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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을 만든 지역언론은 가만히 있다
[유영철 칼럼]
2020년 11월 03일 (화) 12:02:44 평화뉴스 유영철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것 아시죠?”
 속아 넘어가기 좋은 말에 사람들은 속아 넘어갔다. 그러나 그가 구사한 이 화법은 사실 오류(誤謬)이다. 발생학적으로 ‘다 아는 것’으로 가설해놓고 그것을 모른다고 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하는 논증의 오류를 범했다. 오류로써 기만한 것이다.  

“~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이 그럴듯한 멘트도 오류이다. ‘거짓말’임을 증명하는 근거로 자신은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불분명한 논거를 사실인양 기저에 설치하면서 (남들의 말은) 그것도 분칠하여 ‘새빨간 거짓말’임을 강조하는 이런 화법도 오류이긴 마찬가지이다. 그는 분명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왔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도록 이렇게 발상했을 것 같다. 오류이고 기만이다. 당시(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경선) 그는 또 연이어, “언제부터 한 방에 간다, 한 방에 간다 그러더니 그 한 방이 어디 갔습니까? 허풍입니다. 허풍!”이라고 눈 깜짝 않고 대범하게 큰 소리로 자신했다.

   
▲ 사진 출처. KBS뉴스 <"다스는 MB 것"…실소유주 논란 13년 만에 최종 결론>(2020.10.30) 화면 캡처

 그 후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거짓말인 거 다 아시죠 라는 말은 그 자체가 조작된 화술이라는 사실을 다 알게 된 지금도 그는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하고 있으니 문법체계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같아 보인다. 팩트와는 무관하게 작동되는 그의 자동진술법은 도덕성 윤리성의 잣대만 소거한다면 고도의 노작에서 나온 경이로운 산물로 평가할 수도 있겠다. 재작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그에 대해 한 앵커는 “어찌 보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는데 그 앵커의 이 냉정한 진단이 사실에 근접한 분석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사람들을 속였고 그는 그로인해 대통령이 되었고 지금 우리는 허탈해하고 있고 창피해 하고 있다. 그는 지역출신이지만 지역으로서는 부끄러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범법의 인물이었다. 제17대 대선 이전인 2007년 12월 5일 검찰이 다스와 BBK 등에 대해 전면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 않았든 들 그는 그해 12월 19일 당선될 수 없었고, 또 당선자 신분이더라도 2008년 1월 특검으로 임명된 정호영이 2월 21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그의 모든 혐의를 모두 무혐의로 처분하지 않았든 들 그는 그해 2월 25일 취임하여 제17대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검찰이 과연 몰랐을까. 범법임에도 혐의를 외면하고 감춰준 검찰은 참여연대 등의 고발 등으로 그가 퇴임하고도 4년 뒤인 2017년부터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2018년부터 본격수사하면서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하였고, 그해 3월 그를 구속하고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하고 재판에 넘기면서 독백처럼 제삼자처럼 이렇게 말했다. “당시에 밝혀졌으면 대통령 당선이 무효가 될 수 있었다.”라고. 초기에 그의 모든 혐의를 눈감아주고 외면한 검찰은 그로부터 10년 뒤 그를 구속시키고 기소하면서 그의 대통령 당선은 무효가 될 수 있었음을 성찰하고 늦으나마 성문으로 고백했다.

 그러나 언론은, 지역언론(신문)은 가만히 있다. 2020년 10월 29일 원심이 확정된 그날! 다스 자금 수백억 횡령과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그에게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그날! 지역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퇴직후 대통령 예우조차 박탈되는 확정 판결을 받은 그날, 많은 지역민은 그를 찍었건 아니건 간에 도매금으로 치욕을 당해야 했다. 그런데 그날의 뉴스를 전한 다음 날 10월 30일의 지역언론(지역신문)은 이러했다.  

- 징역 17년 확정 이명박 "법치가 무너졌다"
- MB 재수감 확정에 국민의 힘 "불행한 역사 되풀이"
- 무소속 홍준표 "최악 정치판결" 맹비난

  또는
- 이명박 전 대통령 재수감...'횡령·뇌물 혐의' 징역 17년 확정
- 이명박 "법치 무너졌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
- 국민의힘 발언수위 낮추고 홍준표는 "문재인은 자유로운가?"


   
▲ <영남일보> 2020년 10월 30일자 2면(종합)
   
▲ <영남일보> 2020년 10월 30일자 3면(정치)

 남의 일처럼 너무나 덤덤했다. 그래서 뻔뻔해 보였다. 지역 기반의 ‘국민의 힘’당과 지역출신 무소속 의원의 말을 돋보이게 했다. 뉴스밸류에 대한 감각이 무감각했다. 단수도 줄였다. 지난날의 거짓말 그 자체가 조작된 화술이라는 사실을 다 알게 된 지금도 법치가 무너졌다는 그의 말에 대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그의 말에 대해 참말로 얼마만큼 신뢰하는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이명박의 확정판결은, 향토 지역언론으로서는 반성의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것이 없었다. 이렇다 할 전망도 없었다. 다짐도 없었다. 마치 현상만 보도하겠다는 방식을 채택한 느낌이다. 그래서 지역언론이 아무런 액션도 없이 가만히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언론의 할 일을 다했다는 것인가. 잘못이 없다는 것인가. 사안이 매듭질 때마다 잘못이 있었더라도 과거를 고백하거나 잘못을 사과하거나 하지 않아 그 나태의 습(習)이 몸에 익었기 때문인가.

   
▲ <매일신문> 2020년 10월 30일자 2면(종합)
   
▲ <대구일보> 2020년 10월 30일자 3면(종합)
   
▲ <대구신문> 2020년 10월 30일자 1면(종합)

 공적기관인 언론은 그동안 공천과정, 후보개인의 자질 등을 세심하게 검증하는 전통을 가졌어야 했다. 출입처에서 주는 대로 받아쓰기만 하고 남이 비판하면 비판하는 대로 게재하는 방식은 훨씬 전에 폐기했어야 했다. 제17대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경선에서 나온 이명박 · 박근혜 후보의 쌍방 폭로에 대해 검증했어야 했다. 다스, BBK 사건의 이명박, 최태민 최순실 사건의 박근혜 후보를 사전에 지역의 언론은 검증했어야 했다. 검찰의 발표보다 자체적으로 검증하여 밝힘으로써 권위를 가졌어야 했다.

 향후 언론은 검증의 기반을 활착시켜야 할 것이다. 기초· 광역의회 의원후보는 물론, 기초· 광역 지자체장 후보, 국회의원 후보, 대통령 후보에 대해 자질을 검증하여야 할 것이다. 지역출신이라고 해서 두둔하고 덮어주고 한 결과가 불명예로 이렇게 나오지 않았는가. 이 또한 지역언론의 무한책임이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언론의 씻을 수 없는 과실이 될 것이다. 대구·경북이 미래가 있다면 복기하며 성찰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진정한 언론은, 범람하는 가짜뉴스와 싸워야 하고, 싸울 일이 많아졌다. 창피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또한 거기에 가담한 사람들로서 정직하게 후회할 일이다.

   







[유영철 칼럼 25]
유영철(兪英哲) / 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언론정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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