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 30년째. 유족의 아픔은 30년째 이어졌다. 고(故) 우철원군 아버지 우종우(73)씨는 보고싶은 절절함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고 싶은 답답함에 또 진상규명을 호소했다.
대구시는 26일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에서 '개구리 소년 추모·기원비 제막식 및 30년 추모제'를 열었다. 사건 30년인 올해 대구시는 어린이들이 실종된 와룡산 인근에 이들을 기리는 추모비를 설치했다.
고 우철원군 아버지 우종우씨와 고(故) 김영규군 어머니 최경희씨, 고(故) 조호연군 아버지 조남환씨 등 유족을 포함해 권영진 대구시장과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진표 대구지방경찰청장, 이태훈 달서구청장, 국민의힘 홍석준(달서구갑)·윤재옥(달서구을)·김용판(달서구병) 국회의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은 지난 1991년 3월 26일 대구 성서초등학교에 다니던 우철원(당시 13세), 조호연(12), 김영규(11), 박찬인(10), 김종식(9) 등 어린이 5명이 도룡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간 뒤 사라진 사건이다. 5명은 실종 11년 6개월만인 지난 2002년 9월 와룡산 중턱에서 끝내 유골로 발견됐다. 경북대학교 법의학팀은 부검 이후 "타살"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사했으나 진상을 밝히지 못했다. 지난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끝나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실종 사건 발생 30년 만에 세워진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는 5개의 꽃을 감싸는 모양이다. 꽃으로 표현된 개구리소년들을 추모하고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을 염원하는 뜻이다. 추모비 뒤편에는 끝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 개구리소년 5명의 이름이 차례대로 새겨졌다.
유족대표인 우종우씨는 "앞서 이곳에서 사랑하는 우리 아들들 철원이, 호연이, 영규, 찬인이, 종식이 이름을 부르며 '꼭 범인을 잡아 영혼을 달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며 "하지만 이제 몸이 병들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꿈에서라도 보고싶은데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부가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서라도 다시 한 번 더 마지막으로 진실을 밝혀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생떼 같은 자식을 잃고 부모는 타버린 가슴을 쥐어뜯으며 30년 술과 한숨으로 지낸다"면서 "몸이 병들어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신세"라고 했다. 때문 "원점에서 재수사 하고 진상규명위를 설치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혹시 어디에선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범인에게 전한다"며 "부모들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으니 더 늦기 전에 누구라도 양심선언을 해달라. 우리 아이들이 무슨 잘못으로 죽었는지 그 이유만은 꼭 알고 싶다"고 애원했다.
제막식에 참석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아이들이 실종된지 30년이 지나서야 추모비를 설치하게 돼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오늘을 어린이 실종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우리사회가 새로운 각오와 결의를 가지고 다시 뛰겠다는 첫출발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표 대구경찰청장은 "경찰은 어린이들의 안전한 치안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중단없는 면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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