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해야 할 것은 혐오·차별 생산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애도와 차별 철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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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혐오·차별 생산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애도와 차별 철폐이다.
- 불법사람은 없다,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하라!



지난 4월 3일, 경북 포항에서 한 여성이 사망했다. 이미 폐렴 등 상태가 악화된 상황에서 한 상담소의 도움으로 포항과 서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일주일 만에 숨졌다. 더 일찍 치료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을 ‘이름 없는’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물론 우리는 이 죽음에 대하여 애도만 할 수는 없다. 이 죽음이 왜 발생했고 우리 사회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다룬 대부분의 언론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다. 어떤 차별적 시스템이 문제인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극적인 기사 제목으로 ‘에이즈’ 공포, ‘불법 체류자’, ‘성매매’ 낙인을 만들며 혐오·차별을 생산하고 있는 언론은 정확하고 공정해야할 보도 윤리를 저버리고 있다.

그는 폐렴으로 위험한 상태가 되기까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을까.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을까. 그의 죽음에는 정말 이 사회의 불평등한 시스템 문제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이 사건을 마주하고 나눠야 할 이야기는 이런 것들이다. 또 다시 누군가가 같은 상황에서 죽어가도록 만들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이 더 아프다. 차별과 배제에 놓인 사람이 더 아프다. 모두에게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주어져야 하지만, 실제로 그가 가진 ‘미등록 이주민’이란 정체성은 어떠한가. 한국 사회에서 불안정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일상’을 허락받지 못한 미등록 이주민은 오늘도 단속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2014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민의 수는 20만 명 이상이었고, 2018년 기준 35만 명이 넘었다. 불법’이 정체성이 된 사람이 아프다고 의료기관에 마음 놓고 갈 수 있을까. 미등록 이주민을 위한다는 이름 아래 시행되고 있는 의료 서비스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며 이마저도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과연 한국 사회는 누군가 아팠을 때 안심하고 건강할 수 있는 사회인가.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임금노동, 교육 등 필요한 복지 및 제도로부터 배제당한 이들은 누가 만들었는가에 대해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불법 체류자’로 낙인찍고 불안한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는가. 그들이 ‘불법’사람이라면, 그것을 만든 것은 국가이다. 국가는 미등록 이주민의 ‘불법화’를 바꿀 노력은 하지 않고, 폭력적인 단속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이미 오래전부터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민의 인권 취약성과 추방 절차에서의 부적절한 상황의 문제를 지적받아왔다. 이주의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고, 폭력적으로 추방하는 정책만 실행할 수 없다. 이미 많은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국가의 이주민 ‘불법화’는 잘못된 정책이다. 그들을 ‘불법 체류자’로 만드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수많은 권고 속에서도 여전히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국가이다.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회정치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요구해 온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혐오·차별이 아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 서로를 환대할 용기!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미등록 이주민이란 이유로 또한 다른 정체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시작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우리 모두에게 지금 당장 필요하다.


2019. 04. 15.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구경북이주노동자노동권/인권연대회의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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