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과 박찬석 의원께 드리는 편지”

평화뉴스
  • 입력 2005.02.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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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평화, 인권존중의 가치가 실현되는 사회를 꿈꾸며...”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잃어버린 삶을 성찰하며 이 편지를 올립니다.”


지난 2004년 10월 대구를 찾은 지율스님(사진.평화뉴스)
지난 2004년 10월 대구를 찾은 지율스님(사진.평화뉴스)

“이 무상한 육신을 버려
천성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저자거리에 나가 몸과 목숨을 버리겠습니다.
버리겠습니다”
...(지율스님 '천성의 품을 떠나며' 중에서)

지율스님,
당신께서 쓰신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당신께서 쓰신 편지는 새로운 삶의 가치관을 정립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자연의 정복을 통해 인간세계의 풍요로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역사발전의 필연적 과정이라는 철부지 사고방식에 일침을 놓으셨습니다.

만인이 충분히 향유할 수 있는 생산력의 발전이 평등한 생산관계와 인간적 사회체제를 만든다는 어설픈 이념의 노예에서 해방되기를 촉구하셨습니다. 생명의 존귀함은 인간세계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자만심을 버리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초록의 공명, 생명존중의 공명(共鳴)을 위해 90여일이 넘는 시간동안 곡기를 끊으시는 결연한 모습은 많은 세인들의 머리를 조아리게 하셨습니다.
분노의 승화는 평화임을 알게 하셨습니다.

“슬픔을 희망으로 바꾸고 희망을 역사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
(2004.8.23 지율스님이 도룡뇽 친구들에게 쓰신 편지 글 중에서 )

지율스님,
당신께서는 슬픔을 분노로 바꾸지 말라고 하십니다.
분노는 평화를 깨뜨리는 근원이라는 지적인 듯합니다.
생명에 대한 사랑은 평화로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씀인 듯합니다.
당신께서는 관성과 절망에 허덕이는 세인들에게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라고 가르치셨습니다.
희망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 온 우리의 역사였음을 증언하셨습니다.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는 당신의 메시지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슴속에 깊이 담아야 두어야할 삶의 가치관이라 믿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쓸 수 있는 자비의 칼로 이 땅의 수많은 생명을 살상하고 있습니다.
멈추어야 합니다. 멈추어야 합니다.”
...(지율스님이 노무현대통령께 처음 보낸 편지글 '창을 열며‘ 중에서)

우리는 많은 생명을 살상한 살인자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자연에 대한 살상뿐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해서도 수많은 살상을 저질렀는지도 모릅니다.
가벼운 세치의 혀로 상대를 재단하면서 자신에게만은 온갖 감언이설로 포장했는지도 모릅니다.
온갖 권력을 동원하여 약자 앞에 군림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랬을 것입니다.
당신이 노무현 대통령께 드린 “살상을 멈추라”는 간곡한 메시지는 인간세계에 던진 절규입니다.

지율스님,
짧디 짧은 고백의 글이 당신께서 이룩하고 계시는 ‘초록의 공명’에 함께 하는 길이길 기원합니다.


“훈련을 잘 시키려고 때리고,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논산 훈련소 ‘인분가혹 행위 조사장’에서의 발언 중에서)

박찬석 의원님,
논산훈련소 ‘인분가혹행위 조사장’에서의 의원님의 발언은 제 귀를 의심케 했습니다.
예전에 뵈었던 자전거 탄 총장님의 모습이 의심스러웠습니다.

의원님,
인간세계에서 생명의 존귀함의 출발은 인간개인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될 진데, 지율스님이 실천하시는 생명사랑의 높은 가치를 차치하더라도 당신께서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마저도 부정하셨습니다.

심지어는 인분을 먹인 중대장의 행위를 “잘 가르치려다가 실수한 것”이라는 망발까지 서슴치 않으셨습니다. 인분을 먹인 중대장의 행위를 한순간의 실수로 치부하고 국방장관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하겠다는 결의까지 밝히셨습니다.

의원님,
세인들에게 미물일 수도 있는 천성산의 도룡뇽을 살리기 위해 100일에 가까운 단식을 하고 계시는 지율스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만일 제게 하루의 시간이 남아 있다면 저는 이 꽃밭에 앉아 지는 꽃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는 지율스님의 유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진정 궁금합니다.
수많은 제자를 가르치셨던 대학의 교수님으로서 당신의 제자들이 훈련소에서 동일한 처지에 처했었다면 어떻게 행동하실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의원님,
당신께서는 지율스님께 패배하였습니다.
이것은 당신만의 패배가 아니라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패배이기도 합니다.
당신께서는 지율스님의 생명사랑의 숭고한 가치관에 패배했으며 인권유린을 옹호함으로써 자신에게 처절히 패배하였습니다.

의원님,
당신께서는 지율스님 앞에 머리 조아려 사죄해야 합니다.
피해를 당한 장병들과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것은 공직자의 한사람으로의 행위이지만 지율스님께 드리는 사죄는 자신의 과오를 진정으로 반성하는 자발적 행위일 것입니다.

자신에게 매몰되어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잃어버린 삶을 성찰하며 이 편지를 올립니다.


권혁장(시민운동가)

* 1968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권혁장씨는, ’97년 <참여민주사회를 향한 청년광장> 대표와 ’98년 <대구참여연대>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지금도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활동위원과 <대구참여연대> 시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을 맡아 지역시민운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1.29 평화뉴스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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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은, 지역 시민사회의 건강한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실리는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2005.1.26(수) 권혁장(참언론대구시민연대 활동위원, 대구참여연대 시정개혁센터 실행위원)
2005.2.2(수) 김동렬(대구KYC(한국청년연합회) 사무처장)
2005.2.9(수) 권미혜(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
2005.2.16(수) 조근래(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사무국장)
2005.2.25(수)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PN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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