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할머니...눈물의 송년의 밤

평화뉴스
  • 입력 2004.01.0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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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이 쓴 애절한 편지에 눈물바다. 할머니들 “치욕의 역사 절대 잊지 말기를"




◇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송년회에서 배경수(입석중 2년)양이 정신대할머니들에게 드리는 편지를 읽고 있다.

2003년 12월 26일 저녁. 송년회가 열린 대구시 중구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실. 할머니들께 드리는 편지를 읽던 배경수(입석중 2년)양이 끝내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고, 참석한 할머니와 회원 40여명도 모두 눈시울을 붉히며 숙연한 가운데 한많은 삶과 참담한 역사를 되새겼다.(사진)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살아생전에 그 분함과 원통함을 어디에 씻지도 못하고 결국엔 죽음을 맞이한 할머니들의 고통을 왜 우리나라에선 그냥 파묻어 버리고 쉬쉬하는 겁니까!...저는 정말 이런 우리나라가 부끄럽습니다.”

애띤 얼굴의 여중생 배경수 양은 할머니들께 드리는 이 편지를 읽다 말문이 막혔다. 도덕시간에 자료와 영상물로 본 정신대 할머니들의 참담한 고통이 떠올랐고, 막상 눈앞에 앉아계신 할머니들을 보니 그 한많은 삶이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편지를 읽은 이근하(입석중 2년)도, 할머니들이 사춘기 때 겪었을 큰 고통을 편지에 담아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할머니들께서 일본 남자들에게 그런 수모를 당했다는게 믿어지지 않아요. 어린 시절에 그렇게 큰 충격과 상처를 받은 채 살아가시는 할머니들. 역사의 산증인이신 할머니들께서 건강하셔야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잖아요. 그 어떤 것으로도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지만, 할머니들께서 남은 생이라도 편하게 사실 수 있도록 우리 정부와 일본이 하루 빨리 역사를 바로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제시대 때 15살의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갔다는 이용수(75) 할머니는 “편지를 읽은 학생들의 눈물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우리의 슬픈 역사를 꼭 배우고 그 역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송년의 밤 행사에는,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정신대 할머니 5명과 이 모임 대표인 최봉태 변호사, 곽병원 곽동협 원장과 민족문학작가회의 박영희 시인, 입석중학교 김미향 교사와 학생 10여명 등 모두 40여명이 참석했는데, 김 교사와 학생들은 두차례의 알뜰장터를 통해 마련한 성금을 전달하기도 할머니들과 회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끝)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사진/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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