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일진회’문제에 관한 공동보도문
(3.17 청소년단체.전교조)

평화뉴스
  • 입력 2005.03.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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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일진회’문제에 관한 청소년 단체.전교조 공동 보도문

최근 한 교사의 일진회 실상 폭로로 촉발된 동료학생 간 학교폭력 문제가 연일 뉴스를 낳으면서 청소년을 포함한 학교사회에 전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문, TV는 물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도 일진회의 실상에 대한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렇게 되자 교육부와 경찰청은 학교폭력에 대한 자진 신고 및 피해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학교폭력을 신고하는 학교.교장.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준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스쿨 폴리스 제도의 도입이 기정사실화 하고 있으며, 교내 CCTV 설치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오늘도 현장에서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우리는 이런 접근 방식이 소위 말하는 ‘학교 폭력’의 근절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입장을 같이 하였다. 이는 나무가 눈에 거슬린다고 하여 우선 눈에 띄는 가지만 싹둑 잘라놓고 만족하는, 비교육적이고 근시안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1. 교육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없이는 ‘학교 폭력’문제는 근절될 수 없다.


일진회로 대표되는 동료 학생 간 폭력 문제는 그 심각성이나 조직화 경향 등으로 볼 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피해학생의 고통이 가슴 아플수록, 가해 학생의 행위가 우려스러운 수준일수록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지한 자세를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폭력’의 대책이라고 알려지는 것들이 대부분의 일진을 어떻게 찾아내서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그들의 폭력행위를 누가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병리적 현상을 낳은 우리 교육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책 없이 어디서 학교 폭력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단 말인가. 물론 폭력 행사에 대해 응분의 댓가를 치르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교육문제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징계와 처벌이 곧 해결책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처벌을 앞세우는 교육 철학’이 오늘의 숨 막히는 학교를 만들어오지 않았는가. 소통 없는 학교 안 사각지대에서 학교폭력은 무섭게 자라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 일련의 대책은 청소년 일반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발표된 대구지역 청소년 인권실태 및 의식조사 보고서(2005년 3월 사단법인 반딧불이와 아이너스리서치 공동발표)에 따르면 아이들조차 청소년 문제의 원인으로 경제위기, 이혼 등의 가정문제와 성적만 중시하는 입시위주 교육을 꼽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혼탁한 사회적 환경과 획일화된 입시위주의 교육이야말로 오늘의 학교 현실을 불러온 주범일진데, 이에 대한 구조적 접근 없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단발마적 진단으로 스쿨 폴리스제 등을 비롯한 비교육적인 대안을 내어놓는 것은 모래로 무너지는 댐을 막으려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도 일련의 문제접근들이 청소년 일반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만약 지금 당장 경찰력을 집중해 전국의 일진을 해체한다고 하더라도, 언제까지 그리고 어디까지 경찰에 학교 문제를 의존할 것인가? 학교폭력을 동료학생간의 폭력으로 등치시키는 상황에서 진정 우리 교육과 사회가 청소년들의 인권문제에 자유로울 수 있는가?

마땅히 청소년들의 문제는 교육과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가? 바로 이 점에서부터 사회적 논의를 모아나가야 한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일진을 색출하고, 신고하고, 처벌하는 데 기울어져 있는 사회적 관심을, 학교와 지역사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에너지로 전화시키는 데로 모아가야 할 것이다. 교육부도, 경찰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청소년단체 등 시민사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저마다의 영역에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들은 지역의 교육과 사회주체들이 함께 이 문제에 책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대책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구체적인 실태파악 및 조사와 더불어 근본원인에 대한 접근이 우선이다. 이 문제를 단속과 책임규명으로만 끝내는 것은 기성사회의 무력함과 불손한 의도에 대한 의심을 낳을 뿐이다.


3. 청소년 교육/문화와 자치/인권에 대한 실천적 노력이 요구된다.


폭력을 행사하거나 이용한 청소년들에 대한 면죄부는 절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청소년 문화와 범죄의 범주가 종이 한 장 차이가 되어 버렸다. 일상의 폭력과 일그러진 영웅에 눈감고, 매의 길이로 스승의 가치를 규정하는 순간 재판관은 없고 공범만 있을 뿐이다.

억눌린 에너지는 일탈과 파행을 낳는다. 그렇다고 에너지는 소멸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청소년들 스스로 지니고 움직일 뿐이다. 역설적으로 그동안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꿈과 미래의 가치가 살아있는 청소년 활동들이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결국 ‘책임있는’, ‘근본적인’ 실천은 유명무실화된 청소년 문화와 자치 활동을 복구하고, 청소년들이 교내외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건전한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의 순기능을 회복하는데로 간다. 이것이야말로 단순히 썩은 가지를 치는 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비옥한 토질을 만드는 일이다.

결국 청소년들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풀어갈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순리이며 교육의 시작이다.

2005.3.17

청소년 문화활동 관련 단체 : 우리세상 (www.uri1318.org, 전화 : 053-425-8420)
청소년 자치/인권활동 : 반딧불이 (www.bandi1318.org, 전화 : 053-421-1318)
전교조 대구지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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