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창공원 개발 계획 유감”

평화뉴스
  • 입력 2005.07.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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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47> 조광현(대구경실련 사무처장)...
“<KT&G>의 공원개발과 속보이는 욕심...공공성 저버린 대구시의 특혜

2001년 기준, 대구시의 1인당 공원면적은 30.1㎡/인으로 면적만큼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산악형 공원으로서,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광대한 면적에 비해 그 안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극히 적은 도시자연공원을 포함한 것이다.

따라서, 시가지 내에 위치해 시민들이 일상생활 중 가까이 할 수 있는 공원인 근린공원과 어린이공원을 환산할 경우, 대구시민 1인당 공원면적은 4.6㎡/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63.35%의 면적이 공원으로 조성되지 않은 채 지정만 되어 있어 실제로 공원면적은 시민 1인당 1.96㎡에 불과하다.

녹색도시, 숲의 도시라는 자화자찬이 무색하게 대구지역의 공원은 양적인 면에서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극단적인 개발론자들도 도시공원의 확충을 반대하지 않는다. 도시공원 확충에 대한 지역사회의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공원의 조성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때로는 다른 용도로의 개발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공원이 우범지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공원조성을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마저 있어 공원의 확충이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에 의해 지역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제기되고, 대구시가 이를 수용하여 옛 중앙초교부지를 공원으로 지정하고 조성한 것과 중구 수창동 1번지 일원의 연초제조창 부지를 수창공원으로 결정, 고시한 것은 지금의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사회의 합의에 따라 공원으로 결정된 수창공원이, 부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KT&G의 극단적인 탐욕과 공공성을 저버리는 듯한 대구시의 태도로 인해 대구판 난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대구시의 따르면 수창공원 부지 11,867평의 94%인 11,171평을 소유하고 있는 KT&G는
공원부지의 69.5%인 7,700여평을 해제하여 중심상업지역으로 환원해 주는 조건으로 3,700여평의 공원을 조성하고, 노인복지시설을 건립하여 236여 억원의 토지, 건물 등을 대구시에 기부채납할 것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7,700여 평의 부지에는 연면적 12만 1천여평의 지상 54-57층, 1,664대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 한다고 한다.

공원부지를 대구시에 파는 것보다 몇 배가 넘은 개발이익을 챙기고, 공원을 조성하여 대구시에 기부채납하였다는 명분도 얻겠다는 얄팍한 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KT&G가 대구시에 제안하였다는 수창공원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은 공원을 4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조성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공원이 아니라 주상복합건물의 정원을 만들려는 것으로 이 계획이 그대로 현실화된다면 KT&G는 공원이 딸린 주상복합아파트로 선전하여 높은 가격에 분양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KT&G의 속보이는 제안에 대해 대구시는 ‘재정형편상 공원조성이 장기간 불투명하고 집단적인 주민들의 공원해제 및 주변개발요구 진정이 있다’는 이유로 ‘기본적으로 제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 고 한다. 관계공무원에 따르면 수창공원부지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300여억원, 기준시가 기준으로 600여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KT&G가 대구시에 기부채납 토지를 금액으로 환산한 것으로 보면 수창동1번지 및 태평로230-1번지 3400여평은 평당 253만여원, 수창동 58-2번지 1,100여평은 평당 218만원, 420평은 평당 219만여원으로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넉넉하게 잡더라도 300억여원이면 매입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의 금액이라고 해도 KT&G가 매수 청구할 경우 대구시의 재정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있다.

“KT&G...수창공원 터의 69.5%(7천7백여평) 54-57층 주상복합건물 추진...막대한 개발이익”
“대구시 특혜성 승인...사라지는 공원보다 새 공원만 선전...공공의 이익보다 KT&G 이익을 대변”


그러나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1999년 4월의 공원결정고시 이후 대구시가 공원으로 지정되어 사실상 매매가 불가능한 부지를 KT&G와 그 전신인 담배인삼공사와 부지 매입, 다른 부지와의 교환을 위한 협상 등 공원조성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창공원 부지 매입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시의 행정철학의 문제이다. 경제적 타당성이 의문시되는 상인-범물간 도시외곽순환도로 민간투자시설사업에 투입될 대구시 예산 900여억원 중에서 절반만 투입해도 수창공원을 최고 수준의 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대구시가 KT&G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장사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KT&G의 제안대로 7,700여평의 중심지역에 연면적 121,871평(지하5층 포함)의 주상복합건물을 짓는다면 지하5층을 제외하면 용적률은 대략 1,000%쯤 될 것이다. 땅값을 평당 300만으로 본다면 주상복합건물의 대지비는 평당 30만원쯤 된다.

그리고 평당 건축비는 호텔 수준의 아파트도 지을 수 있다는 340만이면 충분할 것이다. 여기에 기타 비용을 포함하면 분양원가는 대략 400여만원. 평당 700만원으로 분양하면 2300여억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 댓가가 236여억원 정도의 공원조성, 노인복지시설의 토지, 건물 등을 기부채납 받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의 계산 하나. 대구시가 KT&G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후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여 매각한다면 엄청난 시세차액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약간 치사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세차액이 시민 모두에게 돌아가는 거니까 KT&G에 특혜를 주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그 황당한 KT&G의 제안을 그대로 ‘수창공원 및 주변개발 추진계획’으로 수용한 대구시의 태도다. 대구시는, 7,700평의 공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54-57층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4,200여평 규모의 새로운 공원이 조성되고 노인전문요양시설 등 노인복지시설이 건립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지켜야할 대구시가 KT&G라는 사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거기에 그럴듯한 명분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의 KT&G의 제안에 대한 태도와 그동안의 행정관행을 볼 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 특혜성 대구판 난개발 사업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고, 이에 따라 공원을 주상복합건물로 개발하려는 세력과 공원을 지키려는 세력간의 한판 승부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원을 지키려는 세력에게 현재의 상황은 옛 중앙초교부지를 공원으로 만들고, 연초제조창 부지를 수창공원으로 지정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조건이다. 공원으로 지정할 때와 비교해서 더 막혀있는 대구시는 물론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KT&G라는 기업을 상대해야 한다.

옛 중앙초교부지공원조성과 수창공원지정을 지역사회의 의제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지역언론이 그때와 같은 역할을 해 줄지도 의문이다. 공원해제와 주변개발을 요구하는 인근주민들에게 곤욕을 치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근주민들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대화하고, 건전한 시민의 양식을 모아낼 수만 있다면 수창공원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 1961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난 조광현 사무처장은, 지난 ’94년 안동경실련 창립과 함께 초대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뒤, ’96년부터 대구경실련 정책실장을, 2000년부터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을 맡아 행정 감시와 주민 참여 등 지역 시민운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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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7.4(월)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7.11(월)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7.18(월) 권만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칠곡지회 회장)
7.25(월)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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