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의 오보 도미노”(6.14)

평화뉴스
  • 입력 2005.06.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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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연합뉴스> ‘경북 공시지가’ 오보.
<매일.경북.대구신문.대구일보> “오보까지 베끼기”


연합뉴스의 ‘오보’를 지역신문들이 그대로 베끼는 바람에 ‘연쇄 오보’ 사태가 일어났다.
지난 5월 30일 오전 10시57분, 연합뉴스는 <토지개별공시지가 대구 61%, 경북 91% 올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시.군별 지가 상승률이 안동시가 32%로 가장 높았고, 영천시 26.9%, 상주시 20.5%, 경산시 15.3% 등이며, 구미시가 14.4%로 가장 낮았다”라고 적고 있다.

[연합뉴스] 5월 30일자 보도
[연합뉴스] 5월 30일자 보도


하지만 이 기사는 오보로 밝혀졌다.
연합뉴스가 이날 보도한 기사는 경상북도가 발표한 보도자료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경상북도 보도자료 <2005년 개별공시지가 결정공시(5.30)>를 보면, 지가 상승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지역은 안동시가 아니라 청도군이다. 안동시는 연합뉴스의 보도와는 달리 15.87%의 상승률을 기록, 경북 평균치 18.98%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상북도]가 낸 보도자료(5월 30일)
[경상북도]가 낸 보도자료(5월 30일)


이 뿐 아니다. 영천시는 실제로 9.3%지만 연합뉴스는 26.9%로 표기했다.
또, 상주시 18.86%(연합 20.5%로 표기), 경산시 13.58%(연합 15.3%로 표기), 구미시 23.81%(연합 14.4%로 표기)로 나타나는 등 연합뉴스 기사의 데이터가 사실과 크게 달랐다.

“연합뉴스, 왜 오보했을까?”

그렇다면 연합뉴스는 왜 이런 치명적인 오보를 했을까?
짐작컨대, 이날 오보는 담당기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된 오독(誤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경북도의 보도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면, 도표는 각각 2개 시군을 가로로 나란히 묶어 배열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땅값 상승률이 가장 높다고 밝힌 안동시는 청도군과 짝을 지어 배열되어 있으며, 영천시는 칠곡군과 나란히 표시되어 있다. 이밖에 경산시, 구미시도 각각 울진군과 고령군과 나란히 기재되어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청도군의 상승률 32.24%를 안동시의 상승률로 잘못 봤을 수 있다.
이것은 연합뉴스가 사례로 든 안동, 영천, 경산, 구미의 상승률이, 가로로 나란히 배열된 다른 시.군의 상승률 수치와 일치하는데서도 드러난다. 즉, 담당기자가 청도군의 수치를 안동시의 수치로 오독한 셈이다.

매일신문, 대구일보, 경북일보도 ‘연쇄 오보’

[매일신문] 5월 30일자 30면
[매일신문] 5월 30일자 30면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연합뉴스 베끼기에 급급한 지역신문들이 사실 확인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연쇄적으로 오보를 낸 것이다.

5월30일자 매일신문 30면에 실린 <개별공시기자 상승…대구 10%․경북 19%>기사에는 연합뉴스의 기사를 그대로 베낀 흔적이 보인다.

이 기사 마지막 단락에는 “시군별 지가 상승률(도평균)은 안동시가 32%로 가장 높았고, 영천시 26.9%, 상주시 20.5%, 경산시 15.3% 등 이며, 구미시가 14.4%로 가장 낮았다”라고 적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와 비교할 때 토씨하나 틀리지 않는다.
‘그대로 베꼈다’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매일신문도 이날 엄청난 오보를 하고 말았다.


[경북일보] 5월 31일자 18면
[경북일보] 5월 31일자 18면
다음 날 조간신문인 경북일보 역시 매일신문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경북일보는 “시군별 지가 상승률은 안동시가 32%로 가장 높았고, 영천시 26.9%, 상주시 20.5%, 경산시 15.3% 등이며, 구미시가 14.4%로 가장 낮았다”며 연합뉴스의 오보를 그대로 따라 썼다.


