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에 재뿌리는 매일과 조선”

평화뉴스
  • 입력 2005.05.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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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만에 재개된 남북회담, 그러나 언론은?”
[매일신문] ‘북 버티기에 또 판정패’ ...[조선일보] ‘이런 남북회담이 뭐가 그리 기쁘단 말인가’


지난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개성에서 남북 당국사이의 실무회담이 진행되었고 공동보도문을 발표하였다 공동보도문은 아래와 같다.

<공동보도문>(전문)
남북 당국사이의 실무회담(차관급)이 2005년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개성에서 진행되었다.

회담에서 쌍방은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5주년을 맞는 올해에 온 겨레의 염원과 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고 다음과 같이 협의하였다.

1. 남과 북은 6.15남북공동선언 발표 5주년을 계기로 평양에서 진행되는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장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당국 대표단을 파견하여 이 행사가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는데 합의하고 이를 위한 실무협의를 가지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제 15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

3. 남측은 인도주의와 동포애적 입장에서 5월 21일부터 당면한 봄철 비료 20만톤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2005년 5월 19일 개성



대북송금특검 도입으로 6.15 공동선언의 정신이 큰 훼손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북측은, 2004년 참여정부의 탈북자 기획입국, 김일성 주석 서거 10돌 민간조문단의 방북 방해등으로 더욱 더 참여정부의 통일의지와 상호공존, 민족공조에 대해 짙은 의심을 가졌으며, 2004년 7월 이후 10개월동안 공식적으로 남북사이의 모든 공식회담이 중단되었었다. 그동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건설 등은 진척되었지만 공식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측당국이 참여정부에 대한 6.15 공동선언 이행의 의지, 통일에 대한 진실성을 문제 삼았고 남측 또한 이에 대해 어떤 책임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남북대화가 중단된 지난 10개월의 기간은 6자회담이 중단된 기간과도 중복되며 [핵문제]를 둘러싸고 북 - 미간의 첨예한 대립과 대결이 진행되었다. 3차 6자회담이 2004년 6월 23 - 27일까지 진행되었으므로 6자회담 중단과 남북당국사이의 회담 중단은 거의 일치한다. 즉 6자회담속의 [북-미] 대화 단절과 남북대화의 단절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미국은 6자회담의 한축이자 이른바 한미동맹이라는 미명하에 그동안 남, 북관계의 찬물을 끼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장기간의 남북 당국사이의 대화단절과 [핵문제]로 인한 한반도의 전쟁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북측의 실무급회담 제안과 진행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애초 이틀간의 회담일정을 두배인 나흘이나 진행하면서 어렵게 발표한 공동보도문은 더욱 의미있다고 본다.

오랜만에 만난 회담이니 만큼 양측이 할 얘기가 많았을 터이고 모처럼 맞은 기회에 남, 북 양측은 준비해온 의제를 적극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했을 터이다. 양측이 서로 아쉽고 미진한 것이 있다해도 회담을 지켜보고 있는 민족구성원의 일원으로 나는 그저 반가울 뿐이다. 물론 남, 북관계에서 현실적으로 풀어야 하는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 그동안 보아왔듯이 이런 문제들이 한 두 번의 회담으로 정리될 수도 없을뿐더러 아직 그 만큼의 합의를 이뤄낼 만큼 신뢰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본다.

6.15 공동선언 발표 5돌! 광복 60돌!을 맞이하는 올해, 남북 대표들이 자주통일원년으로 천명하고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 북, 해외공동행사 준비위원회를]를 그야말로 전민족적으로 구성하여 평화, 통일운동의 시동을 걸고 있는 이때에 당국자들 또한 “온 겨레의 염원과 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에 따라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매일신문 5월 20일자 기사(4면)
매일신문 5월 20일자 기사(4면)
그런데 역시나 잔치집에 재 뿌리는 사람은 있는 법, 냉전적 시각을 가진 일부 언론은 여전히 찬물울 끼얹고 있다.

