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머리에 쥐나는 이야기...”

평화뉴스
  • 입력 2005.05.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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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5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기에 맞춰 풀어가자"


통일연대에서 소식지 만드는데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맨날 남 취재하고 남에게 청탁하다, 막상 내가 청탁받아 글을 쓸려니 도무지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며칠을 생각해도 답이 안나왔다. 이리 쓰고 저리 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생각다 못해 통일연대에 전화했다.
김선우 간사의 너무 친절한 대답, “아주 편안하게, 솔직 담백하게, 평화뉴스 이야기든 뭐든 마음대로 쓰세요”...
구세주 같은 그의 대답에 힘을 얻어 ‘아주 편안한’ 얘기로 다시 쓰게 됐다.

어제 잘 아는 한 선배를 만났다.
기다렸다는 듯이 ‘평화뉴스’에 대한 성토 비슷한 비판을 쏟아냈다.
“평화뉴스는 재미가 없다, 주제가 너무 무겁다. 칼럼이나 기사가 너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삶에 지친 독자들한테 희망을 주지 못한다, 맨날 평화니 통일이니...이제 그런 이야기 들으면 머리에 쥐가 난다”
이밖에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참 고마운 충고였다.
하나같이 공감되는 대목이고, 나 역시 미치도록 고민해도 잘 풀지 못하는 숙제들이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얼마나 답답한지...아무런 변명없이, 좀 기다려보면 더 잘할거라며, 고맙다고 말하며 돌아서왔다. 하지만, 공자님 말씀도 세 번 들어면 좀 거시기 하다던데, 비판 받고 기분 좋을리 만무하다. 그래도 그것이 다 평화뉴스에 대한 애정이라 여기니 조금은 위안이 됐다.

물론, 하고자 하면 내게도 핑게꺼리는 무척 많다. 아마 원고지 100장을 써라해도 모자랄 것이다.
취재와 기사는 기본이고, 좋은 기획에 청탁에 사진촬영과 편집에, 하루 평균 7-8개씩 쏟아지는 성명서, 논평, 주장...이런 것들만 처리해도 하루해는 짧기만 하다.

그러나, 독자들은 모든 것을 잘하기를 바란다.
그것도 지역언론과 차별화된, 뭔가 특별한 기사와 기획을 요구한다.
게다가, 나보고 ‘돈까지 잘 벌어야 한다’고 다그친다. 사람 환장할 일이다.
무슨 슈퍼맨도 아니고, 혼자서 어떻게 다하란 말이냐고 퍼붓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거의 매일같이 기사거리를 찾지 못해 쩔쩔 맨다.
기사 없는 날은 ‘뚤뚤 구분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뚤뚤 구불러도 기사를 못찾을 때, 다른 언론인이나 독자들이 얼마나 비웃을까, 얼마나 허무할까 생각하면 더 속상하다. 이쯤되면 퇴근할 맛도,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할 맛도 나지 않는다. 기분이 아주 뭐같다. 이런 날에는 꼭 몇통의 전화가 온다. “오늘은 기사가 없데? 뭐하나? 기사 안쓰고...하루종일 노나?”...사람 염장 푹푹 질러댄다.

반면, 좀 괜찮은 기사를 썼거나 외부 칼럼 내용이 좋으면 기분좋아 어쩔 줄 모른다.
혼자 싱글벙글, 전화받는 목소리부터 다르다.
어떤 날은, 이런 내 모습이 내가 봐도 뭔가에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간혹 아끼는 후배들에게 한번씩 놀릴 때가 있다.
“가슴은 뜨겁제, 머리는 안돌아가제, 속 터지는 일 아이가!”... 요즘 내가 이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다시 얘기를 앞으로 돌려서, “평화니 통일이니 하면 머리에 쥐가 난다”는 말을 생각한다.
평화.통일운동 하는 사람들 들으면 무척 서운하겠지만, 나 역시 이 말에 공감한다.
빠듯하게 하루 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분명 ‘머리 쥐나는 이야기’일 수 있다.

뭔가 좀 재밌고 신선한 얘기를 찾는 요즘 사람들에게, 한반도 평화니 통일이니, 외세니 민족이니 하는 것은 일단 골치가 아프다. 왜냐, 말은 다 맞기 때문이다. 당연히 평화와 통일을 이뤄야 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뭔가를 하기에는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이런 얘기 들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다. 뭔가 책무를 느껴야 하고, 뭔가 나서서 해야할 것 같은데 따라가기는 버겁고...대충 그런 것 같다.

원고 분량상 이쯤에서 결론을 맺어야 할 것 같다. 너무 황당한가?
무엇보다, ‘머리에 쥐가 난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쥐 안나는데 왜 당신 머리는 쥐가 나느냐“고 따지면 될 것도 안된다.
오히려, ”아 예- 머리에 쥐가 나시는군요? 피곤하시죠? 얼음찜질 좀 해드릴까요?“라고 다가가야 한다.
그러면 얘기가 좀 쉬울 것이다.

어짜피, 머리에 쥐가 나든 고양이가 나든, 할 것은 해야 한다.
다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그기에 맞춰 풀어가면 좋지 않을까?
머리에 쥐나는 사람에게는 얼음찜질을 해야지, 그기에 연기 풀풀나는 뜸을 뜰 수는 없지 않은가.

곧 6.15가 다가온다. 통일일꾼들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 통일을 외치고 또 외칠 것이다.
나도 또 뭔가에 미친 듯이 열심히 ‘찍고 쓰고’ 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얼음찜질처럼 뭔가 시원한 것을 전하기 위해 더 뚤뚤 구불며 고민할 것이다. 그 고민이 작품을 만들면, 6.15니 8.15니 하는 것들이 한여름 소나기처럼, 혹은 얼음과자처럼 시원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적어도 보는 사람들 머리에 쥐는 나지 않도록...(설마 이 글을 보며 머리 쥐나는 사람은 없겠지?)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 이 글은, <대구경북통일연대>의 소식지 [우리 민족끼리](가칭) 창간준비호에 실릴 예정으로,
<대구경북통일연대>의 동의를 얻어 미리 평화뉴스에 싣습니다. 소식지는 오는 5월 25일 발간됩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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