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인구중에 단 두명의 만남이지만...”

평화뉴스
  • 입력 2005.06.1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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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선언 5돌> 오택진
...“우리 딸에게 또 통일운동 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시민사회 칼럼 45>
민족사에 길이 빛날 역사적인 남과 북의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반세기 분단의 벽을 훌쩍 넘어 탄생한 통일의 옥동자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5년째가 된다.

2000년 그날, 새롭게 사회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나는, 자취방에서 밥도 먹지 않고 TV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악수와 포옹, 이어지는 상봉모임... 전 세계 50억 인구 중에 단 두명이 만나는 상봉이지만, 우리민족에게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하고 눈물을 흘리며 지켜보았다.

6.15 공동선언의 발표로 금강산 관광 100만명 돌파, 14차에 걸친 장관급회담, 개성공단 건설 등 분단 55년의 세월동안 금기시되었던 남과 북의 교류협력, 화해와 단합이 가히 혁명적으로 진행되었다. 머리에 뿔달린 빨갱이 북녘 동포들은 우리와 한피를 나누고 한 언어를 쓰고 있는 동족이자 동포로 인식되었다. 누가 뭐래도 6.15 공동선언은 조국통일선언 민족대단결선언 화해협력선언인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이 주는 감동과 감격에 잠기면서 나는 며칠전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을 떠올린다. 노무현 대통령이 26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2시간 남짓 조지 부시대통령을 만났다. 한미동맹, 북핵문제등 한미간의 주요의제들에 대해 의논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동맹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북핵문제도 평화적으로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TV화면을 보면서 머릿속에 또 하나의 장면을 상상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옆에 앉아있는 이가 부시가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으면’...그리고 ‘백안관이 아니라 청와대나 백화원영빈관(남북정상회담장소)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한미정상회담의 과정과 결과는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감동도 감격도 주지 않는다.
혹시 대북강격정책이 발표되지는 않는지 불협화음이 있지는 않는지 하는 걱정뿐이다. 그러나 상상해보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주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만으로도 감격이고 기쁨이고 긍정이지 않는가?

올해 평양에서 진행되는 6.15 공동선언 발표 5돌 민족통일대축전에 필자는 대표단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의 요청으로 민족통일대축전 행사 규모가 축소되면서 필자를 포함한 6명이 방북길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6.15 공동선언 발표 5돌에 성대하게 진행되는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고도 싶었고 조선의 심장부라고 하는 평양구경도 하고 싶었다. 행사가 평양에서 있기에 2년전 대구유니버시아드에서 만난 북측응원단 평양음악무용대학 학생들도 만났으면 하는 기대가 컸다. 예기치 못한 변수 때문에 이런 나의 꿈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북측이 통일대축전의 규모를 줄였던 이유...
“전 세계에 55대 밖에 없다는 스텔스 F-117기의 한반도 배치...북의 위기 의식은 우리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그러나 나의 평양행 좌절보다 더 큰 문제는 북이 통일대축전 규모를 축소했던 이유이다. 북이 6월 1일자 보내온 팩스에는 “....<핵문제>를 걸고 우리 공화극을 압살하려는 미국은 최근 우리 체제를 보다 엄중하게 비방중상하는 한편, 스텔스 전투폭격기를 남조선에 투입하면서 조선반도 정세를 예측할 수 없는 극히 위험천만한 국면에로 몰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5월 말에 스텔스 F-117 15대의 한반도 배치가 북이 이러한 판단을 하고 통일대축전 규모를 축소한 주요한 근거이다. 50년 한국전쟁이후 55년간 적대상태로 지내 온 북과 미국이다. 지난세월동안 북과 미국은 한번도 평화적으로 지낸적이 없으며 푸에블로호사건, EC-121기 격추사건, 94년 핵위기, 98년 미사일위기등에는 전쟁직전까지 간적도 많았다. 이런 과정에 북이 미국과 주한미군의 이동, 훈련, 무기배치등에 대해서 느끼는 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할 것이라 짐작된다.

여기에 대해, 6.15 공동위원회 남측준비위 백낙청 상임대표는 “스텔스기 등을 둘러싼 북한의 정세인식이나 위기의식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점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 세계에 55대밖에 없다는 스텔스 F-117기가 15대가 한반도에 배치되었다는 것 자체가 군사적으로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진다고밖에 볼수 없다. 한-미 군당국은 훈련용이라고 하지만 군사작전전개에 있어서 누가 공공연히 전쟁용이라고 떠들고 다니는가? 특히 스텔스기 배치를 전후해서 부시의 이북 정권붕괴발언은 더욱 더 북이 상황을 심각히 인식하게 했을 것이다.

6.15 공동선언 발표 5돌이 되어 교류협력사업의 비약적 확대, 발전과 민족구성원의 민족화해 대단결의식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변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의 운명과 민족의 장래에 아직 미국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이 합의하고 성대하게 치루기로 한 행사가 미국에 의한 [전쟁가능성]이라는 무시무시한 위험앞에 규모가 축소되는 것으로 보아서 남과 북의 화해와 단합과 함께 남과 북에 공히 위협적으로 존재하는 미국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6.15 공동선언 1항에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있다. 배타적인 자주를 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외세의존적인 자주를 얘기하는 것도 아닌 ‘우리 민족끼리’에 대해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민족통일대축전 행사를 위해 평양으로 출발한 정부측 대표단장인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이번 행사는 제2의 6.15를 열어 나가는 것을 남북이 공히 다지는 의미가 있다”고 얘기하였다. 제2의 6.15시대를 열어가는데 우리 모두 힘을 모으자.

이제 막 10개월된 딸아이의 귀여운 재롱을 보면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진지하게 “너도 커서 훌륭한 통일운동가가 되어라”고 했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가 한소리 한다. “아니 윤서(딸의 이름)한테 통일된 조국을 물려줄 생각을 해야지, 우리 딸이 커서 또 통일운동 해야 되면 그때까지 분단돼 있으란 말이냐”...

후대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위해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

오택진(대구경북통일연대 사무처장)

* 1972년 울산에서 태어난 오택진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룬 뒤, 2003년 8월 [대구경북통일연대] 창립 때부터 사무국장과 사무처장을 맡아 통일운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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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시민사회의 건강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시민사회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제 3기 [시민사회 칼럼]은 2005년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모두 16차례 연재됩니다.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5.30(월) 권혁장(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
6.6(월) 윤삼호(대구DPI(대구장애인연맹) 정책부장)
6.15(수) 오택진(대구경북통일연대 사무처장)
6.20(월) 권상구(거리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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