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대표 공약 '공정과 상식'이 진심이라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상 칼럼] 당선자를 위한 쓴소리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 측의 대표 공약은 ‘공정과 상식’이었다.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의 제목도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 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5년 전 취임사에서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를 제시했었다. 서로 대립하는 진영에서 다 같이 내세우는 걸 보면 ‘공정’은 호소력을 가진 비전인 모양이다.

공정 1: 동일한 잣대 적용하기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는 ‘공정’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의미의 공정이다. 윤 당선자의 책자형 선거공보에서 “공정과 상식의 대한민국을 지켜낼 사람”이라는 제목 밑에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김학의 사건 등에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검찰의 불공정에 분노하는 여론이 검찰개혁의 동력이 되고 있기도 하다.

’동일한 잣대’ 기준을 윤 당선자에게 적용해보자. 윤 당선자는 부동시를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고시 준비생에게 징집 문제는 큰 스트레스다. 어떻게든 입대를 연기하고 싶고 병역이 면제되면 물론 최상이다. 윤 당선자는 병역 면제 덕에 대학 졸업 후 계속해서 8년 넘게 고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현역 복무도 못 할 사람이 어떻게 힘든 고위 공직을 감당할 수 있는지, 당시의 면제 판정이 불법이었는지 여부는 일단 접어두자. 그러나 적어도 군 면제로 남다른 인생 특혜를 누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동대구역 유세(2022.2.1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동대구역 유세(2022.2.1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런 불공정은 해소해야 한다. 윤 당선자 공약에 “병사 월급 200만 원 보장”이 들어 있지만, 그가 고시 준비생이었을 때 월급이 200만 원이었더라면 군에 갔을까? 아닐 것이다. 그럼 월급 이외에 다른 조치가 더 있어야 한다. 이런 제도는 어떨까? 병역 면제자는 예외 없이 대체복무를 하도록 한다. 과거에 대체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이 공직에 취임할 경우에는 퇴임 후에라도 대체복무 또는 사회봉사 활동을 한다. 아울러 현역 사병 복무 기간만큼의 인생 전성기 소득을 사회에 환원한다. 왜 ‘전성기’의 소득이냐고? 군 복무로 인해 출발이 늦었다면 그 전성기를 누릴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 당선자의 ‘공정과 상식’이 진심이라면 이런 제도를 만들고 자신부터 적용하기를 바란다.

공정 2: 능력과 노력에 따라 분배하기

둘째로, ‘분배의 공정’도 있다. 분배는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일반 국민에게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리서치의 <2018년 공정성 인식 조사>에 따르면, 분배정의에 관한 한국인의 상식은 이렇다. “분배정의와 관련하여 한국 사람들 중 다수는 산술적 평등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시민들의 분배정의에 대한 생각은 절대적인 의미의 평등주의적 정의관보다는 자유주의적 평등정의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국민 다수의 상식은 능력과 노력에 따른 분배를 공정하게 여긴다. 복지 확대, 기본소득 등에 대해 ‘일도 하지 않는데 퍼주기만 하는 제도’라고 이해/오해하는 여론이 적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재명 후보가 선거운동 초기에는 ‘국토보유세를 재원으로 하여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하다가 슬그머니 목소리를 낮춘 것도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최대의 실패라고 윤 당선자가 맹공했던 부동산 문제는 어떨까? 단지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이유로 얻는 소득은 ‘능력과 노력’과 무관하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가격이 오른다. 이런 불로소득을 방치하거나 보호한다면 당연히 공정과 상식에 어긋난다. 더구나 국민이 이런 불로소득을 추구하면 그만큼 자원이 생산 부문으로 가지 못하게 되므로 경제에도 지장을 준다.

불로소득에 증세하고 노력소득에 감세해야

그렇다면 윤 당선자는 불로소득에 증세하고 능력과 노력으로 얻은 결과에 감세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데도 오히려 부동산 세금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서울시의 윤 당선자 득표율 순위가 구별 아파트 평당 가격 순위와 거의 일치하는 결과도(<중앙일보> 3월 14일 자 기사) 이런 공약 덕일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제시한 ‘공정과 상식’이라는 최고 원칙에 어긋나는 세부 공약은 당연히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중앙일보> 2022년 3월 14일자 8면(정치)
<중앙일보> 2022년 3월 14일자 8면(정치)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설계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정책 당국의 부동산 관련 이해충돌을 막아야 한다. 그 수단이 바로 ‘부동산 백지신탁제’, 즉 고위공직자가 소유한 실수요 이외의 부동산을 백지신탁하는 제도다. 고위공직자 소유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제는 미국의 선례를 따라 이미 도입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사정은 주식보다 부동산이 더 절실하다. 시급히 제도를 도입하여 윤 당선자부터 본인과 가족의 부동산을 백지신탁하는 모범을 보일 것으로 믿는다.

지금까지 ‘공정’의 두 측면에 대해 윤 당선자와 관련된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았다. 윤 당선자가 앞으로 ‘공정과 상식’의 국정을 편다면 당선 후 강조해온 ‘통합’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 윤 당선자는 어쩌다 보니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게 되었는데, 국민의힘은 ‘공정과 상식의 진정한 자유우파가 아니라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기득권 수호대’라는 이미지가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공정과 상식’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면 자신이 신세를 진 국민의힘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윤 당선자에게 그런 의지와 능력이 있기를 희망한다.

* 당선자/당선인
헌법에서는 ‘당선자’,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등 하위 법률에서는 ‘당선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칼럼에서는 상위 규범인 헌법의 용어 ‘당선자’를 선택하였습니다.

 
 
 





 [김윤상 칼럼 114]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