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에서 만나"...동성로 추억 '대구백화점' 77년 역사 속으로 '안녕'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6.1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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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대구상회 첫 지역출자 창업→부침 겪다 30일 폐점 "손실 커...중국매각·아웃렛 부정확, 미정"
텅빈 매대·짐싸는 업체들, 고별전에 시민 발걸음..."대구하면 대백, 만남의 장소·상징 사라져 슬프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이 오는 30일 폐점한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이 오는 30일 폐점한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리 대백 앞에서 만나" 대구 동성로의 상징. 대구백화점이 77년 긴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는다.

17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2가 174번지 대구백화점. 매월 새단장 하던 대백 로비에 '대구백화점 본점 고별전' 대형 간판이 붙었다.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고별정리' 현수막도 나란히 게시됐다. 대구백화점 안팎 곳곳에 고별을 알리는 안내문이 공지됐다. 대구 시민들 만남의 장소, 대백 본점이 폐점한다.

대백 측에 따르면, 동성로 대구백화점이 오는 30일 오후 8시까지 마지막 영업을 하고 잠정 영업 중단에 들어간다. 사실상 폐점을 하는 셈이다. 대구지역 첫 향토백화점인 대백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오래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고별전에 몰려든 시민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래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고별전에 몰려든 시민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추억 소환, 대백 77년 발자취 전시회'(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추억 소환, 대백 77년 발자취 전시회'(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최초 직영 백화점인 대백은 고(故) 구본홍(경북 칠곡군 출생 1920~2006) 창업주가 대백 모체 '대구상회'를 지난 1944년 1월 중구 동성로에 창업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1962년 3월 5일 대구백화점으로 상호를 변경하며 구본홍 창업주가 사장에 취임했다. 대구 중심상권은 동성로쪽으로 재편됐다. 대구 유통업체 현대화를 이끌며 성장했다. 1969년 주식회사 체제로 바꿨고 1970년 서울사무소를 개설했다. 1993년 대백프라자 문을 열었고 대통령·장관 표창 등 각종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2002년 신세계백화점과 업무제휴를 맺었고, 2014년 대백마트 100호점을 개점했다. 발전기-성장기-혁신기를 거치며 대구 대표 백화점 위치를 지켰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 국내 빅3 대형 유통업체가 지역에 입성하며 공세가 이어져 위기를 겪었다. 2년 새에는 코로나19에 온라인 쇼핑으로 시장이 급변해 더 어려워졌다. 부침을 겪으며 77년을 버틴 대백은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폐점 2주 앞둔 이날 대백 고별전에 시민 발걸음이 몰렸다. 지하부터 지상 9층까지 북새통을 이뤘다.

대백 고별전 세일에 많은 이들이 몰렸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백 고별전 세일에 많은 이들이 몰렸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백의 변천사 전시회...시민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백의 변천사 전시회...시민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업체 200여곳 중 영업 중인 곳들도 있었지만, 일부는 이미 짐을 빼 매장과 매대가 비었다. 박스에 물건을 담는 모습도 보였다. 백화점 안에는 '고별정리', '90% 세일', '무조건 5천원~1만원', '전품목 세일', '아이러브 대백', '그 동안 사랑해주신 고객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함께한 모든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더 힘찬 모습으로 대백프라자에서 뵙겠습니다' 등 작별 인사가 붙었다.

한 켠에는 '추억 소환, 대백 77년 발자취 전'이 열렸다. 대백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록물들이다. 시대별 대백의 종이 쇼핑백, 고객카드, 직원 유니폼·명찰, 상품권, 증정용품 등 대구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한 번쯤은 본적 있는 물건들이 전시됐다. 시민들은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을 추억했다.  

이호수(39.동구)씨는 어머니와 함께 이날 대백을 찾았다. 이씨는 "'대백에서 만나자'는 말을 주말마다 했는데, 만남의 장소가 사라진다니 너무 슬프다"며 "내 평생 대백이 동성로에 있었는데 없어진다니 참 아쉽다"고 말했다. 이씨의 어머니 고해선(64.수성구)씨는 "학교 다니면서 약속 장소는 무조건 대백이었다"면서 "대구 사람으로서 참 마음이 안좋다. 문을 닫는다길래 뭐라도 하나 살까해서 왔다"고 했다.

대백 쇼핑백 변천사 전시(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백 쇼핑백 변천사 전시(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백 고객 카드 시대별 변천사(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백 고객 카드 시대별 변천사(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미자(59.북구)씨는 "서민이라 백화점은 잘 안오는데, 그 나마 가깝게 느껴지던 곳이 대백"이라며 "다른 곳보다 화장품이나 옷이 저렴해 종종 왔는데 폐점한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뭐라도 보탤까해서 오늘 남편 셔츠 하나 샀다"면서 "문 닫는다니 이렇게나 사람이 많다. 괜히 섭섭하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폐점과 함께 떠난다. 한 주차요원은 "30일자로 계약해지된다"고 했다. 일부 아르바이트·계약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명품매장이나 외부업체 직원들은 "퇴사했거나 퇴사 예정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는 "정규직이나 일부 직원들은 프라자나 다른 백화점·매장으로 이직한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매년 영업손실이 커져 잠정 영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그 간 백화점을 찾아준 시민과 고객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더 이상 영업 연장은 어렵다"고 밝혔다. 또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중국 매각·아웃렛 신설 등 모두 부정확하다"고 덧붙였다.

대백의 한 업체 매장에 물품이 빠져 매대가 텅 비었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백의 한 업체 매장에 물품이 빠져 매대가 텅 비었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 업체 직원들이 영업 중단을 앞두고 박스에 물건을 옮겨 담았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 업체 직원들이 영업 중단을 앞두고 박스에 물건을 옮겨 담았다.(2021.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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