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협약, 그 주체들은 투명한가?”

평화뉴스
  • 입력 2005.09.1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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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54> 조광현
... “서약.협약운동, ‘독이 든 성배’ 될 수도 있다”
“배기선 문제 외면하는 열우당...불법


‘부패척결 의지를 다지는 결의(서명)을 통하여 지역사회 투명화를 촉진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할’ 목적으로 “대구지역 투명사회협약” 체결이 추진되고 있다.

이 협약에는 대구시와 구.군 등 지방정부를 비롯해, 대구도시개발공사 등 지방공기업, 교육청.경찰청.국세청 등 특별행정기관, 대구시의회, 구.군의회, 대구상공회의소.대구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대구경북지회가 참여하고 있다.

또,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부패방지대구시민네트워크', 종교계와 새마을운동단체, 예총대구지회,대구지방변호사회,한국노총 등 대구지역의 공공.정치.경제.시민사회부문의 거의 모든 주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 협약의 의제는 참여주체들이 부문별로 마련하여 제시할 예정인데, 지난 3월 9일에 체결된 전국적 차원의 ‘투명사회협약’에 미루어 볼 때, 공공부문은 부패방지시스템 개선,제도개선,공직자윤리강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부문은 정치자금.정치환경개선.청탁과 로비 문제를, 경제부문은 윤리경영강화.회계투명성제고를, 시민사회부문은 시민헌장의 제정과 실천.시민참여 촉진 등에 대한 과제를 제시하고 이의 실천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이행되기만 하면 지역사회의 부패척결은 물론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사적인 문서가 탄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투명사회협약”은 체결된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협약의 이행정도의 평가, 공개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실천협의회’를 구성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부문별 분담금을 마련한다고 한다. 이는 순간적인 행사에 머물렀던 이전의 ‘서약’이나 ‘협약’과 크게 다른 것으로 일정부분 기대를 갖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중요한 전기가 될 수도 있는 “대구지역 투명사회협약”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긍정적이지만은 안다. 참여주체들이 스스로 제시한 의제들을 이행하면 좋고, 이행하지 않아도 그만인 협약의 한계 때문도 아니고, 참여주체들의 자격 때문도 아니다.

필자는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비록 완벽에 가까운 인간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을 향해서 함부로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는 시각에 동의하는 편이지만 사회적 영역, 특히 부패문제에 대해서는 ‘비록 중죄를 저지른 죄인이라 할지라도 죄를 지은 자를 행해 돌을 세게 던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사건으로 이덕천 대구시의회 의장보다 더 무거운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관할권 문제제기 등으로 재판조차 회피하였던 배기선의원 문제를 외면하던 열린우리당 대구시당이, 대구시아시아복지재단의 불법, 특혜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던 대구시공무원노동조합이 이덕천 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대구지역 투명사회협약”에 참여하는 상당수의 주체들이 비록 부패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이 협약이 냉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참여주체들이 스스로 제시한 약속을 이행할 의지를 조금이라도 갖고 있고, 문제가 되는 참여주체들에게 면죄부만 주지 않는다면 비록 성과가 흐지부지 되는 일이 있더라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시민단체가 중요한 사회적 현안과 관련된 주체들, 특히 정치부문, 행정부문들로부터 서약을 받고,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유력한 운동방식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서약과 협약은 정치부문, 행정부문 등도 선호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활성화될 것 같다.

“대구시의회, 이덕천 의장을 퇴진시키지 못한다면 “투명사회협약” 참여를 포기해야“
“대구시 역시 아시아복지재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전에는 이 협약에 주체로 참여해서는 안돼”


그러나 우리사회, 특히 지방사회가 처해있는 조건에서는 시민단체, 정치부문, 공공부문의 서약과 협약은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인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약과 협약은 아직까지는 사회적 현안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관련 주체들에게도 한 번이라도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은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서약과 협약은 이에 참여하는 시민단체, 공공부문, 정치부문 모두에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력적인 사업방식이다. 이를 주도하는 시민단체는 중요한 사회적 현안을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누구에게도 욕을 먹지 않는 방법으로 대응하면서도 언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을 수 있고, 정치부문, 공공부문 등 권력집단을 주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도 이 방식을 좋아하며, 몇 년 전에 한번 써 먹은 적이 있다.

그리고 서약, 협약 등은 정치부문, 공공부문에게도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훨씬 많은 방법이다.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듯한 서약, 협약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시민의 불신과 냉소적 반응을 일정부분 완화시키고, 참여민주주의 실현과 민관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법적인 책임을 질 필요도 없고, 대부분의 경우 도덕적 비난에서 조차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 때문에 시민단체에게 서약과 협약이라는 운동방식은 국가대표축구팀 감독자리처럼 ‘독이 든 성배’가 될 위험성도 큰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필자는 대구U대회 옥외광고물 선정과정에서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천만을 선고받은 이덕천 의장이 의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대구시의회가 “대구지역 투명사회협약”의 중요한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시아복지재단 불법, 특혜문제 등 부패와 관련된 지역사회 현안에 대한 시정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 대구시가 주체로 참여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의 중요한 부패사건을 시정하지 못하는, 아니 시정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제시하는 의제와 실천의지를 시민들이 믿을 리 없을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유죄판결을 받은 시의회의장이 정치부문의 대표로 협약서에 서명하는 사건마저 벌어져 모양마저 ‘우습게’ 만들어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모처럼 의지를 모아 추진하는 “대구지역 투명사회협약”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대구시의회는 이덕천 의장을 퇴진시키지 못한다면 “대구지역 투명사회협약”에 주체로 참여하는 것을 포기하여야 한다. 대구시 역시 아시아복지재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전에는 이 협약에 주체로 참여해서는 안된다. “대구지역 투명사회협약‘이 단순히 참여주체들만의 형식적인 서약이 아니라 ’만성적인 부패문화를 근절시키기 위한 민관 협력체계의 구축 및 지속가능한 상태로 보완발전’시킨다는 시민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 1961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난 조광현 사무처장은, 지난 ’94년 안동경실련 창립과 함께 초대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뒤, ’96년부터 대구경실련 정책실장을, 2000년부터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을 맡아 행정 감시와 주민 참여 등 지역 시민운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9월 5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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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9.12(월) 권만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칠곡지회 회장)
9.19(월)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9.26(월)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10.3(월)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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