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대안가정 노동자 '임금차별 시정' 권고 반년째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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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아동그룹홈 12곳 노동자 36명, 아동복지시설에 비해 임금 80% 불과...국가인권위 '시정 권고'
광주 등 4곳 임금인상안 '대책마련'...대구는 상여금 9천여만원 미반영 "재정 부족" / "직무유기" 비판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대안가정에서 보육사와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대화하고 있다 / 사진 제공.에덴그룹홈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대안가정에서 보육사와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대화하고 있다 / 사진 제공.에덴그룹홈
 
 #1. 대구의 한 아동그룹홈에서 10년째 시설장으로 일하고 있는 정모(48.여)씨는 2명의 보육사와 함께 6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다. 아이들의 아침식사부터 시작해 저녁 늦게까지 숙제를 봐주는 정씨와 보육사들은 6명의 아이들에겐 부모나 다름없다. 정씨는 이른 아침부터 자정까지, 설날이나 추석에도 일을 하지만 명절상여금이나 시간외 수당은 받아본 적이 없다. 정 소장은 "365일 24시간을 3명이서 쪼개 일을 하기 때문에 쉴 시간도 제대로 없다"고 말했다.

#2. 대구의 또다른 아동그룹홈 시설장 홍모(67.여)씨는 "근무 기간이 늘어도 급여가 오르지 않으니 몇 년 못 버티고 퇴사하는 노동자들이 많다.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고, 또 양육자가 바뀌면 아이들도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10년을 근무했든 1년을 근무했든, 시설장이든 보육사든 같은 급여가 책정된다.


대구시는 아동그룹홈과 아동복지시설 노동자 간 임금차별을 해소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마련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른 시·도가 임금차별 해소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비교돼 "책임회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동그룹홈은 부모의 이혼이나 빈곤, 학대를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양육하는 대안가정으로, 2~3명의 사회복지사가 0~18세까지의 아동 5~7명과 함께 생활한다. 대구에는 이런 아동그룹홈 12개소가 있으며 36명이 종사하고 있다.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아동그룹홈(2019.10.25)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아동그룹홈(2019.10.25)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아동그룹홈(2019.10.25)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대구 중구 동인동의 한 아동그룹홈(2019.10.25)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공동생활가정 종사자에 대한 임금차별 사건' 결정 내용에 따르면 아동복지시설 노동자는 호봉제를 적용받으며 시간외 수당도 지급받는 반면 기능과 목적, 노동자 자격요건이 동일한 아동그룹홈은 그렇지 않다. 인건비도 아동그룹홈 노동자는 아동양육시설 노동자에 비해 80.9% 부족한 임금을 받고 있다. 때문에 국가인권위는 아동그룹홈 노동자와 아동복지시설 노동자 간의 임금격차가 발생하지 않게 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때문에 광주광역시는 올해 10월부터 시 예산을 들여 가이드라인에 적용되지 않는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호봉제를 적용해 가이드라인의 85%에 맞춰 임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인천과 충남도 내년부터 이들에게 호봉제를 반영한 임금기준을 신설할 계획이다. 제주는 지난 2015년부터 가이드라인 미적용 시설에 도 예산을 투입해 가이드라인에 맞춰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다.

대구시 여성가족청소년국은 아동그룹홈과 학대피해아동쉼터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명절상여금 9,200만원(인당 200만원)을 내년 예산으로 반영하려 했지만, 대구시 예산담당관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내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내년 대구시 예산은 9조2,000억원이다.

시민단체와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다른 지자체들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도 대구는 그나마 만든 처우개선 대책도 무시하고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주현 한몸그룹홈 시설장은 "사회복지시설 노동자 간의 차별을 국가와 대구시가 책임을 지고 해소해야 한다"며 "대구시가 예산부족을 핑계로 명절상여금도 반영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책임회피"라고 말했다.

박다원 대구시 예산담당관 주무관은 "기초연금지원, 요양급여지원비, 노인일자리 등 복지 관련 예산이 많이 늘고 대구시 재정여건이 좋지 않아 반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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