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시기본계획, “의견수렴 0건”

평화뉴스
  • 입력 2005.04.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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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2020년 도시기본계획안 '형식적' 공모.
“자료 구경도 못했는데 의견은 무슨...”


“대구시에서는 <2020년 목표년도 대구도시기본계획 변경수립>에 담을 대구의 미래상(비전) 및 발전방향 등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시민들의 고견을 듣고자 하오니 관심있는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의견을 제시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제시하여 주신 의견에 대하여는 관계전문가 및 분야별 계획들과 관련하여 충분한 검토를 거쳐 좋은 의견에 대하여는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대구시가 지난 4월 6일, 시청 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한 내용이다.
그러나, 대구시가 의견을 듣겠다고 한 이날(4.6)부터 어제(4.20)까지 보름동안, 단 한건의 의견도 들어오지 않았다.
굳이 의견으로 꼽자면, 마감일인 어제 대구참여연대가 대구시의 이런 방식을 비판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낸 것이 유일하다.

대구시가 이번에 의견을 받기로 한 ‘2020년 도시기본계획안’은 지난 2000년 8월에 용역에 들어가 올해 안에 확정공고할 예정으로, 지난 1997년 대구시가 수립.공고한 도시기본계획안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시민들이 이와 관련한 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1997년에 수립한 계획안을 봐야만 무슨 생각이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계획안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구시 도시계획과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1997년 수립한 계획안을 도면 등 365쪽 분량의 책으로 펴냈으며, 1,000권정도를 찍어 대학과 관공서, 대구시내 구.구청에 나눠줬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찾아보기엔 너무 먼 곳에 있었다.
동사무소(주민자치센터)에는 아예 나눠주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이 계획안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

게다가, ‘책’을 나눠줬다는 각 구.구청의 경우에도,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민원실이 아니라, 주무 부서인 ‘도시계획과’에만 이 책을 뒀다. 때문에, 이 해당 부서를 찾아가 ‘보여 달라’고 하기 전에는 구경할 수가 없다.

심지어, 대구참여연대가 이 책을 보려고 해도 ‘남아있는 책이 없어서..“라는 담당자의 답변만 들어야 했다. 결국, 시청 자료실에서 자료를 본 뒤 어렵게 의견서를 냈다고 한다.

이처럼 ‘계획안’조차 보지 못했으니 시민들이 ‘의견’을 내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구시의 이번 의견수렴이 ‘형식’에 그쳤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김언호 시민감시팀장은 “도시계획은 대구의 미래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라면서 “이같이 중요한 내용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 밟아 추진하는 것은 시민들을 무시하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실제로 홍보가 덜 된 부분도 있지만,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구시의 ‘2020년 도시게획’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아있다.
먼저, 오는 6월 ‘공청회’를 시작으로,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자문과 ‘대구시의회 의견청취’, 건설교통부 승인 신청, 건교부와 환경부 등 ‘중앙부처의 협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12월쯤 대구시가 확정공고한다.

하지만, 이 많은 절차 가운데, 시민들이 도시계획을 듣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공청회’ 뿐이다.

대구참여연대 김언호 팀장은, “대부분의 공청회는 용역기관의 연구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로, 그 자리에서 긴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대구의 미래상을 짜는 도시계획인만큼, 대구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홍보에 나서 폭넓은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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