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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조기취학 정책 즉각 철회하라! 유아의 발달 특성과 권리를 무시한 탁상행정
2022년 08월 03일 (수) 14:23:42 평화뉴스 pnnews@pn.or.kr

 [성명서]

만 5세 조기취학 정책 즉각 철회하라!
유아의 발달 특성과 권리를 무시한 탁상행정,

- 어떠한 토론이나 국민적 합의 없이 즉자적으로 내놓은 정책, 피해는 고스란히 유아와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
-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은 달라,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유아의 발달 무시한 정책
- 친구와 놀이로 관계 맺고 성장할 유아의 권리 보장해야


○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전 사전 브리핑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당기는 방안을 발표했다. 계획대로 추진한다면 이르면 2025년부터 입학연령을 3개월씩 앞당기기 시작해 4년 뒤인 2029년에는 모든 유아가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교육청이 이를 수용한다면 2024년부터 시범 실시하는 지역이 나올 수도 있다고 부총리는 설명했다.
 
○ 박 장관의 이 발표내용은 역대 그 어떤 교육정책보다 밀실에서 급조한 것이며, 학교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르고 내놓은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을 하루만 겪어봐도 이 정책이 유아와 초등학생의 발달단계를 도외시한 정책이란 걸 바로 알 수 있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정책의 철회를 강력히 주장한다.
 
○ 첫째, 이 정책은 그 어떠한 토론이나 국민적 합의도 거치지 않고 날것으로 바로 발표되었다. 심지어 대통령 공약이나 인수위에서조차 들어본 적 없는 정책이다. 어떠한 사전 작업도 없는 발표에 혹자는 윤석열 정부가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슈몰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한다. 아무리 교육에 대해 잘 모르는 문외한이라도 초등학교를 1년 앞당겨 입학하는 학제개편안이 얼마나 중차대한 사안인지는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며 교육을 통해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기에, 인간 발달과 관련된 교육정책은 당사자들과 충분한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거쳐 촘촘하게 계획해 진행할 일이다. 특히 학제개편은 학부모, 유아교육계, 초등교육계와 여러 차례에 걸쳐 의논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서 세심하게 다가가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그런 중요한 정책을 즉자적으로 세워 강행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아와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다.

○ 둘째,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박 부총리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대해 “아이 성장의 첫걸음을 국가가 책임지고 뒷받침”하여, “모든 아이가 격차 없이 성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그동안 모든 유아가 적기에 동등한 교육을 받기 위해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지원했던 누리과정은 유아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 질 낮은 정책이었는가? 그렇다는 어떠한 연구 결과라도 가지고 있는가? 대한민국 유아가 초등학교에 1년 일찍 입학하는 것이 과연 모든 아이가 격차 없이 성장하고 질 높은 교육을 받게 되는 길이라는 제대로 된 연구가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모든 정책은 실시 전에 연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연구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그에 대한 실현 가능성도 헤아려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후 실시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만 5세 조기취학 정책은 그런 연구 절차와 과정이 모두 빠졌다.

○ 관련 연구를 굳이 찾는다면, 교육부 장관의 업무보고 3일 전인 7월 2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발표한 ‘아동돌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 모색’ 이슈페이퍼 정도가 있다. 연구라고 하기는 무색하지만 이슈페이퍼 세 번째 내용 ‘K-학년제 도입의 쟁점과 전망’에서 이를 다룬다. 여기서 ‘K-학년(만 5세)을 초등학교에 편제하는 방안’은 여러 방안 중 재정을 최소화하며 반발을 줄이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아의 발달단계에 따라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경제적 논리로 편의성을 추구하는 방안인 것이다. 이슈페이퍼에서 밝힌 것처럼 “미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5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국가가 보육 내지 교육에 책임을 지는 경우에, 해당 아동 교육을 초등학교에 편제하여 운영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해당 이슈페이퍼 136쪽).

○ 셋째,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유아의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과거에 비해 유아들의 체구가 커지고 신체 발달이 빨라졌다고 하지만, 유아기의 수행과업을 충실히 해내는 능력까지 빨리 발달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 생활습관, 사회성 발달, 정서·언어적 발달 면에서 보면, 유아의 체구와 유아기의 능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은 엄연히 다르다. 유아교육이 가정과 같은 분위기에서 충분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달하도록 돕는 교육이라고 한다면, 초등교육은 교과 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하는 교육과정이다. 초등학생은 책상에 앉아 40분이라는 시간 동안 집중해야 한다. 아직 발달단계가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유아에게 책상에 앉아 40분씩 집중하라는 것은 폭력이고 아동학대다. 지금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도 입학 후 1학기는 초등학생이 되기 위한 적응을 위해 시간을 보낸다. 많은 1학년 학생들이 유치원과 다른 초등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현 상황에서, 만 5세 유아가 유치원이 아닌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한다면 그 어떤 학부모와 교사가 반기겠는가?

○ 넷째, 현재 초등학교에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체계가 유치원에 비해 미흡하다. 물론 돌봄교실 등의 운영으로 체계를 만들고 정비하고는 있으나 이는 유아가 가정과 같은 분위기로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활하기에는 부족하다. 초등학교 돌봄은 주로 방과 후에 초등학교 교실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부족하여 돌봄을 원하는 모든 학생이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그에 비해 유치원에서는 ‘방과후과정’이라는 명칭으로 유아의 발달에 맞게 원하는 모든 유아에게 질 높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치원에 유아를 보내는 모든 학부모는 본인이 원하면 등원부터 저녁 7시까지 유치원에서 시스템에 따라 돌봄서비스를 받는다.

○ 국가에서 실시하는 유치원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는 돌봄을 위한 ‘방과후과정’이 수록되어 있으며 국가에서는 학부모에게 돌봄을 위한 지원금까지 제공한다. 초등학교에 돌봄 기능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유치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돌봄서비스를 준비 없이 급하게 초등학교에서 떠넘기듯 실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정책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 다섯째, 유아는 유치원에서 친구와 놀이를 통해 긍정적인 정서를 함양해야 할 권리가 있다. 유아는 놀이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져야 할 고귀한 존재이다. 국가와 사회는 유아에게 유치원에서 충분히 놀이하면서 성장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긍정적으로 깨닫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유아를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고 놀이할 수 있는 1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빼앗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만 5세 조기취학 정책은 유아교육에 대해 모를 뿐 아니라 유아를 존중하지 않고 경제적 논리로만 대하는 이 정부의 빈곤한 교육철학을 드러낼 뿐이다.

○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화 정책은 학부모, 유치원교사, 초등교사, 학계 등 모든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반대하는 정책이다. 인간을 성장시키는 교육정책은 오랜 시간 심사숙고해서 연구하고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한 후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 후 실시해도 늦지 않다. 박순애 장관은 교육계와 온 사회를 뒤흔드는 만 5세 조기취학 정책에 대해 당장 국민에게 사과하고, 계획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 전교조 경북지부는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화 정책을 폐지하는데 경북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임종식 교육감도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또한 교육부의 일방적인 탁상 행정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는 바이며,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도 없이 임명을 강행한 윤석열정부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규탄한다.


2022년 8월 3일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경북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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