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MBC, 일본 731부대 오보 소동”(8.23)

평화뉴스
  • 입력 2005.08.3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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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
"단독 입수 영상?...광복절 특종 욕심이 국제 망신 불러”
“확인보도 기본을 잊은 잘못된 관행...안동MBC 어떻게 조치할지 두고 볼 일”
광복 60주년이 되던 지난 15일 MBC는 ‘뉴스데스크’ 전국 방송을 통해 2차 대전 당시 악명 높았던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 실험 장면이라며 흑백의 영상을 방송했다.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동상 실험을 하고 급기야 장기를 분리해 내는 끔찍한 장면 등이 여과 없이 방송돼 시청자들이 일본군의 만행에 다시금 치를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문제의 장면 일부가 지난 90년 우리나라에서 ‘마루타’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던 중국 영화 ‘흑태양 731’의 장면인 것으로 밝혀져 MBC측이 사과 방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전국적으로 방영됐다 물의를 일으킨 이 흑백 영상을 리포트한 곳은 의외로 서울MBC가 이닌 안동MBC.

안동MBC의 담당 기자는 평소 안면이 있는 러시아의 다큐멘터리 PD를 통해 어렵사리 입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5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731부대 관련 영상자료
지난 8월 15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731부대 관련 영상자료
그러나, 나중에 안동MBC측이 해명한 것을 보면, 이 러시아 PD는 러시아의 각 필름보관소를 돌아다니며 필름작업을 해 오던 중 우연히 입수한 자료를 평소 안면이 있던 안동MBC 기자에게 전달했다.

공신력 있는 관련 기관에서 직접 자료를 얻은 게 아니라 평소 알고 있던 사람에게서 건네 받은 자료를 그대로 공중파에 실어 내보낸 셈이다.

결국 MBC는 화면의 출처가 어딘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그저 단독으로 입수했다는 사실만 강조하며 별다른 생각없이 방송을 내보냈다는 얘기다.


이러다보니 공중파 방송의 허술한 자료 확인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르는 건 당연지사라 할 수 밖에 없다.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일본군들이 당시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문제의 화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여지는 충분하다.

현실적으로도 화면이 실제인지 조작.편집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막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확인 보도'라는 언론의 기본을 망각한 잘못된 관행을 정당화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광복절 60주년에 맞춰 특종을 보도하겠다는 욕심이 오히려 일본 언론(산케이신문 8.18)이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난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고, 나아가 일본군의 만행마저 제대로 부각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이번 오보 소동으로 시청자들과 언론단체의 비난이 쇄도하면서 MBC는 자체 징계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회사인 만큼 실제로 징계권이 있는 안동MBC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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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5년 8월 23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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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연합뉴스 2005/08/18 09:25

日 산케이 "한국 매스콤 역사왜곡 곧잘 해"
MBC '731부대' 영상 오보 두고 비난 공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MBC '뉴스데스크'가 15일 '731부대'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자료 화면을 잘못 내보낸 것에 대해 일본 산케이신문이 18일 기다렸다는 듯 "한국, 반일왜곡 보도"라고 비난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TV가 '8ㆍ15' 특집으로 준비, '일본군에 의한 생체실험'으로 보도한 영상이 사실은 중국에서 제작한 반일 극영화의 장면으로 밝혀지는 대오보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한국 매스컴 등은 반일 캠페인을 위해 이와 같은 날조된 역사왜곡을 곧잘 한다"면서 "이번 오보사건은 '일본 규탄이라면 어떤 것도 괜찮다'는 한국 매스컴의 안이한 반일보도 실태를 또다시 폭로한 꼴"이라고 비꼬았다.

MBC는 15일 '뉴스데스크'에서 "2차대전 당시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았던 일본군 731부대에서 자행된 생체실험 장면이 입수됐다"면서 동상 실험 장면, 살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장기를 분리하는 장면 등을 방송했다. 그러나 이 장면 중 상당 부분이 국내에 '마루타'로 알려진 중국 영화 '흑태양 731' 속의 장면인 것으로 밝혀져 MBC는 16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를 사과했다.

신문은 "문제의 방송은 한국 2대 방송국 중 하나인 MBC가 보도한 것"이라고 소개한 뒤 "이 중국영화는 한국에서도 1990년에 '마루타'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으며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묘사한 반일영화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는데, 영화는 컬러였지만 TV에서는 마치 실제의 기록처럼 흑백으로 바뀌어 의도적으로 조작된 영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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