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일류 대국의 거짓말”

평화뉴스
  • 입력 2005.03.2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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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34> 오택진(대구경북통일연대)
"미국의 정보조작...언제까지 ‘힘’에 굴복해 미국의 ‘거짓말’을 들어줘야 하는가?


누구나 어릴 때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을 기억할 것이다.
아빠를 대신해 양을 몰고 들로 나간 양치기 소년은 세 번씩이나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해서 사람들을 속였다. 재미없는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한 거짓말이지만 거짓말의 내용이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결국 잠시나마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양치기 소년은 결국 사람들부터 신뢰를 잃고 말았다. 개인이 한 집단에게 별 의미없이 한 거짓말이지만 그 결과는 크게 나타났다.

세계 초일류강대국 미국의 거짓말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이라크 침략 2년을 맞는 지금 미국이 침략의 명분으로 내세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보유는 그들 스스로에 의해서 거짓임이 탄로난지 오래다. 전쟁 발발전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해 ‘의심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UN사찰단의 보고도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이라크 정부의 말도 미국에겐 통하지 않았다.

이미 이라크 침략전쟁을 결정한 미국은 국제사회를 설득할 논리가 필요했고 그것이 이라크의 대랑살상무기 보유설인 것이다. 미국의 세계패권정책 실현과정에 필요에 따라 사실을 왜곡, 조작, 확대하여 조직적으로 유포한 것이다. 미국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가진 강력한 힘 때문에 그의 동맹국들과 약소국들은 미국의 의도대로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그로 인한 결과는 엄청나다. 2만여 명 이상의 무고한 국민이 목숨을 잃었고 미군도 1500명 이상이 숨졌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문화유산이 파괴되고 학교와 병원도 파괴되었다. 무엇보다 이라크 국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전쟁과 테러로 인한 공포감과 자국민들 사이의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개인이 한 거짓말은 그의 영향력 범위 내에서 그치지만 세계 초일류강대국 미국이 한 거짓말은 주권국가를 없애 버릴 수도 있는 가공할 힘을 지닌 것이다.

최근 미국의 거짓말은 ‘북’을 향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도 합세하고 있다.
지난 2월초 미국이 ‘북의 대 리비아 우라늄 물질 판매설’을 동맹국들에게 흘렸고 일본은 ‘납북피해여성’의 송환유골이 ‘가짜유골’이라고 주장하였다. ‘북’이 리비아에 우라늄 물질을 판매했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북을 ‘불량국가’로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로 인식하기 딱 좋은 정보였다.
또한 ‘납북피해여성 송환유골’의 ‘가짜주장’은 안 그래도 반북의식이 높은 일본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북’은 미, 일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지만 미, 일 그리고 한국의 언론은 외면하거나 축소 보도하였다.

헌데 이게 웬일인가?
일본의 ‘납북피해여성’ ‘가짜유골’설은 ‘네이쳐’지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오류일 수 있다고 하였고 미국이 발표한 ‘우라늄 물질 판매설’도 미국의 고위관리들에 의해 거짓이라고 증명되고 있다. ‘북의 핵무기 보유선언’을 전후로 해서 나온 이 같은 정보조작과 왜곡은 미, 일의 반북 정치커넥션을 의심하게 한다.
대량살상무기 정보조작으로 이라크 침략전쟁을 감행한 미국과 자위대 파병으로 응수한 일본, 일본의 UN안보리 상임이사국진출시도와 이를 지지하고 있는 미국의 일련의 움직임이 ‘북 핵무기 보유선언’이후 대북적대정책에 있어서도 확고한 연합전선을 펼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의 대북 정보조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98년 ‘북’의 금창리 지하시설을 핵시설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거짓이 들통났고 인공위성발사도 미사일발사라고 왜곡했지만 이 또한 인공위성으로 밝혀졌다. 웬만한 정보력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제3세계 나라들과 관련한 고급정보 특히 ‘북’에 대한 정보수집능력은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미국은 가히 독보적인 존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당사자인 ‘북’의 입장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은 이미 ‘우라늄 물질 대리비아 수출’문제도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가짜유골’문제도 과학적 근거를 들어 반박했지만 아무도 ‘북’의 얘기엔 귀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미, 일의 내부고발과 국제기구에서의 반박이 ‘거짓말’을 탄로나게 한 것이다.
똑같은 주장인데 ‘북’의 입장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 억울한 일을 당한 당사자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는 일이 수십년동안 지속되어 온 것이다. 여기에도 미국과 그의 똘마니들이 수십년동안 ‘북’을 믿을 수 없는 나라로 만든 여론조작이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북을 향한 ‘거짓말’의 최종 목적은 무엇일까?
이라크와 같은 침략전쟁인가? 북의 내부로부터의 붕괴인가? 단언하기 힘들다. 다만 현재로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북’과 정상적인 관계를 원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이 핵무기 보유선언이후 지속적인 6자회담 참가를 요구하고 있고 6자 회담 참가국들을 만나 같이 설득하자고 한다. 동시에 미국은 대북정보조작, 대북선제핵공격군사훈련,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등의 언행을 일삼고 있다. 미국이 북의 6자회담참가를 바라는지 진정성이 의심가는 대목이다. 진정으로 대화와 협상을 할 마음이 있으면 대화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먼저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와 함께 공존하려는 입장이 세워져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우리로서는 더 이상 이런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다.
미국이 ‘거짓말’에 책임을 지고 사과하고 관계정상화를 하던지 아니면 반전평화를 원하는 국제사회가 미국의 힘을 약화시켜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정책을 수정시켜야 한다.

미국의 ‘힘’에 굴복해 언제까지 미국의 ‘거짓말’을 들어주어야 하는가?


오택진(대구경북통일연대 사무처장)

* 1972년 울산에서 태어난 오택진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룬 뒤, 2003년 8월 [대구경북통일연대] 창립 때부터 사무국장과 사무처장을 맡아 통일운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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