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 “주는 손이 더 부끄러워야...”

평화뉴스
  • 입력 2004.02.0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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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경찰서 출입기자들 촌지 거절...언론계 촌지 관행 끊는 계기 되기를




◇ 촌지를 주는 손이 더 부끄럽도록 하는 것은 결국 기자들의 몫이다.(참고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지난 이틀동안 ‘촌지’를 둘러싼 소문이 대구지역 기자들 사이에 나돌았다. 경찰의 한 고위 간부가 출입기자들에게 ‘돈봉투’를 건넸다는 이야기와 함께, ‘촌지의 액수’와 ‘기자들이 그 돈을 어떻게 처리했다’는 말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어떤 기자는 그런 소문 자체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한 기자는 “아직도 촌지를 주고 받는 사람이 있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불문률처럼 ‘언론계의 촌지’ 이야기는 기사로 나오지 않았고, 촌지를 둘러싼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조차 꺼리는 사람이 많았다.

"언론계의 촌지 관행...기자로서 정말 부끄럽다"

지난 3일 저녁, 대구지역의 한 일간지 기자는 ‘촌지’와 관련한 내용을 평화뉴스측에 알려왔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지난 2일 오전과 오후에 대구지역 경찰의 한 고위 간부가 일선 경찰서에서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출입기자들에게 ‘돈봉투’를 건넸다”는 것이다. 또, 소문으로 들은 그 촌지의 ‘금액’도 함께 적어보냈다.
그 기자는 전화통화에서 “아직도 언론계의 촌지 관행이 남아있다는게 기자로서 정말 부끄럽다”면서, “기자들이 그 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돈봉투를 주는 것 자체가 지역 기자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이 건넨 촌지...출입기자들이 거절”

그 기자의 말에 따라 ‘촌지’에 대한 취재에 나섰지만, 이같은 제보와 소문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먼저, 촌지를 건넨 것으로 알려진 경찰의 고위 간부와 직접 만나거나 통화를 할 수 없었고, 해당 경찰서에 있었던 기자들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결론’만 짧게 말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해당 경찰서 출입기자 가운데 2명이 말한 ‘결론’을 들어보면, “경찰의 한 고위 간부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돈봉투를 줬다”는 것과, “기자들은 그 돈을 받지 않았다”거나 “그 자리에서 돌려줬다”는 것이다.
특히, 그 가운데 한 기자는 “내가 (경찰서에) 출입하는동안 그런 돈을 받은 적도 없고, 받는 것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기자는 “이런 소문(기자들이 촌지를 받았다는 소문)이 나면 결국 기자들이 피해를 본다”면서, “그날 경찰서서에서 받은 돈은 그 자리에서 돌려줬다”고 말했다.

언론계의 촌지 관행, 언제쯤 사라질까...

대구지역에서는 지난 해 연말에도 이와 비슷한 ‘촌지 소문’이 있었다. 또, 신입생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역 대학가에도 촌지나 접대문화가 심해진다는 말들이 많다.
지역에서 10년이상 근무한 한 기자는 “지난 ’90년대 초까지만해도 매월 정기적으로 촌지를 주는 관공서도 있었다”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까지 언론계의 촌지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곧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지역의 한 기자는 “돈이 많이 풀리는 선거철인만큼, 기자들에게 건네지는 ‘촌지의 유혹’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돈봉투를 주는 것 자체가 지역 기자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한 기자의 말이 되새겨진다. 우리 사회, 특히 ‘진실’을 말하려는 언론계에서는 ‘촌지를 주는 손이 더 부끄러워야’ 한다. 그리고, ‘그 손이 더 부끄럽도록 하는 것’은 결국 기자들의 몫이다.
지역의 한 경찰서 출입기자들이 보여준 모습이 ‘언론계의 촌지 관행’을 끊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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