교수는,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시민사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대구대학교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구재단에 의해 해직(1993)됐다가 임시이사 파견 뒤 1년 만에 복직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대구사회연구소> 부소장과 <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부원장,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분권과 혁신’을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홍 교수는 또, 지역 주요 신문과 방송에서 시사칼럼을 쓰거나 토론.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기도 했는데, 지금도 대구KBS <화요진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평화뉴스> 창간 때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홍덕률의 시사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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