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난개발, 10년 후를 보고 있나?"

평화뉴스
  • 입력 2005.04.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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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정혜진 기자 ['도심 난개발' 기사 그 후]...
"수성구에만 100개에 달하는 아파트 건축 추진...부끄럽지만 언론의 책임도 컸다"


-- ‘대구지하철2호선 따라 고층 아파트 숲’(영남일보. 2월15일자 1면)
-- ‘대구 수성구 뉴타운 건설 붐’(영남일보. 3월23일자 3면)
-- '대구는 지금 거대한 공사판'(영남일보. 4월7일자 1면)
-- '거꾸로 가는 주거환경조성-수성구 사례'(영남일보. 4월7일자 3면)


도심 난개발을 우려하는 일련의 기사를 쓰는 동안 도시계획 전문가는 물론이고 공무원, 주민, 그리고 주택 건설업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수성구에서만 약 100개에 달하는 아파트 건축 추진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이 이례적이라는데 대부분 동의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난개발의 위험을 우려했다. 심지어 수성구에서 사업을 한창 벌이고 있는 건설업자들도 사석에서는 우후죽순 아파트가 초래할 문제를 걱정했다.

기사가 나간 후 독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칭찬과 격려가 많았지만, ‘이상론’을 펴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았다.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논거를 가진 비판을 나는 고맙게 받아들이려 한다.
특히 대중교통 시설이 잘 된 곳을 고밀화 하는 것은 난개발이 아니라 오히려 더 합리적이라는 독자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지하철 2호선을 따라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 자체는 좋다.

문제는 ‘큰 그림’ 없이 개발이 우후죽순 진행된 뒤 도시계획이 뒤따라가는 것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이 위헌이 됐는데도 개발업자가 학교 부지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돈만 쫓는 일부 개발업자들 때문에 분양가가 수직 상승하고, 개별적인 교통영향평가로 체계적으로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2003년 5월, 일반주거지역 종(種) 세분화 당시 수성구를 중심으로 대구시내 곳곳이 시끄러웠다. 기본적으로는 형평성이 문제였다. 재산권을 무기로 한 주민들은 연일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주민의 표와 자신들의 개발 이익을 생각한 의회도 나섰다.
일부 의회는 1종을 아예 없애라는 건의문을 채택했고, 시의회는 건설 경기를 살리라고 다그쳤다. 자치단체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부끄럽지만 언론도 책임이 컸다. ‘재산권 침해’, ‘타 시도보다 과도하게 엄격한 규제’라는 표현이 연일 이어졌다.

결국 시는 1종은 대폭 줄이는 대신 3종을 대폭 올렸다. 주민들은 시위한 대가를 챙겼다. 평당 200만원 대에 머물던 집값이 3종이 되자 800만원까지 뛰었다. 종 세분화가 확정된 후에도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개발업자들은 대구시가 일부 ‘2종 7층 이하’를 ‘층수 제한없는 2종’으로 풀어준 사례 이후 2종 7층 이하 지역에 다니면서 층수 제한을 풀 수 있다고 유혹하며 땅값을 부추기고 있다. 고도제한이 해제된 1종 주민들은 ‘고도제한 때문에 그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며 종 세분화를 다시 요구하고 있다.

형평성을 잃은 졸속 행정도 문제였지만, 강한 집단 민원에 밀려 규제를 완화한 것이 과연 이들 소수 지주와 개발업자들을 위한 것인지 254만 이라는 인구 전체를 위한 것인지 1년여만에 판명이 되고 있다. 이기적인 주민과 의회, 기초자치단체장, 그리고 언론도 책임이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도시계획권자’인 대구 수장의 책임이다.

도시계획의 중요성은 대구지역 팔공산과 경북지역 팔공산을 비교하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대구지역 내 팔공산은 건축 행위가 제한되는 자연녹지와 공원보호구역으로 거의 묶여져 있는 반면 칠곡군과 군위군 내 팔공산 상당부분은 준농림지역으로 풀렸다. 결과는 대구지역은 그나마 보전이 됐고 경북 지역 팔공산에는 러브호텔과 식당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서 산을 완전히 망쳤다. 대구라고 규제 완화 민원이 없었겠는가. 바로 도시계획의 차이다.

집단 민원은 민선 자치단체장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임기만 생각한다면 집단 민원은 곧 표로 연결돼 민원을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도시의 ‘장(長)’은 될 수 있으되 ‘지도자’는 되지 못한다. 10년 후 대구도 내다보는 ‘지도자’를 갖는 축복을 대구시민은 가질 수 없는 것인가.

영남일보 정혜진 기자(junghj@yeongnam.com)

* 이 글은, 영남일보 인터넷홈페이지 <기자클럽>에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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