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10주기...대구 "피해 인정률 고작 55%, 빙산의 일각"

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 입력 2021.06.08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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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42만여명·피해자 4만5천여명→신고 3백여명·피해인정 189명, "잊으면 참사 반복, 진상규명"


사회적 참사 '가습기살균제'가 올해로 10주기다. 피해자들과 유족은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7일 대구 수성구 이만트 만촌점 앞에서 만난 권모(60)씨. 그는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라는 제품을 사용한 뒤 지난 2019년 호흡곤란 증세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리고 폐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권씨는 현재까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며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권씨는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권씨는 정부로부터 병원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기업으로부터는 사과받지 못했다. 그는 "꼭 사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10주기...대구 기자회견"  (2021.6.7.이마트 만촌점 앞)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가습기살균제 10주기...대구 기자회견" (2021.6.7.이마트 만촌점 앞)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대구에 사는 김태종(67)씨는 아내를 잃었다. 김씨의 아내는 지난 2007년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 손상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가 지난해 8월 숨졌다. 김씨는 "1,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사건이고 제조업체는 누구나 들어본 기업들이지만 피해자 개인에게 사과한 적은 없다"면서 "지금도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산다. 피해자가 더 없도록 재발방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대구 피해자들이 진상규명과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대구환경운동연합은 7일 이마트 만촌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대로 진상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도 2006년~2011년까지 자체 브랜드(PB상품)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35만여개 판매한 탓이다. 여전히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아 최근 논란이 됐다. 

피해자, 유족이 "관계자 처벌"을 촉구했다.  (2021.6.7)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피해자, 유족이 "관계자 처벌"을 촉구했다. (2021.6.7)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이처럼 일부 기업들의 오너가 사과하고 각종 재판 선고까지 나오자 살균제 참사는 어느새 잊혀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아픔 속에 남겨져 있다.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물통 액상 살균제 제품을 섞어 분무하는 생활화학제품에 의해 18년간 894만명의 소비자가 노출됐다. 대형마트와 국내 곳곳에서 판매하며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소비자의 10.7%인 95만명이 건강상 피해를 입은 환경·보건 참사다. 사망자는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5차 피해 조사를 통해 7,472명이 피해를 신청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4,177명이 피해지원대상자로 인정받았다. 이들에 대해선 요양급여·요양생활수당·장의비·간병비·특별유족구제급여 등이 지급됐다.

하지만 피해를 인정 받은 이들은 당시 살균제를 구매한 소비자보다 훨씬 적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신체적 고통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수도권, 지역 없이 국내 피해 인정률은 매우 낮다.   

"신세계 OUT" (2021.6.7)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신세계 OUT" (2021.6.7)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가 7일 공개한 '대구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 보고서'를 보면, 대구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42만3,344명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는 10%에 이르는 4만5,094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대구 피해신고자는 전체 피해자 4만5천여명의 0.8%인 342명에 불과하다. 또 이 중 피해 구제를 인정 받은 이는 신고자 342명이 절반인 189명(55%)에 그쳤다. 대구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인정 받은 비율은 대구 전체 사용자 42만여명 대비 고작 0.04%인 셈이다. 신고율이 1%도 안돼 낮다고 해도 저조하다.  

경북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날 이마트 포항점 앞에서도 기자회견이 경북 전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46만1,946명이고 피해자는 4만9,206명으로 추정된다. 신고자는 0.6%인 278명에 불과하다.

시민단체는 "신고율이 1%도 채 안돼서 실제로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라며 "현재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사참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이제라도 실태조사를 다시 하고 진상규명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피해 규모 파악과 피해자 찾기는 사회적 참사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항"이라며 "가해자인 살균제 제조사 국·내외 기업들과 당시 판매를 승인한 정부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잊지 말고 다시 조사하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피해자들과 유족들 호소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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