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하면 아직도 저희는 약간 두근두근 합니다. ‘성’이라 하면 뭔가 신비롭고 새로운 것일 것 같은 그런 상상을 하면서 말이죠. 그렇지만 의례 성교육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은 지루했다고, 따분했다고, 재미없었다고 말하기 일쑤입니다. 왜 그럴까요?“
지난 5월 27일 저녁 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열린 [대구지역 중고등학생 성의식과 성폭력 및 성교육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온 대구 성서고등학교 최슬기(2학년) 학생의 말이다.
최슬기 학생은,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성교육에 대해 거침없이 꼬집었다.
"재미가 없다...쓸데가 없다..너무 대충대충 넘어간다...고리타분하다”
또, “이는 자신 만의 생각이 아니라 동료 친구들의 대다수 의견”이라면서 “선생님! 성교육 시간에 야동(야한 동영상)을 틀어주세요!”라는 다소 당돌한 성교육 제안까지 내놨다.
최 양은 “중학교에서 본 영상물을 고등학교에서 다시 보고 있다”면서, “학생들 대다수가 포르노를 보고 청소년들의 임신과 낙태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식의 학교 성교육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양은 특히, “제 친구 중의 한명은 성교육 시간에 차라리 포르노를 틀어서 현실과 다른 점을 설명해 주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면서 “우리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애인과 성관계를 맺게 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임신 테스트기는 어떻게 사야 하는지’ 같은 실용적인 성교육과 제대로 된 성적 기초지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교육 수업하면 대부분 딸랑 비디오 하나 보고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비디오 보는 시간을 약간 줄이더라도 학생들끼리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며, 어른들의 가치관을 무조건 강요하지 말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양의 말처럼 학교 성교육에 대한 문제가 쏟아졌는데, 송현여자중학교 이양섭 교사는 “학생들의 성교육보다 교사들의 성교육이 더 필요하다”며 교사들의 문제를 꼬집었고,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구지부] 문혜선 대표는 “학교에 있는 보건교사를 통해 성교육을 정규과목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또, [대구지역 중고등학생의 성의식과 성폭력, 성교육 실태조사] 결과가 보고돼 눈길을 끌었다. 이 조사는, 여성단체인 [대구여성의전화]가 지난 4월 12일부터 26일까지 대구지역 12개 중고등학교 학생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학생들이 느끼는 가장 힘든 성폭력 피해는 ‘외모에 대한 언급’...남녀 차별적인 말...불쾌한 성적인 농담"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들은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86.7%)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음란성 메시지나 사진, 그림을 보내는 것’(59.3%), ‘불쾌한 성적인 농담이나 음담패설’(58.5), ‘싫다고 하는데 쫓아다니는 것’(57.6%)에 대해 절반이상의 학생이 ‘성폭력’으로 보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이 느끼는 가장 힘든 성폭력 피해는 ‘외모에 대한 언급’(18,4%)이 가장 많았으며, 남녀 차별적인 말(15.8%)과 불쾌한 성적인 농담(13.4%)이 다음으로 많았다.
또, 성매매와 관련해, ‘성매매를 규제하면 성폭력이 증가한다’는 대답이 47.5%(남학생 50%)로 높게 나타나, 성매매를 합리화하는 그릇된 성의식에 대한 학교 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순결의식’에 대해서는 ‘여자가 순결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는 대답이 65.1%로, ‘남자가 순결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52%)는 대답보다 높게 나왔는데, 이같은 순결의식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각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자위행위’와 관련해서는, ‘여자의 자위행위는 건전하지 못하다’는 대답이 29.7%로, ‘남자의 자위행위는 건전하지 못한 것이다’(24.7%)보다 높았는데, 지난 2001년 다른 단체가 조사 것과 비교해자위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조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구여성의전화]가 마련한 어제 토론회에는, 김정순(대구보건대 여성학 강사)씨의 사회로, 이양섭 교사, 문혜선 대표, 최슬기 학생, 이춘래(대서중학교 보건교사), 최윤희견(경주대 여성학 강사)씨가 패널로 참가해 ‘성교육’과 관련한 발제와 토론을 벌였으며, 학부모 등 70여명이 참가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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