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자의 제2의료원 관련 SNS 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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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자의 제2의료원 관련 SNS 글에 대해
 
공공병원의 필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다르다.
홍준표 시정의 중심에 '시민'이 자리잡아야 한다.

-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은 대구시민의 목숨 잃으며 이뤄어낸 사회적 합의
- 민간병원 많아도 의료복지 확대하고, 감영병 위기 시 믿을 곳은 공공병원
- 적정 규모, 우수한 시스템과 의료진, 접근성 갖추면 적자 걱정 안 해도 돼


취임을 5일 앞둔 지난 주말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자가 제2 대구의료원 설립 문제에 대해 sns에 올린 글이 다수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홍 당선자는 이 글에서 제2 대구의료원 설립 여부에 대해 단정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구참여연대는 7.1 취임까지 홍 당선자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크게 높아진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깊이 유념하여 시민들의 뜻에 맞게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
 

홍 당선자가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극단적 조치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홍 당선자만이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건의료노동조합이나 진보적 의료단체, 복지단체, 시민단체들은 공공의료 강화를 지속적으로 촉구했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지방의료원의 적자를 지적하며 이를 반대해 왔다. 대구시와 시의회 또한 매년 행정사무감사 때마다 대구의료원의 적자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의료복지 확대보다 경영 효율성 앞세우며 적자를 해소할 것을 강요해 왔다. 그 결과 의료원의 본래적 사명인 의료복지 확대는커녕 의료 공공성은 갈수록 후퇴하고, 종사자의 자부심과 의료의 질 또한 동반하락하면서 시민들의 신뢰는 떨어지고 의료원은 더 위기에 내몰리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시민들도 과거에는 대구의료원이 저소득 주민들만 주로 이용하는 수준 낮은 병원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시 수많은 민간병원이 있었음에도 병도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 타 도시의 병원을 찾아 떠돌아야 했던 환자들이 속출하는 악몽같은 현실에서 대구의료원이 코로나 환자의 90%를 담당해내는 상황을 목격한 것이다. 의료위기 시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줄 곳은 공공병원뿐임을 목숨을 잃어가며 뼈저리게 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구의료원 강화는 물론 제2 대구의료원 설립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민여론이 67%에 이르게 된 것이다. 홍 당선자는 지금 대구의료원 설립은 진보단체의 요구가 아니라 시민의 요구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구시와 시의원들의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목격한 시의원들이 대구의료원 강화와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주장했고 의원들이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대구시와 시의회는 대구의료원 확충을 위한 예산이 늘리고, 제2 대구의료원 설립 타당성조사용역을 발주하였다. 그 결과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의 필요성이 확인되었고 대구시는 설립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시의회 의장은 전국시도의회협의회에서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위한 정부의 지원,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 등을 주장하고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대구의료원에 항상 따라 붙었던 적자 타령, 경제성 우선주의가 어느새 달라진 것이다.  

이렇듯 공공의료에 대한 시민들과 대구시 및 시의회의 인식은 크게 변했다. 많은 지자체가 공공병원 확충을 추진했고, 정부도 공공의료 확충 계획을 발표했으며,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공공의료 확충 공약을 발표했으며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이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수많은 국민의 목숨과 바꾸며 이루어 낸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그런 만큼 공공의료 확충은 더 이상 후퇴해서는 안 될 시대적 과제이고, 코로나19 대유행의 고난을 가장 힘들게 통과하고 있는 대구시민에게는 더욱 절박한 염원이다.   

우리는 홍 당선자 또한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홍 당선자의 메시지를 보면 공공병원은 돈은 많이 들고, 역할은 부족하며, 민간병원 인프라가 많은 대구지역 의료 여건에서 공공병원 추가 설립은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그러나 공공병원의 경제성 문제는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공공병원을 설립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400~ 500병상 이상의 규모, 현대화된 시스템과 우수한 의료진, 뛰어난 접근성과 종사자의 소명 의식을 갖춘다면 적자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 이점 관련 대구시의 연구용역결과에서도 초기 몇 년간은 투자비용으로 인해 적자가 나지만 몇 년 후에는 흑자로 전환된다고 보고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대구지역의 우수한 의료 인프라로 인해 공공병원 추가 설립의 필요성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연결이다. 대학병원 등 대형 상급 종합병원은 많지만 종합병원은 오히려 적어서 상급 종합병원의 의료 과밀화, 의료 질 저하, 의료비 부담 확대 등의 부작용과 지역 간 의료 격차 문제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다소간이나마 해소해 줄 종합병원은 더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이 필요하고 설립된다해도 민간의료의 위축을 걱정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홍 당선자에게 재차 주문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이후의 공공병원의 필요성과 역할은 크게 달라졌다. 공공병원은 의료위기 시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보루이며 평시에는 수준 높은 치료를 담당하고, 주기적으로 닥쳐올 감염병 유행 시에는 전담병원의 역할을 하는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공공병원이라해서 무조건 경제성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홍준표 당선자, 시정철학과 정책의 중심에 ‘자본’이 아니라 ‘시민’이 자리 잡아야 한다. 끝.

2022.6.27

대구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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