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보도, 잘못에 사과도 않는 신문"(5.31)

평화뉴스
  • 입력 2005.06.0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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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 매일신문.영남일보...
공공기관유치 '갈등 부각' / 엠바고 깬 그 후...

매일신문 5월 26일자 3면(종합면)
매일신문 5월 26일자 3면(종합면)


매일신문은 5월 26일자 3면(종합면)에서 '대구시,한전 공조파기 이유뭘까'라는 제목의 다소 '걱정되는' 큰 박스 기사를 실었다.

내용인즉 "한전과 방사성 폐기장의 연계를 주장해 온 경상북도를 거들던 대구시가 느닷없이 '정부에게 결정을 일임한다'고 밝히는 바람에 대구시와 경북도가 막판에 의견을 달리하는 등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것.

기사는 "조해녕 대구시장이 한전 이전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각 시도 간의 과열경쟁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는 대승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조 시장이 정부나 국가균형발전위로부터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대구의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고심의 산물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5월 27일 종합면에는 "한전 유치 사실상 ‘대구-광주 2파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한국전력의 이전 방식이 '한전+한전관계사 2곳'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대구`경북의 공공기관 유치 전략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전하고 있다.

매일신문 5월 27일자 3면(종합면)
매일신문 5월 27일자 3면(종합면)


이러한 상황 변화로 대구시와 광주시가 한전 유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 매일신문은 곧바로 "대구시의 경우 한전의 경북행을 지지했지만, 경북이 한전을 포기하는 등 상황이 급변하자 한전의 역내 유치를 심각하게 저울질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소식을 덧붙인다.

'경북도도 대구시가 한전 유치에 나설 경우 '지원 사격'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조해녕 대구시장과 이의근 경북도지사 간의 공조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는 설명이 뒤를 따르고..

매일신문은 대구시 관계자가 "경북도에 10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유치를 원하는 상황에서 한전 같은 유관기간을 인근 대구에 배치하는 게 마땅하다는 논리가 먹혀들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경북과 공조해 정부에 '원칙에 따른 한전 이전'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등 전략도 모색하고 있다'면서 기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바로 하루 전에 '공조 파기' 운운하며 대구시가 마치 정치 모르배마냥 경상북도를 배신한 듯한 뉘앙스를 주더니 하루 만에 다시 '서로 돕는 화기 애애한' 분위기로 바뀌고 말았다.

물론 워낙 중차대한 일이라서 중앙정부마저 갈팡질팡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들 또한 혼란에 빠질 개연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하루 사이에 전혀 다른 내용의 기사를 쓰면서도 앞서 보도된 기사 내용과 관련해서는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한마디 언급도 없는 것은 정말 '생뚱맞은' 일이다.

정말 대구시가 하루 아침에 '마음'이 변한 것이라면 적어도 "중앙정부 결정에 따라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한 대구시가 머쓱해졌다"는 등의 언급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공조를 파기당한 경북도가 어떻게 금세 "대구시가 한전 유치에 나설 경우 '지원 사격'에 나설 방침"을 세우고 또 "조해녕 대구시장과 이의근 경북도지사 간의 공조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지. 경상북도의 아량이 돋보이는 가운데 두 기관간 '우정'이 눈물겹다고 해야 하는 걸까?

결국 이 기사는 양 당사자 사이의 갈등을 부각시켜 독자의 시선을 끌려는 고질적인 언론의 행태를 다시 한 번 드러내 주었다고 하겠다.

두 지방자치단체의 각기 다른 입장을 다룬 신문기사를 보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라는 말을 떠올려야 하는 현실에서 '주민 화합', '국민 화합'이라는 가치는 무색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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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고 파기, 한겨레.동아일보.중앙일보는 사과문...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엠바고 파기에 대한 사과문을 실은 [한겨레]와 [동아일보](5월 23일자)
엠바고 파기에 대한 사과문을 실은 [한겨레]와 [동아일보](5월 23일자)


지난 23일 영남일보와 매일신문 인터넷판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배양 성공 기사와 관련해 엠바고(보도시점제한)를 파기한 한겨레,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이 사과문을 게재했다는 연합뉴스 기사를 실었다.

지난 4월 28일 계명대 박종구 교수의 ‘유전자 기능 대량분석 신기술’에 대한 연구결과와 관련해 엠바고를 파기한 장본인들로서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할 만하다.

한겨레는 사과문에서 "'인터넷한겨레'가 18일 밤 9시께부터 1시간여 동안, 이튿날 새벽 3시로 보도유예가 요청된 '황우석 교수의 치료용 줄기세포 배양 성공' 기사를 실은 바 있다"면서 "제작상의 실수였음이 발견되어 즉시 삭제했고, 황 교수 또한 '이로 인해 <사이언스>가 불이익을 주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황 교수와 독자들께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데일리 홈페이지]에 실린 사과문
중앙일보 [데일리 홈페이지]에 실린 사과문
이미 작년에 한 차례 엠바고 파기 논란을 불렀던 중앙일보도 영문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한편 사이언스측에 사과문을 보냈으며 동아일보는 <사이언스>가 엠바고 파기 언론사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엠바고 파기 사실을 밝히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어찌됐든 이번 일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기자들은 사이언스 회원 등록이 취소되고, 이곳에 실리는 논문을 이용해 취재할 수 없게 될 처지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신문은 본지도 아닌 인터넷에 실린 기사로 인해 막대한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 황 교수의 논문이 크게 폄하되는 일은 없었지만, 전 언론이 엠바고를 파기해 가면서 호들갑을 떨었다면 어찌됐을까 생각하면 아찔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계명대 박종구 교수의 경우로 돌아가 보자.
당시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커버스토리로 다뤄질 예정이었던 박 교수의 논문은, 지역 언론의 엠바고 파기로 단순한 '이슈'코너에 실리는 허탈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엠바고를 깨고 박종구 교수의 연구결과를 보도한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1면(4월 29일자)
엠바고를 깨고 박종구 교수의 연구결과를 보도한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1면(4월 29일자)


그러나 신문 본지 1면에 '미리' 기사를 실었던 해당 언론사가 향후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

행여 당시 일로 해서 박 교수가 향후 연구활동에 지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역 여론을 선도한다는 두 신문의 이같은 행태는 박 교수는 물론 독자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평화뉴스 매체비평팀]은, 대구지역 5개 언론사 6명의 취재.편집기자로 구성돼 있으며,
지역 일간지의 보도 내용을 토론한 뒤 한달에 2-3차례 글을 싣고 있습니다 - 평화뉴스(www.pn.or.kr)

(이 글은, 2005년 5월 31일 <평화뉴스> 주요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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