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피해가는 대구지하철”

평화뉴스
  • 입력 2005.07.0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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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45> 권상구.
...“지하철역, 문화적 전략이 필요하다”
“이벤트홀 하나로 면피, 나머지는 돈 벌이 상가로 들어차 있는 대구 메트로센


대구에서 지하철은 업(業)이며 업보(業報)이기도 하다. 지하철 건설경기를 통해 수많은 직업을 생산해낸 업(業, 일거리)이면서 장기간의 거대공사로 상인동, 중앙로역, 복공판이란 단어를 대구 시민들의 가슴에 각인시킨 업보이기도 하다.

1991년 지하철 1호선이 기공식을 한 이후 상인동의 아픔이 사라지기 전에 2호선의 땅을 파기 시작했다. 현재는 중앙로역 희생자 추모공원도 마무리도 안 되었지만 2호선은 개통식을 준비하고 있다.
칠곡에서 범물을 잇는 3호선을 경전철로 구상하고 있는 시점에 대구는 잠시 주춤해 있다. 다른 도시가 1970년대 지하철개발을 시작한지 20년이 뒤처져 시작한 지하철이 수익성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어느 누구도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하루에 160만대의 자동차가 통행하는 대구에서 지하철은 단지 3.4%의 수송분담률에 그친다는 사실과 1999년 4.07%보다 더 떨어졌다는 이유를 단지 IMF와 지하철화재사고로 돌리고 있다.

2004년 6월 통행목적조사결과에 의하면 출근이 12%인데 귀가가 37%나 된다.
출근보다 귀가가 3배 이상 되는 것은 버스가 끊기는 11시 이후엔 택시보다 싸기 때문이다. 아마 지하철 2호선이 등장하고 12시 이후까지 운영된다면 대구 택시조합의 반발이 엄청날 것이다. 결국 대중교통수단끼리 경쟁하고 있다는 말이다.

요즘 모든 경쟁은 자동차와의 전쟁에서 시작된다.
삼덕동 담장허물기마을의 가장 큰 적은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골목이며,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환경단체의 가장 큰 적도 자동차다. 대구지하철이 단순히 저렴한 대중교통수단이라는 것만 믿고 자동차와 경쟁하지 않는다면 하루에 몇 억을 삼키는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다. 결국 자동차와 경쟁한다는 말은 편리함, 수송력으로 승부걸기 보다 지하철의 문화적인 전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구 지하철1호선 내부의 쇼핑상가는 엄두도 못 내었고 상점도 줄줄이 개점휴업이었다.
고작 중앙로역과 연결시킨 중앙지하상가에 영향을 준 것 말고는 지하에 사람들을 머무르게 하는 전략이 전무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동선은 미래의 소비를 창출한다는 상식도 실현시키지 못한 대규모 개발사업에 쏟아진 시민들의 엄청난 세금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게다가 1호선은 대구의 대표적인 문화공간도 이어주질 못했다.
테마단지 두류공원의 문화예술회관, 두류공원야외음악당, 우방타워, 시민회관, 오페라하우스, 경북대학교, 월드컵경기장 모두다 피해갔다. 또, 2호선도 특별한 동선전략이 있기보단 달구벌대로 아래에 땅을 그대로 판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동선을 창출해 역세권이 개발되는 것을 바라지도 않지만, 하루에 5만명 가량의 교사와 학생들이 움직이는 경북대학교와 대명동 대구대와 계명대 이동인구는 잡아야 했었다. 결국 지하철은 7-8호선이 넘어야 버스와 같이 다양한 동선을 만들 수 있다는 명분아래, 수천억의 혈세를 뿌려가며 몇 십 년을 더 기다려야 자동차보다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서울지하철, 미디어센터가 있는 충무로역 ‘오! 재미동’...갤러리로 꾸민 광화문역 ‘광화랑’...대구지하철은?”
지하철을 조금 다르게 접근해보는 곳이 있다.
서울지하철 충무로역에 가면 ‘오! 재미동’이라는 곳이 있다. 서울영상위원회가 서울시로부터 수탁받아 운영하는 곳인데 영화관이 밀집해 있는 충무로의 특성을 살려 미디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를 상영하는 단순한 설정보다 영상미디어를 활용하고 쓸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비치해 시민들의 지속적인 동선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원래는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운영하는 활력연구소였다.

세종문화회관도 광화문 지하공간에 새로운 문화공간을 조성했다.
시민들의 공모로 만들어진 이름, ‘광화랑’은 광화문 지하 공간 중앙기둥 주변에 마련된 약 40평 규모의 갤러리로, 신진 아마추어 작가와 청소년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전시되고 시화, 꽃꽂이, 종이공예, 탁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들이 소개되는 등 또 하나의 도심 속 명소로 자리잡았다. 광화문역은 교보문고, 세종문화회관, 가까이에는 경복궁, 서울시청광장으로 가는 시민들의 동선에 문화를 심은 것이다.

이렇게 지하철의 기반시설도 중요하다.
각종 문화프로그램을 진행 할 수 있는 시설이 설계단계에서부터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대구 지하철2호선과 1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은 향후 대구상권의 큰 변화를 줄 가능성이 많지만, 메트로센터의 공간구성을 보면 중앙지하상가를 닮은 단순아케이드 수준이다. 광장에 비싼 설치물하나 세워놓고 제일 구석에 이벤트홀 하나로 면피하며 나머지는 공간은 돈 벌어들이는 상가만 들어차 있는 것이다.

메트로상권을 개발한 대기업들은 반월당 횡단보도 폐쇄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삼성물산, 대우건설, 화성산업 등이었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기업의 전략이 고작 반월당 사거리에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만들거나 횡단보도 폐쇄해 시민들을 두더지로 만드는 수준이라면 대구는 결코 ‘기업하기 좋은 도시’되어선 안 될 것이다.

현재 대구경북연구원에서 ‘대구지하철2호선 개통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와 정책과제’에 대한 연구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연구원들의 가장 큰 딜레마는 대구지하철은 타도시처럼 역세권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것이고, 1호선 개통과 함께 IMF구제금융 시기를 맞이해 지하철이 지역 경기에 영향을 주기보다 지역경제가 지하철에 영향을 준 경우가 많아서 미래적인 분석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난점은, 2호선 지하철역과 연계된 지하공간개발이 이미 다 끝난 상태라서 주변의 문화환경과 어울리는 문화지하철역으로 꿈꾸는 일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단지 지하철공연 등과 같은 문화프로그램만 투입할 수 있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현재 대구지하철역과 지하공간이 쓸만한 공간이 되려면 편리한 교통수단에 중점을 두는 것 보다 지하철역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문화적인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역사내 또는 인접공간을 활용해 약속장소, 휴식공간, 민원정보센터, 공공시설 등을 휴치해야하며 1호선과 2호선 전구간이 모두 똑같은 천편일률적인 컨셉을 피해야 하는 것이다. 대경연구원의 이번 연구를 통해 역세권 중에서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반월당 환승역의 문화공간모델이 제시될 예정이며 지하철문화지도도 작성될 예정이다. 이제 문화와 예술로 사람들의 새로운 동선을 만들 시기인 것이다.

권상구(거리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 권상구 사무국장은, [경북대영자신문사] 편집국장과 [대구YMCA] 이사, [대구거리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대구관광정보센터] 자문위원과 [거리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시민참여형 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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