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접근없이 감정만 부추기는 신문”(5.19)

평화뉴스
  • 입력 2005.05.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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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 매일신문.영남일보,
<광업진흥공사> 이전설 보도..“확인 않고 반발만”
“어떻게 이럴수가...또 물먹이나...TK 발칵...반발 확산...시.군까지 들끓는다”

매일신문 5월 13일자 1면-4면. 영남일보 5월 13일자 3면- 5월 14일자 3면(왼쪽부터)
매일신문 5월 13일자 1면-4면. 영남일보 5월 13일자 3면- 5월 14일자 3면(왼쪽부터)


<“대구몫 公기업이 광업공사라니...” 어떻게 이럴수가> 매일신문 5.13- 1면
<‘광업公 대구 이전’ 보도 파장 ...“대구.경북 또 물먹이나”> 매일신문 5.13- 4면
<광진공 이전설 ‘TK 발칵’...‘공공기관 이전’ 지역과 협의 강력 촉구> 영남일보 5.13- 3면

<‘공공기관 푸대접’ 지역서 반발 확산> 매일신문 5.14- 1면
<기자노트 - ‘광진공 대구 이전설’ 어쩌면 사실?> 매일신문 5.14- 6면
<‘광진공 TK 이전설’ 반발 확산...시.군까지 들끓는다> 영남일보 5.14 - 3면
<사설 - 공공기관 이전도 홀대하나> 영남일보 5.14 - 6면

“어떻게 이럴수가... 또 물먹이나... TK 발칵... 지역서 반발 확산... 시.군까지 들끓는다”

독자들은 제목에 먼저 눈이 간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대구경북에 난리가 난 듯 보인다.
발칵 뒤집혀 들끓는, 그야말로 경악과 분노로 가득찬 대구경북 유력 일간지의 표정이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지난 5월 13일과 14일 이틀간 이런 제목으로 공기업인 ‘광업진흥공사의 대구 이전설’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광업과 아무 관련없는 대구 땅에 ‘광업진흥공사’라는 엉뚱한 공기업이 온다는 말에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 말의 사실 여부를 떠나 ‘듣는 것’ 자체로도 지역민들에게 짜증과 실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일까? 정말 대구에 '광업진흥공사'가 오는 것일까?
지역 언론이 지역민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에는 이와 관련한 ‘사실 여부’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실 확인을 외면한 채 감정만 부추겼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광업진흥공사'라는 기업이 대구에 절대 오지 못하도록 정부에 쇄기를 박고 싶었을까?
설사 그런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다.
이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어떻게 진실을 외면했는지 살펴보자.

광업진흥공사 이전설의 전모(?).
석간인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다 이전설을 보도한 것은 5월 13일.
이날 동아일보 인터넷홈페이지와 신문에는 ‘윤곽 드러난 공공기관 이전 후보지’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올랐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2일 열린우리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 장소로 한국토지공사는 부산, 한국도로공사는 경남, 대한주택공사는 광주, 농업기반공사 혹은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전북, 한국석유공사는 울산, 한국가스공사는 전남, 한국관광공사는 강원이 유력하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대구 경북 지역이 검토되고 있다....(중략)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 유력 지역은 지역별 산업 기반과의 집적 및 경제 파급 효과가 매우 과학적으로, 균등한 방향으로 고려됐기 때문에 당정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실무 라인에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다만 최고위층에서 조율이 될 여지는 다소 있다”고 덧붙였다...(중략) 그러나 이날 당정회의에 참석한 한 여당 의원은 “합의가 여의치 않으면 공공기관 이전 발표가 다음 달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광업진흥공사의 대구 이전설의 근거는, 동아일보에 난 기사 가운데 한 줄 “대한광업진흥공사는 대구 경북 지역이 검토되고 있다”는 말 뿐이다. 즉,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이 기사 한줄에 근거해 5월 13일자 신문 제목을 달고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동아일보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모르지만, 단지 ‘검토’되고 있다는 한마디 보도에 매달려 1면 톱부터 차고나가는 지역 신문. 그렇다면 지역 신문은 이 ‘검토’ 수준의 보도에 대해 얼마나 확인했을까?

매일신문 5월 13일자 1면
매일신문 5월 13일자 1면
매일신문 5월 13일자 4면
매일신문 5월 13일자 4면


먼저, 매일신문의 논리 전개를 보자.

매일신문은 5월 13일자 1면과 4면에 이와 관련한 기사를 실었는데, 어디에도 사실 확인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매일신문은 <“어떻게 이럴수가”>라는 제목으로, <대형국책사업에 잇따라 외면당하고 있는데 이어 공공기관 이전마저 연관성이 없는 대한광업진흥공사가 대구경북의 후보기관으로 알려지자 지역 사회가 “이럴 수 있냐”며 격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이어 <정부.여당을 성토하는 분위기다...대구시 관계자는 ‘말이 되느냐’며 분노를....>로 전개됐다. 이 기사의 부제는 <지역사회 격앙 “차라리 오지 말라”>고 붙여졌다.

매일신문 이 기사에는 ‘후보기관으로 알려지자’라는 단 한마디의 표현만 있을 뿐, ‘알려진’ 출처- 동아일보-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 게다가, 이 ‘알려진’ 내용을 기정사실화 하듯 논리를 풀어가고 있다. 사안의 중요성과 석간의 마감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보도 행태다.

매일신문은 이날 4면(종합면)에도 톱기사로 <‘대구.경북 또 물먹이나’> 제목의 관련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의 논리 역시 비슷하다. ‘아직 결정 안났다’는 부제와 여당의 입장을 추가하기는 했지만, 야당인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을 따 본격적인 ‘성토’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 기사의 흐름을 보면, <공공기관 이전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정치권은 ‘결정 난 사안은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하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구경북은 또 한번의 정치.경제적 소외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대정부 공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박종근 재경위원장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발끈했다...유승민 대표 비서실장도 ‘정부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부대표는 ‘기정사실화 하지 말아 달라’...>고 보도했다.

