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민배신

평화뉴스
  • 입력 2021.12.2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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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박근혜 사면은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민배신

 
박근혜 탄핵은 세월호 아이들을 구하지 않은 국민적 공분에서 출발하였고, 국정 운영을 비선 실세에게 맡김으로써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함부로 한 데 대한 심판이었다.
 

국민이 되찾은 권력은 국민의 선택으로 문재인에게 주어졌다. 세월호 진상을 밝히고, 망가진 4대강을 살려줄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과 문재인 정부는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2021년 12월 24일, 문재인은 대변인을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합니다. 박 前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습니다.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립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번번이 실망하면서도 국민은 거대 여당을 만들어주었고, 대선 정국이 시작된 지금까지도 일말의 기대를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문재인 정부가 전달한 메시지는 실낱같은 마지막 희망마저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것이다.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 라니 가당치도 않다. 이는 친일파에게서나 흔히 듣던 말이 아닌가. 박근혜는 현재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병원도 가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은 무명의 재소자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혜택이다. 대통령 자질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국민에게 파면된 자가 받기에는 과한 혜택임에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면을 결정했다니, 문재인은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도 걸린 것인가?

 

우리는 1997년 김대중 당선 직후 김영삼과 김대중이 합의해 노태우와 전두환을 사면한 일의 후과(後果)가 어떠했는지 똑똑히 보아왔다. 노태우, 전두환 추종 세력들에 의해 5·18 광주 민중항쟁이 부정당하고,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되어 종편이 탄생했으며, 전국의 강들이 콘크리트 댐으로 막혀버렸고, 각종 규제가 완화되어 환경문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사면 혜택을 받은 노태우와 전두환은 반성은커녕 추징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버티다가 천수를 누리고 자연사했다.

 

2016년 10월부터 시작된 촛불이 2021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의 대통령 파면을 이끌기까지, 대한민국 국민은 찬바람을 맞으며 추운 겨울을 보냈다. 문재인은 2021년 12월 24일 오늘,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국민이 모여 되찾은 권한을 “국민배신”에 써버렸다. 앞으로 그가 바라는 국민통합은 결코 없을 것이며, 문재인은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2021년 12월 24일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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