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 사원' 공사 중단..."종교·문화 차별없는 해결을"

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 입력 2021.04.2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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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반발로 두 달 넘게 중단...시민단체 "인권침해·차별 없어야"
주민대책위 "사원 들어서면 안 돼" / 북구청 "5월에 주민·건축주 만나 논의"


"한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며 한국에 대한 애정이 생겼습니다. 이슬람교를 믿는 것이 저희에게는 필수적인 일입니다. 이슬람 사원이 새로 만들어질 때 행복했지만 믿고 지내던 사람들의 비판적인 현수막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상처가 납니다. 저희도 외모가 조금 다를 뿐 권리가 있습니다. 같은 인간이고 똑같은 생각이 있습니다"
 
대구 북구 대현동에 거주하는 중학교 2학년 무슬림 학생은 같은 동네 주민들에게 이 같은 편지로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의 원만한 해결을 호소했다.
 
경북대학교 무슬림 유학생의 자녀가 쓴 편지 (2021.04.29.) / 사진.인권운동연대 제공
경북대학교 무슬림 유학생의 자녀가 쓴 편지 (2021.04.29.) / 사진.인권운동연대 제공
경북대학교 무슬림 유학생의 자녀가 쓴 편지 (2021.04.29.) / 사진.인권운동연대 제공
경북대학교 무슬림 유학생의 자녀가 쓴 편지 (2021.04.29.) / 사진.인권운동연대 제공
앞서 대구 북구 대현동의 이슬람 사원은 지난 2020년 9월 건축 허가를 받아 같은 해 12월 착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주변 주민들이 소음과 악취 등을 이유로 반발에 나서자 올해 2월 북구청이 공문을 통해 갈등 해결까지 무기한으로 사원 건축을 중단했다. 그 후 지난 3월 24일 북구청이 중재를 위해 마련한 이슬람 사원 건축주와 주민의 협의 자리도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현재까지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이처럼 이슬람 사원 공사가 두 달 넘게 중단되자 대구지역 인권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자체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북대학교민주화교수협의회,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구참여연대, 인권운동연대 등 16개 단체는 29일 오전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슬람 사원 공사 재개'를 촉구했다.

인권단체들은 "북구청이 앞장서서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책임있게 해결해야 할 지자체가 사태를 방치하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주민불편 실태조사로 민원을 해결하고 공사 재개를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인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각을 경계했다. 이들은 "종교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을 훼손하거나 행정 집행에 차별적 요소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행 중인 공사를 곧바로 중단시킨 것은 불합리하고 차별적 행정"이라며 "교회나 성당이라면 이런 성급한 조치가 있었을지 의문이고 건설 중단은 헌법을 위배한 종교차별, 인권침해가 될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구 북구청 이슬람사원 공사 중지 규탄" 기자회견 (2021.04.29. 대구 북구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대구 북구청 이슬람사원 공사 중지 규탄" 기자회견 (2021.04.29. 대구 북구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최선희 대경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이미 한국은 다문화 상태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며 "피부색, 종교, 국적이 다르다고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경북대학교민주화교수협의회는 "어느 누구도 특정 선호, 신념,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마땅한 권리를 누리는 것을 침해당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공공기관이 중심을 잡고 보편적이고 상식적으로 헌법이 부여한 가치를 행정에 투여해야 한다"며 "서로의 가치를 구현해 줄 수 있는 행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들은 기자회견 후 구청장 면담을 요청했다. 또 이들은 이슬람 사원에 건립에 대해 동의를 구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주민들에게 유인물을 전달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구 북구 대현로3길 경북대 서문 인근에 짓고 있는 이슬람 사원(2021.2.15)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대구 북구 대현로3길 경북대 서문 인근에 짓고 있는 이슬람 사원(2021.2.15)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그러나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 주민대책위 홍보부장은 "주민들의 생활공간 한복판에 사원 허가를 내준 북구청의 잘못"이라며 "사원 자체가 들어서면 안 된다. 북구청이 해결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구청은 주민들과 이슬람 사원 건축주의 대화 자리를 재차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북구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5월 둘째 주 건축주와 주민 대표, 구청 관계자들이 모여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며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간담회를 거친 뒤 방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 그때까지 마련된 조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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