영남일보 5월 13일자 3면
영남일보 5월 13일자 3면
영남일보도 5월 13일자 3면(종합면)에 <광진공 이전설 ‘TK 발칵’>을 큰 제목으로, <“지역과 연관없는 기관 말도 안돼...경북에 한전, 대구 도로공사 와야”>를 부제목으로 뽑았다.
다만, 매일신문(1면톱)과 달리 3면에만 실어 기사의 비중을 조절했고, ‘확정되지 않았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내보낸 것이 매일신문에 없는 모습이었다.

이 기사의 흐름을 보자. <13일 대구경북지역에 대한광업진흥공사 이전설이 터져나와 지역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국회 재경위원장인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무소속 신국환 의원은...이에 대해 청와대 이강철 시민사회수석은 ‘대구가 광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광업진흥공사 이전설을 일축하면서 ‘한전 이전 문제 때문에 주요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5.13) 아침에 나온 동아일보. 석간인 매일.영남이 이 조간신문을 보고 따라가기 바빠 사실확인을 하지 못한 것인가? 그래서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사실여부보다 지역의 ‘성토’ 분위기만 전한 것인가? 결론은 아닌 것 같다. 단지 ‘시간’ 문제였다면 다음 날 보도에서는 달라져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음 날(5.14) 매일.영남도 첫날과 비슷한 보도 행태를 보였다. 게다가, 한발 더 나아가 ‘반발 확산...시.군까지 들끓는다’는 식으로 기사를 키워갔다.

매일신문 5월 14일자 4면
매일신문 5월 14일자 4면
매일신문 5월 24일자 6면
매일신문 5월 24일자 6면



매일신문은 5월 14일자 1면 <‘공공기관 푸대접’ 지역서 반발 확산> 제목의 톱기사에서, <대구경북에 광진공의 이전이 검토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간 이후 지역사회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이의근 경북도지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김범일 대구시 정무부시장은...대구경북 공공기관유치추진위원회도 성명을 내고....국책사업 경주유치 통합추진단 이진구 공도대표는...시민 박기준씨는 매일신문으로 전화를 걸어 ‘분통이 터져 참을 수가 없다’...광진공은 이전검토 대상 대형 10개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작다>고 보도했다.

매일신문은 또 이날 6면 [기자노트]에서 <‘광진공 대구 이전설’ 어쩌면 사실?>이라는 글을 실었다. <“과연 사실이 아닐까”...대구시 한 고위간부는 “저치적 환경 탓에 애초부터 대구를 배려해주리란 기대는 가질 수 없었다”면서 ‘아마 광진공의 이전설은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강원도까지 배척운동을 편 광진공을 대구로 옮긴다는 것에 자존심 상해하는 이들이 많다>고 썼다.

도대체 그 ‘이전설’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보도는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어쩌면 사실?>이라는 추측어린 제목까지 붙였다. 왜 그랬을까? 사실인지 아닌지는 언론이 확인해야 할 몫이 아닌가. 적어도 공공기관 이전의 책임을 맡고 있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쪽에 확인해 볼 수는 없었을까?

영남매일신문 5월 14일자
영남매일신문 5월 14일자
영남일보 5월 14일자 6면
영남일보 5월 14일자 6면


영남일보도 비슷했다. 영남일보는 5월 14일자 3면 기사와 6면 사설('공공기관 이전도 홀대하나')을 통해 광진공 이전설에 따른 반발과 비판을 쏟아냈다.

영남일보는 5월 14일자 3면 < ‘광진공 TK 이전설’ 반발 확산 - 시.군까지 들끓는다 - “결코 못받아들여..사실이라면 엄청난 저항 직면>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경주, 포항 등 도내 시.군까지 이에 가세하면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경북도는 ‘광진공이 대구경북에 온다면 이를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일’...이의근 도지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일로, 대구경북민의 엄청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경주,포항 등 방폐장 유치에 나서고 있는 도내 시.군도...>라며 ‘들끓는’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 기사 끝에 <열린우리당 경북도당은 중앙당에 항의와 함께 사실여부를 확인한 결과 ‘사실 무근’임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정병원 경북도당위원장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문희상 당의장실 등에 경위를 알아 본 결과 ’그런 안을 내놓은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한마디로 ’기획된 장난‘에 놀아난 꼴이라고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렇게 여당쪽의 입장을 확인한 영남일보가 왜 기사 제목에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여당이라 해도 ‘도당위원장’쯤의 말은 부제목으로라도 뽑기가 미덥지 못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왜 직접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핵심에 대한 ‘확인 보도’가 없는 것일까?
취재는 했는데 확인이 되지 않은 탓일까, 아니면 아예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일까?...

언론은 ‘진실’을 생명으로 하고 있다. 적어도 ‘사실 관계’는 언론의 기본이다.
앞서 지적한 7가지의 기사와 사설, 기자노트 어디에도 ‘사실 확인’ 보도는 없다.
그러면서도 연이틀 정부쪽에 맹공을 퍼부으며 지역의 반발을 실었다.

‘진실에 대한 접근없이 감정만 부추기는 지역 언론’. 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평화뉴스 매체비평팀]은, 대구지역 5개 언론사 6명의 취재.편집기자로 구성돼 있으며,
지역 일간지의 보도 내용을 토론한 뒤 한달에 2-3차례 글을 싣고 있습니다 - 평화뉴스(www.pn.or.kr)

(이 글은, 2005년 5월 19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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