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진정으로 참회하는가?”

평화뉴스
  • 입력 2005.02.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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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투하 60년, 히로시마는 지금...“
“진정한 평화는 인간에 대한 사랑”
“히로시마의 평화교육에는 참회와 반성이 빠져있다”


1945년 부서진 히로시마의 원폭돔
1945년 부서진 히로시마의 원폭돔
2005년은 해방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원폭이 투하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원폭투하 60주년을 맞이해 조선인 원폭피해자 구술증언을 전개했던 ‘평화길라잡이’를 비롯한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시민, 시민단체 활동가 등 36명이 지난 1월 24일부터 2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원폭이 떨어진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65년에 체결된 한-일 협정 문서가 40년만에 공개된 직후라서, 히로시마 평화기행에 대한 언론사의 관심과 취재열기도 높았다. 또 해방된 지 60년만에 국가차원에서 일제강점기 피해에 대한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된 시점이라서 그 동안 원폭피해자를 대상으로 원폭피해 기록을 담당했던 자원활동가 ‘평화길라잡이’의 긍지와 평화기행의 의미를 살리기에 충분했다.

히로시마 평화기행 일정 중 원폭피해자인 재일동포 곽복순 할머니로부터 원폭투하 당시 직전과 직후에 경험한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구술증언을 통해 당시의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지만, 원폭이 떨어진 현장에서 듣는 증언은 실감이 달랐다고 평화길라잡이들은 말한다.

그리고 원폭기념 자료관에 전시된 피해 당시의 모습과 유품 등은 그 당시의 가공할만한 원자폭탄의 파괴력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원폭자료관은 일본의 자신들의 피해만을 강조하고 있었고, 일본의 침략과 전쟁으로 자국민을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카노 카즈히코부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1년에 학생과 시민 등 평균 400만 이상이 원폭기념 자료관을 방문하여 ‘평화교육(?)’을 받고 돌아간다고 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는 이렇게 당했다.
미국의 원폭투하로 히로시마는 폐허가 되었고,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었다.
세계인들이여~! 원폭 한방으로 히로시마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날의 참상을 보라 ~
세계 제패를 꿈꾸며 한반도를 비롯한 만주, 중국 등 아시아 대륙을 침략했던 병참기지였던 히로시마가 하루 아침의 폐허가 되었으니, 통곡할 노릇이다.‘
혹, 이렇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원폭의 참상과 그날을 상기하며, 군사대국화로 100년 전 일본의 힘을 다시 보여주자는 것이 히로시마의 평화교육의 진실이 아닌지?

히로시마의 평화교육은 참회와 반성이 빠져 있었다.
일본은 왜 전쟁을 일으켰으며, 아시아 침략과 전쟁으로 죽어간 인명은 얼마인지?
왜 일본은 원폭까지 맞아야 했는가? 그리고 원폭 투하로 희생된 일본인과 조선인의 수는 얼마인지?
여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은 무엇인지? 그들 스스로 밝혀내야 할것이다.

히로시마 국제평화기념관에서 평화길라잡이들에게 강의하는 도요나가 지부장(1.26)
히로시마 국제평화기념관에서 평화길라잡이들에게 강의하는 도요나가 지부장(1.26)
일본을 벗어나면 피폭자에 대한 원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변함없는 태도는 평화를 지향(?)하는 히로시마의 지향과는 이율배반적이다. 평택에 살고 계시는 강제 징용 원폭피해자들이 미쯔비시와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하여, 일부 승소하였지만 다시 상고하는 일본정부의 모습을 보고 히로시마는 진정으로 원폭피해자를 위해 존재하는 도시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평화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한국정부와 한국인도 원폭피해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때, 한국을 30여년 동안 오가면서 일본인을 향하여 한국에게도 원폭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한국의 히로시마’라는 책을 편 이치바 준코 회장(‘한국인 피폭자를 구원하는 시민회’ 회장).
그리고, 일본정부가 조선인 원폭피해자를 비롯한 재외 피폭자에 대한 원호법 적용을 외면할때,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촉구하며 소송지원을 전개했던 ‘한국 피폭자를 구원하는 히로시마지부’ 도요나가 지부장을 비롯한 양심적인 일본의 시민들이 진정한 평화운동가이다.

필자가 일본을 일곱 번 정도 다녀왔지만 이번 히로시마 기행을 통해 그 분들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으며, 진정으로 고개가 숙여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 김동렬(대구KYC 사무처장)사진 제공. 대구KYC
(이 글은, 2005년 2월 2일 <평화뉴스>에 실린 내용입니다.)





* 1967년 경북 군위군에서 태어난 김동렬 사무처장은, <민주주의민족통일대구경북연합> 사무국장을 거쳐 '98년 말부터 <대구KYC>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제 원폭피해자 보상문제와 반전.평화운동, 지역 청소년을 위한 [좋은 친구 만들기운동]에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대구KYC>는, 같은 동포라는 믿음하나로 남한에 왔으나,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북한이주청소년과 1:1 결연을 맺어 그들의 가슴에 따뜻함을 불러 넣어줄 자원활동가 <통일길라잡이>를 모집합니다.
(문의 : 대구KYC 053-477-0515. http://www.tgky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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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마다 실리는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2005.2.9(수) 권미혜(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
2005.2.16(수) 조근래(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사무국장)
2005.2.25(수) 김두현(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2005.3.2(수) 김동렬(대구KYC(한국청년연합회) 사무처장)
2005.3.8(수) 권혁장(참언론대구시민연대 활동위원, 대구참여연대 시정개혁센터 실행위원)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PN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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