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식량원조는 '인간에 대한 예의'

다산연구소
  • 입력 2019.05.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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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포럼] 성염 / "취약 계층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막아서야"


    필자가 특임공관장을 지내던 2005년 4월 2일, 요한바오로 2세가 85세로 서거했다. 그의 장례에 유럽전역에서 무려 400만의 청년들이 문상하러 로마(상주인구 400만)로 몰려오자 몇몇 언론은 사태를 분석하는데 흥미를 보였다. 1978년에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발표한 교황직 백서 「인간의 구원자」(1979.3.4)에서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그 깊은 경탄을 일컬어 그리스도교라고 일컫는다.”(10항)는 그리스도교 정의는 그 젊은이들에게 종교신앙에 대한 긍지를 되 갖게 해 주었다고 한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1965년 사목헌장)라고 선언한 가톨릭교회는 ‘정의구현이 곧 복음선포’라는 입장을 정리하였다. 
 
그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해야 하거늘

   2014년(8.14~18)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에서도 ‘세월호’라는 말 한마디 없이, 서울공항에서도, 대전에서도, 광화문에서도 유가족의 아픔을 손잡았으며, 로마로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교황이 달고 있던 세월호 배지를 시비하자 ‘타인의 고통에는 중립이 없습니다.’라는 명답을 남김으로써 “프란치스코의 한국 방문은 세월호로 시작하여 세월호로 끝났다.”는 평까지 나왔다.

   이듬해 4월 16일에는 한국의 모든 가톨릭 교구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미사를 드리기 시작하여 금년까지도 공식추모행사가 이어졌다. 종교인들이 이처럼 표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짓밟은 자유한국당 인사들의 발언은 인류사회 앞에 수치심을 일으켰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 귀하디귀한 사회적 눈물 비용을 개인용으로 다 쌈 싸 먹었다. 지구를 떠나라. 지겹다.”(차명진),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정진석), “맞아요, 불쌍한 아이들 욕보이는 짓들이죠.”(안상수), “시체장사 그만하라.”(김문수), “세월호 가족 4억 6천만 원 벌었다, 양평해전 전사자도 겨우 3천만 원 받았는데.”(나경원). 필자가 장탄식을 금치 못한 것은 저런 발언으로 언론에 주목받은 인사들이 하나같이 ‘아셀라’(나경원), ‘여호수아’(차명진), ‘사비오’(정진석), ‘베드로’(안상수), ‘모세’(김문수)로 불리는 가톨릭 신자들이기 때문이다.

취약 계층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막아서야 

   싱가포르에 뒤이은 하노이에서 실패로 끝나버린 북미 간의 제2차 대화가 어떻게든 이어지도록 애쓰던 문 대통령이 5월 7일의 통화에서 대북식량원조에 대한 트럼프의 양해를 얻어냈다. 북한의 작황과 기아위기는 국제사회가 크게 우려하고 있어 몇몇 유럽 정부가 이미 식량원조를 감행해왔고, 특히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북핵문제로 꼬여버린 북한의 기근과 식량문제에 각별히 마음을 써왔다. 필자가 그곳에 재임하고 있던 때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다(2006.11.13.).

사진 출처. JTBC <5시 정치부회의> 대북 식량지원 논의에…야간 위성사진으로 본 북 경제는? (2019.5.13)
사진 출처. JTBC <5시 정치부회의> 대북 식량지원 논의에…야간 위성사진으로 본 북 경제는? (2019.5.13)

   그 직후 베네딕토 16세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당사자들에 대한 존중 가운데 해결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국제사회가 가장 취약한 백성들에게, 특히 북한에 있는 백성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추구하고 강화할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고 일본정부에 호소하였다. 이듬해 교황청주재 외교사절단과의 신년하례식(2007.1.8)에서도 “한민족을 화해시키고 한반도를 비핵화하려는 대화는 북한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돌아갈 인도적 지원을 좌우하는 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라며 조건 없는 식량원조를 강조했고, 한 달 뒤 교황을 예방한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북한의 가장 취약한 백성이 인도적 원조에 접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하였다.

사진 출처. JTBC <5시 정치부회의> 대북 식량지원 논의에…야간 위성사진으로 본 북 경제는? (2019.5.13)
사진 출처. JTBC <5시 정치부회의> 대북 식량지원 논의에…야간 위성사진으로 본 북 경제는? (2019.5.13)
사진 출처. JTBC <5시 정치부회의> 대북 식량지원 논의에…야간 위성사진으로 본 북 경제는? (2019.5.13)
사진 출처. JTBC <5시 정치부회의> 대북 식량지원 논의에…야간 위성사진으로 본 북 경제는? (2019.5.13)

    청와대의 인도주의적 정책에 대해서 박지원(요셉) 민주평화당 의원은 “북한의 발사체가 무엇이든 그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문 대통령은 인도적 대북 쌀 지원을 검토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탄도미사일 발사가 신뢰를 깰 수준은 아니라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지구상에서 한미정상의 대북정책을 모든 나라가 지지하지만, 유일하게 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만 강경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나경원 원내대표가 나서서 "미사일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이 식량 지원이라니…. 참으로 누구의 대통령인지…. 해야 될 일을 안 하고, 하지 말아야 될 일을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은 말은 그가 믿는 가톨릭신앙에도 ‘아셀라’라는 세례명에도 참 안 어울렸다.
 
 
 





글쓴이 : 성염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
[다산연구소 - 다산포럼] 2019-5-14 (다산연구소 = 평화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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