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나를 탓한다”

평화뉴스
  • 입력 2005.04.1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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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고백 2>...
“수행평가, 아이들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내어놓고 있는가?”


시간의 흐름은 벚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시간이 흘러간 만큼 나도 커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벚꽃이 예쁘게 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매년 벚꽃 필 때가 되면 수행평가를 해야한다.
예전에 비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수행평가.
아이들이 부담스럽고 하기 싫은 건 당연할 것이다.

“얘들아! 다음 주에 수행평가 한다”
“선생님, 수행평가 하면 뭐해요?”... "혹시 또 쓰는 건가요?"... “쓰는 건 하지 말지요”

아이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난 어김없이 칠판에다 쓴다. "창작...(수필.기행문.시)"
아이들은 평가를 싫어하는 마음과 쓰기 귀찮아하는 마음을 담아 "선생님~"이라 외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쓰는 수행평가.
듣기, 말하기, 읽기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를 낼 수도 있건만, 첫 발령을 받은 학교에서 듣기 평가를 한 것말고는 해마다 비슷하게 쓰기 평가를 실시했다.

수행평가(遂行評價.Performance Assessment)란, 평가자(교사)가 피평가자들이(학습자)의 학습과제, 수행 과정이나 결과를 직접 관찰하고, 관찰 결과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방식을 말한다.

국어과에서는 주로 모둠을 만드는 방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평가를 실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가운데 ‘쓰기 평가’를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다른 것보다 평가시간을 줄일 수 있고 평가자료도 남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것은 교사를 위한 논리이지, 학생들을 위한 잣대는 아니다.
수행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이것이 학생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지조차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낸다.
간혹 ‘교사를, 나를 수행평가 한다면’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찔함이 스쳐간다.

게으른 나, 게으른 나를 탓한다.
시간을 내서 창의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건만, 항상 그 뒤에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 앞에 움츠려드는 내가 있었다.

물론 나도 쓰는 수행평가 외의 분야에서 평가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국어과 교사들에게는 매년 교지나 신문을 만들어야 하는 업무가 하나 더 주어진다.
때문에 거기에 실을 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아이들의 글. 따로 시간을 내서 글을 쓰게 하기에는 해야 할 다른 업무들이 많고, 따로 하면 시간과 노력이 더 들기 때문에 꺼려진다. 어짜피 해야 하는 수행평가, “편하게 하자” 생각했던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매 학기 초, ‘말하기’나 ‘읽기’같은 다른 분야의 수행평가를 실시하고자 해도 수업 진도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항상 수업 진도 맞추느라 허덕이는 나를 보기 때문이다. 수업 진도 맞추느라 교과서에 있는 보충, 심화 학습도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수업 진행이 아직 미숙해서인지... 7차 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좋아진 점도 있지만 1년 안에 해야할 교과서 분량이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에 속에서도 아이들의 진정한 교육을 위해 참된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교사로서 아이들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내어놓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 글은, 경북 구미의 한 중등학교에서 국어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30대 초반의 여교사가 썼습니다.
시간에 쫓기거나 편리함에 젖어 수행평가 본래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데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글을 써 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평화뉴스(www.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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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찾습니다”

평화뉴스는 2004년 한해동안 [기자들의 고백]을 연재한데 이어,
2005년에는 연중기획으로 [교사들의 고백]을 매주 수요일마다 싣습니다.
교육의 가치는 ‘학생’에게 있으며, 교사는 사람을 가르치는 ‘성직’이라 믿습니다.
학생들에게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 교무실과 교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연들.
그리고, 우리 교육계와 학부모, 독자들이 함께 고민해봐야 할 ‘교사들의 글’을 찾습니다.

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스스로 돌아보고 남 앞에 고백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백들이 쌓여갈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 믿으며,
대구경북지역 현직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독자들께서 좋은 선생님들을 추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글을 쓰신 분의 이름은 실명과 익명 모두 가능하며,
익명의 신분은 절대 밝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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