5월 31일자 대구일보는 한술 더 뜬다.
대구일보는 <땅값, 대구 61% 경북 91% 올랐다>라는 제목으로 1면에 4단으로 큼지막하게 보도했다.
특히, 연합뉴스의 제목까지 그대로 썼다. 그런데 이 제목 역시 부정확한 표현이다.

[대구일보] 5월 31일자 1면
[대구일보] 5월 31일자 1면


이 신문의 이날 제목은 마치 대구와 경북의 전체 땅값이 각각 61%, 91% 오른 것처럼 읽힌다.
정말 그럴까?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면 이 제목이 오보였음이 분명해진다.
기사는 조사대상 필지 중 61%(대구)와 91%(경북)가 땅값이 오른 것으로 되어있다.
이것은 대구일보의 제목처럼 ‘대구와 경북의 전체 땅값이 61%, 91% 올랐다’라는 의미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영남일보와 대구신문은 어떻게 이 기사를 다뤘을까.

 [영남일보] 5월 30일자 27면
[영남일보] 5월 30일자 27면
영남일보는 30일자 27면에 ‘도도화장품 땅값 守城’ 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영남일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남일보는 이날 경북의 지가상승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매일, 대구, 경북일보 등3신문과 달리 ‘연쇄오보’를 비켜간 셈이다.

그렇다고 영남일보가 이날 면죄부를 받을수는 없다.
경북지역과 관련된 정보가 유난히 소외되는 지역신문의 뉴스편향속에 대구지역의 정보에만 취중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구신문] 5월 31일자 1면
[대구신문] 5월 31일자 1면
31일자 대구신문은 자체적으로 오보를 냈다.

이날 이 신문은 시군별 지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을 ‘김천시’로 표기했다. 안동시도 청도시도 아닌 김천시로 표기한 이날 이 신문의 분석은 아무리 뜯어봐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세 신문 모두 자사가 직접 취재한 것처럼 '기명보도'

문제는 더 있다.
매일신문, 대구일보, 경북일보의 '뻔뻔함'이다.
이들 신문은 연합의 기사를 그대로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용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채 자사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것처럼 보도했다.
오보까지 베끼고도 당당한(?) 보도관행.
지역신문들의 잘못된 관행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신문사가 통신사의 기사를 게재하면서도 전재사실을 명시하지 아니한 채 자신이 직접 취재한 것처럼 보도한 경우에는 자기 책임하에 진위여부를 직접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을 경우 면책될 수 없다”라는 판례는 지역신문들이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정정보도는 왜 안하나?”

연쇄오보 이후 해당 신문사들은 아직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오보의 빌미를 제공한 연합뉴스 역시 정정보도 한 줄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독자들의 ‘건망증’에 의지해 별 부끄러움 없이 덮어버리는 언론의 구태, 지역신문이 싸구려가 되어가는 이유인데도 말이다.

한편으로는 무서운 일이다. 언론이 언어의 쓰임새에 대한 반성도 없이, 자신이 내뱉은 생각들이 던지는 파장에 대한 고려도 없이, 함부로 말하고 쓰고 표현한다는 것이 아찔하기까지 하다. 신문의 신뢰는 물론 차별화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베끼기 관행, 신문에 있어 죽음에 이르는 병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평화뉴스 매체비평팀]은, 5개 언론사 6명의 취재.편집기자로 운영되며,
지역 일간지의 보도 내용을 토론한 뒤 한달에 2-3차례 글을 싣고 있습니다.
매체비평에 인용된 기사 가운데 '기자 이름'은 편집과정에서 지웠음을 알려드립니다.
매체비평과 관련해, 해당 언론사나 기자의 반론, 지역 언론인과 독자의 의견도 싣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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