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옥 맥잇기 후학양성...변숙현 ‘한옥학교’교장

평화뉴스
  • 입력 2004.02.1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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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군 화양읍 낙대폭포로 이어지는 언덕배기를 오르다 보면 웅장한 너와집 한 채와 마주친다. 너와집 마당에는 잘 깎은 나무와 나무로 이어만든 한옥 뼈대가 서 있다. 작업복을 입은 사람 대여섯명이 집을 둘러싸고 나무를 이리저리 짜맞추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한옥 학교’의 수업 모습이다.

“오래 전부터 우리의 집을 짓는 목수를 기르고, 우리 건축 언어와 문화를 가르칠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변숙현(44·밀양대 건축학과 교수) 교장이 한옥 학교를 세운 이유다. 영남대 대학원에서 전통건축을 전공한 그는 고향인 청도에 학교를 짓고 지난해 10월 전통 한옥 수업을 시작했다. 현재 목수양성과정 1기생 5명이 석달째 교육을 받고 있다. 강원도, 부산, 경남 등에서 온 학생들은 한옥 전원주택 사업에 뜻이 있거나 자신의 집을 스스로 짓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들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론수업과 실습을 하면서 한옥 건축 기법을 익힌다. 현재 2기생을 모집 중인데 전국에서 벌써 5명의 예비 목수가 지원했다.

이 학교에는 교장 선생님이 스승으로 모시는 선생님이 있다. 한평생 우리 전통 집짓기만 고집해 온 김창희(73) 선생이다. 전통 한옥을 고집하는 장인들 사이에서 ‘대목장’으로 꼽히는 김 선생이 이 학교에 머물면서 한평생 갈고 닦은 집짓기 손맛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설계부터 이론수업, 실기 과정까지 학생들을 꼼꼼하게 가르친다. 전통 한옥의 맥을 이을 후학을 길러야 한다는 선생과 변 교장의 뜻이 통한 덕분이다.

한옥 학교에서 목수를 길러내는 일보다 더 공을 들이는 일은 어린이들에게 우리 전통 주거 문화를 가르치는 일이다. 학교가 문을 열기 직전, 지난해 여름에 어린이 한옥 체험 캠프를 먼저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이 한옥 학교에서 2박3일 동안 선사시대 조상들의 생활을 체험해 봤다. 움집을 짓고 물고기를 잡아 직접 화덕에 불을 피워 구워 먹었다.

변 교장은 “국적을 알 수 없는 현재 우리의 주거 문화보다 훨씬 우리 몸에 맞는 자연 친화적인 우리 고유의 집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주말이나 방학 때는 온 가족이 한옥에 머물며 우리의 전통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캠프도 연다. 이 학교 홈페이지(hanokschool.net)를 방문하면 우리 전통 한옥 이야기가 소복이 담겨 있다.

글.사진 한겨레 청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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