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 '가습기살균제'가 올해로 10주기다. 피해자들과 유족은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7일 대구 수성구 이만트 만촌점 앞에서 만난 권모(60)씨. 그는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라는 제품을 사용한 뒤 지난 2019년 호흡곤란 증세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리고 폐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권씨는 현재까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며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권씨는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권씨는 정부로부터 병원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기업으로부터는 사과받지 못했다. 그는 "꼭 사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대구 피해자들이 진상규명과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대구환경운동연합은 7일 이마트 만촌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대로 진상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도 2006년~2011년까지 자체 브랜드(PB상품)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35만여개 판매한 탓이다. 여전히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아 최근 논란이 됐다.
하지만 피해를 인정 받은 이들은 당시 살균제를 구매한 소비자보다 훨씬 적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신체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수도권, 지역 없이 국내 피해 인정률은 매우 낮다.
경북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날 이마트 포항점 앞에서도 기자회견이 경북 전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46만1,946명이고 피해자는 4만9,206명으로 추정된다. 신고자는 0.6%인 278명에 불과하다.
시민단체는 "신고율이 1%도 채 안돼서 실제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라며 "현재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사참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이제라도 실태조사를 다시 하고 진상규명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피해 규모 파악과 피해자 찾기는 사회적 참사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이라며 "가해자인 살균제 제조사 국·내외 기업들과 당시 판매를 승인한 정부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잊지 말고 다시 조사하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피해자들과 유족들 호소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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