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는 지구, 나중엔 어떡하나요?”

평화뉴스
  • 입력 2005.08.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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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50> 이명희(녹소연)...
“에어컨에 너무 익숙해진 우리, 그러나...”

"ㅇㅇ에어컨이 늘어날 때 마다 지구는 시원해진다(?)"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려는지 최근 햇볕이 몹시 따갑다. 길을 걷다 혹시 자동차라도 한 대 지나갈라치면 그 뜨거운 열기가 사람을 짜증스럽게 한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에 가보면 베란다에는 어김없이 에어컨 실외기가 떡하니 놓여 있음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무실이 들어선 빌딩 옆을 지나갈 때도 실외기는 우리를 덥게 만든다. 점점 더 뜨거워진 날씨로 사람들은 실내공간을 시원하게 만들기 위해 에어컨을 들여놓고, 가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온도를 낮춘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도심은 점점 달구어지고,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몇 년 전 “○○에어컨이 늘어날 때 마다 지구는 시원해진다(?)“라는 내용의 TV광고가 잠시 방영되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광고를 보고 몹시 분노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광고는 얼마 못가 환경단체의 항의로 중단돼 버렸지만...

필자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없다. 3-4대의 선풍기가 돌며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고 있을 뿐이다. 여름에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괜찮다가 10여분이 지나면서 몹시 힘들어한다. 특히 실습을 나온 대학생들은 아침부터 선풍기를 쉬지 않고 틀어놓고 있어도 힘들다며 하소연을 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곳곳에서 이미 에어컨에 익숙해진 몸이라 선풍기 바람만으로는 더위를 이길 수 없게 된 것이다.

가끔 이렇게 선풍기를 여러대 틀바에는 에어컨을 한 대 사용하는 게 더 낫지 않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EXCO에서 열린 한국그린에너지 엑스포에서 에너지관리공단 부스에서 에어컨과 선풍기의 전력소비를 눈으로 보여주는 실험에서 에어컨 한 대와 선풍기 30대를 동시에 틀어놨는데 전력소비가 거의 동일하였다(정확히 말하면 에어컨이 조금 더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최근 2-3년 사이 냉방수요가 전체 전력수요의 2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마다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주범은 단연코 에어컨이다. 올초 100년만의 무더위라는 헤드라인 뉴스에 기업은 저마다 에어컨 판매를 위한 적극적인 마켓팅을 벌였고, 덩달아 사람들은 하나둘 소비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 8월22일은 하루 전력소비량 최고치를 기록했던 날이다.
물론 이후 그 기록도 넘어서버렸지만, 2004년 에너지시민연대에서는 8월22일을 계기로 에너지절약형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활동으로 ‘제1회 한국에너지의 날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는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광주, 여수 4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해매다 여름만 되면 늘어나는 전력수요가 전력공급량에 육박해 관계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다. 여름철 전력수요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에어컨이다.

60W인 선풍기 30배에 해당하는 1,100W∼2,500W 정도로 가전제품 중 가장 소비전력이 높다.
올여름 전국민이 에어컨 1도를 낮출 경우 약 7%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는데 이 경우 651천Kw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이는 1기 당 평균 300천Kw∼400천Kw인 화력발전소 2기 내지는 1,000Kw짜리 고리 원자력발전소 1기를 건설하지 않아도 되는 막대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영덕 풍력발전소 눈여겨 볼 만...솔라시티 첫걸음은 에너지 소비 줄이는 것부터”

곧 수명이 다 된 화석연료, 폐기물처리와 위험부담이 큰 원자력발전소를 생각한다면 에너지 절약과 재생가능에너지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얼마 전 우연히 들렀던 영덕 풍력발전소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풍력발전기의 날개는 어마어마했었고, 윙~하는 소리가 귀를 울렸지만, 그 지역의 바람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해내고 소비하는 순환형 에너지 시스템은 21세기 모든 도시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요건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구시는 2001년부터 솔라시티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솔라시티 프로젝트는 화석연료와 원자력과 같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위험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에너지원 대신 태양이나 바람과 같은 깨끗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원 중심의 도시를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태양광셀을 지붕에 덮는 것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에너지소비패턴이 바뀌고, 교통체계, 에너지생산방식까지 도시계획 전반에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일이다.

솔라시티 대구 프로젝트는 누구에겐가 드러내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21세기 지구온난화 시대의 생존전략인 것이다. 솔라시티 프로젝트는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솔라시티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은 우리의 에너지소비량을 줄여가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과도한 전력소비행태가 도심과 지구를 덥히고, 에너지위기를 가속화한다.

요즘 세상에 부채를 들자고 하면 사람들은 웃는다. 그리고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나는게 어때? 라고 해도 웃음거리가 된다. 하지만 빙하가 녹고 기상이변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외면하는 것보다는 웃음거리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

또한 더운 여름철 에어컨을 틀게 되더라도 에어컨 온도를 27도로 맞추고, 되도록 선풍기와 함께 사용하는 작은 실천은 15%의 냉방 효과를 향상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열받는 지구를 구하고, 건강한 여름을 나는 비결이다.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 1973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명희 사무국장은, 지난 ’99년부터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활동하며 지역의 환경운동과 녹색살림을 실천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 작은 실천들을 모아 네이버 블로그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아가기]를 남편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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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는, 지역 시민사회의 건강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시민사회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7월부터는 제 4기 필진이 우리 지역 각계의 이야기를 담아 새롭게 글을 씁니다.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8.1(월)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8.8(월)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8.15(월) 권만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칠곡지회 회장)
8.22(월)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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