매일신문은 5월 20일자 기사에서 “비료만 퍼주고 核(핵)은 건드리지도 못하고...北 버티기에 또 판정패”라는 제목을 달았다. 남북이 무슨 대결이나 게임을 하고 있는가? 남북이 꼭 적대적으로 싸워야만 하는가? 북한을 ‘버티기’로 표현하고 남한을 ‘판정패’로 몰아 10개월만에 어렵게 재개된 남북대화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매일신문은 또, 같은 날(5.20) 사설에서도 [‘北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盧 정부]라는 제목으로, 이번 회담을 ’비료회담‘으로 격하시켰다. 또, [북핵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끝냈다고 정부를 향해 비난하고 있다.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이 남북관계와 외교에 있어서 최우선이라 했던 참여정부에게 왜 이번 회담에서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냐고 질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남북 당국자 회담에서 북핵 문제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남북 공동의 일치된 견해 정도는 적어도 끌어냈어야 했다”고 얘기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같은 날 사설 [이런 남북회담이 뭐가 그리 기쁘다는 말인가]에서도 비슷한 기조로 [핵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는 것을 지적하며 “이번 회담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을 주무 장관이 이렇게 몰라서야 어떻게 국민과 함께 남북관계를 열어 갈 수 있겠는가”고 반문하고 있다.

매일신문 5월 20일자 사설(2면)
매일신문 5월 20일자 사설(2면)
참여정부의 전반적인 외교정책과 통일정책을 두둔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두 신문의 위와 같은 논조에 대해서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그들은 회담결과에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

회담 결과보다 회담자체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국가보안법의 존치를 주장해오던 두 신문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그것도 고위급에 속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온 참여정부에 대해서 불만인 것은 아닌가?

이번 회담에서 합의한 6.15 민족통일대축전의 남측당국 대표단의 파견, 장관급회담의 재개, 비료지원은 막힌 남북관계를 시급히 개선하기 위한 중차대한 과제들이다.


먼저, 6.15 공동선언 발표 5돌을 맞아 남, 북의 합의하에 진행하는 [6.15 공동선언 발표 5돌 민족통일대축전]의 남측 당국자들의 참가는 6.15 공동선언을 남, 북, 해외의 민과 관, 온 겨레가 그 뜻을 받들고 이어나가자는 것으로 특히나 의의가 있는 것이다.
둘째, 장관급회담의 재개는 차관급회담으로 막혀있던 남북대화를 뚫었다면 장관급회담을 통해 남북대화를 본궤도에 올리는 것이다.
셋째, 비료지원은 북의 어려운 상황은 동포애를 가지고 인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남북사이의 신뢰를 쌓는 것으로 그 의의가 크다 하겠다.
이런 회담의 성과에 대해 일언반구없이 회담결과에 대해 비난하는 두 신문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두 신문이 주장하는 [북핵문제]가 차관급회담의 주 의제가 되고 양측간의 합의를 이끌어내오기에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 그동안의 장관급회담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정도로만 명시되어 왔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기본으로 [대북 핵선제공격계획]을 세워놓고 북의 무조건적인 핵포기가 아니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는 조건에서 남북간의 어떤 합의가 가능하단 말인가? 참여정부가 부시행정부로부터 전쟁포기선언을 받아서 남북회담에 나갈 것인가?

입장을 바꾸어 북이 만약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핫 이슈가 되었던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들고나온다면 남측은 어떻게 하겠는가? 차관급회담이든 장관급회담이든 의제로 삼을 수 있는가? 합의문에 합의할 수 있는가? 회담은 쌍방이 하는 것이고 남북대화에서 쌍방의 이해와 요구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은 우리민족의 통일지향적이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지향해야 하는 것으로 맞추어져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주범이 미국과 일본이라고 대답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을 두 신문은 알고나 있는가? 이번 회담에 대해 허탈감을 느끼는 겉 국민들보다 두 신문이 아닌가? 두 신문의 기사와 사설을 통해 모처럼만에 조성된 남븍대화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없고 고의적으로 여론을 한 방향으로 몰고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국민들에게 물어보라. 이번 차관급회담의 결과를 보고 허탈감을 느낀 국민이 얼마나 되는지.
두 신문을 보며 허탈감을 느낀 국민들이 더 많지나 않은지 알아볼 일이다.

오택진(대구경북통일연대 사무처장)

* 1972년 울산에서 태어난 오택진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룬 뒤, 2003년 8월 [대구경북통일연대] 창립 때부터 사무국장과 사무처장을 맡아 통일운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5월 23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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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기 [시민사회 칼럼]은 2005년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모두 16차례 연재됩니다.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5.30(월) 권혁장(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
6.6(월) 윤삼호(대구DPI(대구장애인연맹) 정책부장)
6.13(월) 권상구(거리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6.20(월) 오택진(대구경북통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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