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 고딩..왜 지금 청소년인가?”

평화뉴스
  • 입력 2005.07.2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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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49>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여전히 순수하고 새것에 민감한 청소년...어른의 틀속에 가두고 있지는

최근 들어 몇 년째 청소년이란 단어가 부쩍 많이 쓰이고 있다.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반영이기도 하다. 2000년대 이전에는 청소년이란 단어보다는 중.고등학생이란 단어를 훨씬 많이 썼다. 학생.청소년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있어왔는데 청소년이란 대상이 왜 지금 우리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

「청소년 기본법」에서 청소년은 9세부터 24세까지에 이르는 사람을 가리키지만 우리는 대체로 청소년이라 하면 중.고등학생을 떠올리게 된다.

조한혜정 교수(연세대 사회학)는 근대 한국사에서 ‘청소년’의 정체성 형성 과정이 크게 세 번의 전환기를 거친다고 말한다.

첫단계는 대가족의 소인일 뿐이던 청소년이 근대 제도교육의 장이 생기면서 가족을 빠져나와 ‘학생’이라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기 시작하는 단계다.

둘째 단계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로 청소년의 정체성이 학생의 정체성과 동일시되는 시점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대량생산체제를 지나 소비자본주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시작된 정체성으로 이제 청소년은 학생의 정체성을 벗어나 ‘청소년’, ‘신세대’ 또는 ‘소비자’의 다양한 이름을 얻게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나는 80년대 후반에 고등학교를 다니고 1990년부터 청소년들을 만나왔다.
조한혜정 교수가 이야기하는 두 번째, 세 번째 단계의 청소년의 개념 변화를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느끼면서 아이들을 만나 온 셈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직 아이들은 청소년이란 개념보다는 중.고등학생 또는 중딩, 고딩으로 불리웠다.

이들의 활동 또한 학생회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위주의 자치 활동이 중심이었다.
나도 그 당시에는 ‘새벗’ 청소년 도서원이라는 곳에서 주로 중.고등학생들의 소모임이나 자치행사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런 행사들은 청소년들의 정체성, 가치관 형성을 위한 건강한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그때는 청소년들을 의식화 시킨다고 아이들과의 만남 자체를 불온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아직 청소년.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관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감시와 보호의 대상이었다.

그러던 학생들의 의식과 활동이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급격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세계화의 흐름은 전 지구적으로 자본시장을 확대했고 이로 인한 소비자본시장과 대중문화의 확대는 우리 생활 전반을 파고들어 우리의 생활과 의식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학생의 정체성이 청소년의 정체성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청소년의 정체성은 학생의 정체성보다는 훨씬 더 자본주의에 가까운 개념이다.
청소년이란 말속에는 학생 신분을 탈피한 탈학교 아이들, 대중문화시장에서 구매력을 가진 아이들이 포함된다.

요즘 들어 청소년이 사회의 관심대상으로 떠오르고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고 청소년들에게 활동공간을 열어주는 것은 청소년들의 창의성이 산업이나 상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고 또한 그들이 소비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댄스나 락 밴드 활동, 만화.애니메이션, 영화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자기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아이들이 많다.예전에는 거의 금기시되던 이런 문화 활동들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어른들도 많다.

이런 의식의 변화는 아마 이들 활동들이 돈이 되는 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통해 우리는 벤처 사업을 하고 게이머, 컴퓨터 프로그래머, 가수 등의 일을 하면서 수십억의 돈을 벌어들이는 아이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만 잘하고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것이 중요했지만 요즘 같이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학교, 학생의 의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요즘 청소년들의 최대의 관심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 정도는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옷을 사기 위해, 최신 휴대폰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원조교제를 하거나 조폭이 되거나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물론 이런 일들을 하고자 하는 아이들보다는 여전히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청소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대부분의 의식이 이 지점에 머물러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청소년들의 물신주의는 우리사회의 물신주의에 기인하는 것이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일부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청소년들 모두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의 외형은 부정적 측면이나 개성적 측면에서 많이 변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본질적인 긍정성은 똑같다. 아이들은 여전히 순수하고 정의롭고 새것에 민감하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건강한 가치관을 형성하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일부에서 이런 청소년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그들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지원하는데 반해 또다른 일부에서는 여전히 공부와 입시라는 틀로 아이들을 가두고 있다.

이제는 상품으로서의 청소년이 아니라, 입시라는 틀로 바라보는 학생이 아니라 아이들을 하나의 온전한 인격으로 대접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지역사회가 할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 1970년 대구에서 태어난 안미향 대표는, 지난 ’90년부터 청소년 도서원.문화공간 ‘새벗’ 일꾼으로 활동했으며 '98년부터 ‘우리세상’ 대표와 상임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안 대표는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즐겁게 자기 미래를 개척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꾼이 되도록 돕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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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시민사회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7월부터는 제 4기 필진이 우리 지역 각계의 이야기를 담아 새롭게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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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월)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8.8(월)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8.15(월) 권만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칠곡지회 회장)
8.22(월)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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