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변론에 앞장선 언론들"

평화뉴스
  • 입력 2005.07.07 12: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고사 부활 논란, 일부 언론은 서울대 옹호...
[한국일보], "변형된 본고사" 우려
[동아일보], "우수학생 받겠다는 것이 범죄인가"...[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이 사실상 본고사 부활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들이 적극적인 서울대 변론에 나섰다. 열린우리당과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6일 당정협의를 열고 서울대의 입시안을 본고사 부활로 규정하며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 서울대가 입시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행정·재정적 제재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서울대와 전면전에 나설 경우 서울대는 물론 조중동 등 일부 언론, 서울 강남으로 대표되는 일부 부유층들이 거센 저항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정 의원의 예상은 7일자 일부 언론의 사설을 통해 그대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우수학생 받겠다는 것이 범죄인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 일부 언론은 7일 서울대를 옹호하는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 일부 언론은 7일 서울대를 옹호하는 사설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서울대 입시안과 전면전 벌이겠다는 정권>이라는 사설을 통해 "본고사 형식이 된다고 해도 대통령이 공격의 전면에 나서고 여당이 '전면전, 초동 진압' 운운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대학들이 입시전형의 변별력을 높여 우수 학생을 더 받겠다는 것이 범죄라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전교조와 그 노선에 동조하는 운동단체들은 서울대의 논술시험이 본고사가 될 것이라며 발목을 잡았다"며 " '서울대와의 전면전'은 특정 이념의 운동단체가 앞장서고, 대통령소속 위원회가 들러리를 서며, 이를 대통령이 후원하고, 386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총대를 메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정권이 대학 때려잡기에 몰두"

서울대 본고사 부활 저지 논란을 이념의 문제로 몰고 간 것이다. 조선일보는 <"서울대와 전면전 벌이겠다"는 정부 여당>이라는 사설에서 "본고사 부활을 막고 특목고 출신들을 입시에서 손해보게 만들면 만사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이 정권은 학교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시급한 과제인 교원평가제는 옆으로 밀어두고 대학 때려잡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입시안 '전쟁 대상' 아니다>는 사설을 통해 "초·중·고에 적용하는 평등주의 교육정책을 대학에도 강요해서는 정말로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며 "평등을 외치며 인기 영합주의적 교육을 하면 나라의 경쟁력은 언제 쌓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당정의 서울대 전면전 선포와 관련, 서울대 변론에 나선 언론은 조중동 뿐만이 아니었다. 세계일보도 사설을 통해 서울대 힘 싣기에 동참했다.

세계일보 "서울대 입장 자구차원에서 이해"

세계일보는 <대통령 한마디에 쓸려 가는 교육>이라는 사설에서 "당정 협의와 무관하게 입시안을 고수하겠다는 서울대 입장은 자구 차원에서 이해되는 일"이라며 "학생부가 변별력을 보장하는 신입생 선발의 실질적 자료가 되도록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통합형 논술고사를 막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의 2008년 입시안으로 내놓은 '통합형 논술'의 쟁점은 본고사 부활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본고사는 국영수를 지필고사 형태로 보는 것을 말하며 핵심은 정상적인 고교 교과과정을 이수해서는 시험을 치를 수 없는 형태의 시험을 말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통합형 논술, 본고사 여부가 쟁점

서울대와 일부 언론은 서울대의 '통합형 논술'의 구체적인 문항이나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본고사'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일선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은 '통합형 논술' 준비를 위해 움직임을 시작했고 논술 등 사교육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의 '통합형 논술'이 본고사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본고사로 변질되기 이전에 교육당국의 대처가 이어져야 교육현장의 혼란과 불안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서울신문 "서울대 입시 통합형 지향, 본고사 의혹"

한국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등 일부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은 ‘본고사 부활’의 우려가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등 일부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은 ‘본고사 부활’의 우려가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서울대 입시안, 법으로라도 막겠다'>는 사설에서 "서울대 측은 '수능에서도 통합교과형 문제가 객관식으로 출제되고 있다'며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본고사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수능시험의 폐해는 바로 통합교과형 시험이라는 것이었다. 학교교육은 단일과목 위주로 돼 있는데 수능은 통합교과로 출제돼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2008학년도 대입시 개혁은 고교교육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능시험도 과목체제로 돌아간다"며 "이런 때 논술시험이 '통합형'을 지향한다면 본고사 의혹은 물론 다시 사교육 열풍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변형된 본고사, 위장된 본고사일 뿐"

한국일보는 <서울대가 논술 취지에 충실해줘야>라는 사설에서 "논술의 취지는 독서와 토론, 탐구활동 등을 통해 길러지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학들이 추진중인 통합교과형 논술은 변형된 본고사, 위장된 본고사일 뿐이다. 초등학교부터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토론수업, 탐구수업의 싹마저 잘려 나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입시안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대입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서울대가 입시안을 발표하면 주요 사립대가 이를 따라가고 다른 대학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 학생들은 서울대와 주요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고 이들 대학의 전형에 맞춰 입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입시안, 교육현장에 막대한 영향

서울대가 교육부 정책과 엇박자로 나갈 경우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요한 대목은 서울대가 추구하는 입시안이 학교교육 정상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사교육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에 대한 부분이다.

일부 언론들이 서울대 변론에 앞서 답해야 할 대목도 이 부분이다. 입으로는 공교육 정상화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교육정책을 강요하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못한 태도이다.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단체들은 서울대 입시안은 서울 강남 등 일부 부유층의 입맛에 맞는 입시안이라고 비판한다. 또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입시안이지만 대다수 일반 고교 학생들에게 불리한 입시안이기도 하다.

"일부 부유층을 위한 교육제도, 누가 강요하나"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으로 준비할 수 없는 정도의 시험이라면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고 사교육 시장 번창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이는 빈부의 격차가 학력격차를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고 일부 부유층을 위한 교육제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겨레는 <서울대가 풀어야 할 '본고사 논란'>이라는 사설에서 "더 비정상적인 것은 우리의 대학입시 풍토다. 서울대의 입시 방향에 따라 교육 현장이 움직이고, 사교육 시장도 요동치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복잡한 와중에 어린 학생들이 겪는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자율성만을 내세우는 건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서울대, 태도 바꿔 논란 가라앉혀야"

한겨레는 "이번 사태가,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자율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해결되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서울대에 달렸다"며 "서울대는 하루속히 태도를 바꿔 논란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안을 변경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지난 6일 "다양하게 학생을 뽑겠다는 서울대의 계획에 무슨 잘못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중동 등 여론형성에 영향력이 큰 일부 보수언론들도 서울대 변론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게다가 한나라당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사진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dongack@mediatoday.co.kr

* 이 글은 [미디어오늘](2005.7.7) 주요 기사로, [미디어오늘]의 동의를 얻어 그대로 싣습니다 -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