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설은 미국의 언론플레이”

평화뉴스
  • 입력 2005.04.27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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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경북대 강연(4.27)서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 맹비난
“북핵문제, 미국 일방주의로는 더 꼬여...여야 한목소리로 미국의 변화 요구해야”


6.15남북정상회담의 큰 역할을 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북한 핵실험설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의 언론플레이"라는 말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오늘(4.27) 오후 경북대에서 '북핵문제와 북미.남북관계의 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특강에서 이같이 말하고, "미국의 이런 일방주의 정책을 바꾸도록 우리 정부와 여야가 한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오늘 강연에서, 최근 불거진 북한의 핵실험설을 비롯해 6자회담과 남북관계, 북한의 변화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먼저, 북한의 핵실험설과 관련해, “북한 핵실험설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의 언론플레이"라면서 "미국이 핵실험설을 이유로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말 역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엔 안보리에 북핵 문제가 회부되더라도 중국 등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이같은 현실을 잘 아는 미국이 이렇듯 강하게 나오는 것은, 북핵문제를 미국의 일방주의로 풀어나가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또, 북한에 대한 미국의 평소 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핵을 개발한 북한의 잘못도 있지만, 미국의 태도도 문제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가겠다고 하면, 미국은 북한을 독재니 폭정의 전초기지니 하며 비난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들과 대화할 명분을 잃게 된다. 심지어, 부시는 김정일의 외모까지 비난하는데 이는 인격적 모독이다. 협상의 대상인 김정일이 좋아하는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부시의 입장이 문제다. 북한의 개방.개혁을 지원해야 하는데, 미국은 북한을 에워싸려고만 한다.

과거 미국이 소련을 봉쇄하려고만 했으면 그들의 개방을 이끌지 못했다. 미국은 왜 유독 북한만 몰아세우고 손을 잡아주지 않으냐. 미국의 이런 태도로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지도 못할 뿐 아니라 북핵문제도 풀 수 없다"


정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미국에 가서 '미국이 북한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잘못됐다. 북한에 구체적이고 대담한 인센티브를 제시해라'는 말을 했다"면서 "열린우리당이 당시 당의장 선거 때문에 환영메시지를 내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박 대표의 그 목소리를 살려내 여야가 손을 잡고 미국에 호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나라) 여론이 두쪽나면 미국은 자기 유리한 쪽으로 풀어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시각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며, 남북관계를 풀어갈 해법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남북관계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보수적인 입장에서 보면 해답이 없다. 전쟁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미국이 한걸음 양보하면 북한을 반걸음이라도 국제사회로 불러낼 수 있으며, 이런 식으로 북미.남북간의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장관시절을 떠올리며 현재 남북관계가 끊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통일부장관을 맡고 있던 지난 2003년, 정확히 석달만에 한번씩 장관급회담을 했으며, 한해동안 남북대화를 38번이나 했다. 한해동안 무려 106일을 남북회담에 썼다. 106일동안 국장급.차관급.장관급회담을 하며 모두 북핵문제를 논의했다. 양보도 요구했다. 쌀과 비료를 가지고 회담을 이끌어 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화가 단절돼 안타깝다.

남북 대화로 얼마나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느냐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얘기가 먹혀들어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내가 '미국에 대들지 마라', '벼랑끝 전술쓰면 덕될 것이 없다'고 하면 그들은 열심히 받아적는다. 그리고, 그런 내용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고된 징후를 많이 느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변화에 대해서도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2001년 1월 노동신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어록이 게재됐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21세기다. 그런데 7-80년대 사고로 일하는 간부들이 있다. 21세기 문제는 21세기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수령님 모시고 일하던 시대의 방식을 고집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정확히 12일 뒤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천지개벽’이란 말을 썼다. 이때부터 북한이 개방하기 시작했다.

김정일, 이 때부터 ‘실리사회주의’를 강조했다. 주요 간부들도 60대에서 30-40대로 대폭 교체됐다. 그리고 2003년부터 모든 시.군 230여개에 공설시장(상설시장) 짓도록 지시해 현재 90여개가 건설됐다. 특히,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한 뒤, 북한 사람들이 장사와 실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북한에도 TV드라마 '겨울연가'가 유행하고 있다. 남조선 문화 너무 빨리 퍼지니까 긴장할 정도다. 현재 북한은 경제를 살리고 인민들 먹여살리려고 뭐라도 하려고 한다."


이와 함께, 통일비용에 대한 일부의 잘못된 논리도 지적했다.

"통일비용이 엄청나게 부풀려져 있다. 이것이 일본과 한반도의 분단이데올로기다. 일부 학자는 10년동안 4조달러를 계산한 학자도 있다. 그러나, 절대 이렇게까지 많지 않다. 또, 지금의 분단비용을 고려해야 하며, 통일 이후 들어가지 않아도 될 분단비용도 통일비용에서 빼야 한다. 못살면 못사는대로 같이 나눠살면 된다."

정 전 장관은 끝으로, 우리 사회의 민간 통일운동에 대한 제언으로 강연을 맺었다.

"통일운동은 민족내부문제며 국제문제다.
그러나, '퍼주기' 등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심화되면서 국내문제가 돼버렸다. 이런 스펙트럼을 줄일 수 있도록 민간단체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대북정책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두쪽나면 힘이 없다.

그리고, 통일운동하는 분들은 국제문제로서 통일문제에 관심가져야 한다. 민간단체들도 미국.중국.일본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 통일을 진심으로 바라느냐, 똑바로 해라, 남북관계 개선 방해하지 마라...

이제 통일 이후를 어떻게 할지 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통일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
과거 일제 때, 독립운동하던 분들이 해방이후를 고민하지 못한 것이, 하나의 설계도를 만들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통일 앞당기는 노력과 함께 통일 이후에 북한을 어떻게 감싸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한편, 오늘 강연은 [경북대 한국교민연구소]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가 '광복 6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했는데, 지역의 평화.통일운동가와 대학생 등 150여명이 참가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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