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보도, '반대 목소리'가 없다”(9.14)

평화뉴스
  • 입력 2005.09.2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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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비평]
..."매일신문/영남일보, “여론몰이식 방폐장 보도”
“방폐장 반대 여론도 40%...결정은 주민의 몫, 장단점 제대로 알리고 있나?”

매일신문 9월 5일자 1면/13면...방폐장 찬성 60%, 반대 39.9%로 조사됐다
매일신문 9월 5일자 1면/13면...방폐장 찬성 60%, 반대 39.9%로 조사됐다

지난 9월 5일, 매일신문은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방폐장 유치 60% 찬성’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반대는 39.9%로 나타났다. 이 조사로 보면, 도민의 절반 이상이 방폐장을 찬성하는 셈이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도민의 40%가량은 반대하고 있다. 찬성이 많기는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구경북 지역언론은 방폐장 문제를 어떻게 보도했을까?

여론과 기사 비중을 같이 둘 수는 없겠지만, 최근 2주간의 보도를 보면 ‘반대 목소리’는 오간데 없고 오직 ‘찬성’과 ‘찬성을 위한 독려’에 치우쳐 있다. 어쩌면, 찬성률을 더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치우친 보도’가 과연 옳은가? 방폐장은 주민 투표를 통해 찬성률이 높은 곳에 온다고 한다. 투표하는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8월 말부터 최근까지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의 보도를 살펴보자.

영남일보 9월 1일자 1면 [방폐장이 살길이다] 1회.
영남일보 9월 1일자 1면 [방폐장이 살길이다] 1회.



대구지역 일부 언론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유치에 '올인'(All In)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방식이 지역사회에 핵폐기장 유치문제를 공론화 하기 보다는, 핵폐기장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여론몰이하는데 급급하다. 20여년 지긋지긋하게 해결하지 못한 핵폐기장 문제가, 잘못되면 우리의 다음 세대까지 삶이 병들고 피폐해지는 이 문제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일방적 홍보에다 언론의 여론몰이까지 더해져 과열되게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영남일보의 6회에 걸친 '방폐장이 살 길이다'는 시리즈는 단연 여론몰이성 기획으로 눈에 띈다.
그러나, 핵폐기장의 문제를 제대로 보도했다고 강변하더라도, 핵폐기장 유치의 본질적인 문제 즉, 지역주민들이 건강하게 자신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갖는데, 해묵은 문제를 풀 수 있는 논의의 틀을 제대로 세우고 결정하는데 이런 보도는 디딤돌보다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일단 가까운 최근의 신문들을 살펴보자. 9월 1일부터 영남일보는 6회에 걸쳐 '방폐장이 살길이다'는 기획을 하고, 7일 1면에 <李지사 "방폐장 유치 안되면 중대결심">, 4면에 <도지사직 걸고 유치 '올인' >기사를 실었다. 하루에 1면과 2~4면, 경북판에 방폐장 기사가 실리는데 공무원들의 유치활동, 지지성명, 결의대회, 간담회 등 찬성쪽의 논리와 행동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매일신문 9월 1일자 13면
매일신문 9월 1일자 13면


이에 비해 매일신문의 경우 영남일보처럼 '올인'하지는 않다. 5일자 <방폐장 경북유치 도민 60% 찬성>, 6일자에 <"방폐장 못온다"영덕,포항,경주 반대운동 본격화>, 7일자에 <경북도 "오로지 방폐장">,8일자에 <경주,포항 방폐장 유치지지 확산> 등 방폐장 유치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반대입장 기사도 많이 게재된다.

동시에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유치에 적극적인 입장은 대동소이하다.유치논리의 근거인 '3000 억원 + 알파'를 홍보한다. 지역이 발전하기위해서는 방폐장이 유치돼야하고, 양성자 가속기 등 다른 인센티브도 들여와야한다고 설명한다. 만약에 유치되지 못하면 지역개발은 아예 꿈도 꾸기 힘들 것이라고 은근히 협박(?)한다.

영남일보 9월 3일자 4면
영남일보 9월 3일자 4면
어쨌든 방폐장을 유치해 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주민(독자)들을 설득한다. 예전에 정부가 하던 정책 진행과정의 일방적 홍보를 도리어 언론이 나서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이 건강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할 근거와 토대, 논리를 제공하기보다 유치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말,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다가 이번 방폐장 유치가 주민들의 투표에 따른 찬성율로 결정되다보니 이번 방폐장 유치문제가 '찬성율 높이기' 대결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경마장의 경쟁구도, 즉 A경주마와 B경주마 중에서 A가 우리편이니 A가 이기도록 총력을 기울여야한다는 방식이다. 왜 이겨야하느냐는 질문에는 해답이 '3000억원 +알파'다. 여기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같은 형태는 선거전의 신문보도형태와 유사한 점이 있다. A후보, B후보가 있을 때 어느 후보가 적합한지 검증하거나, 독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기보다는 그들이 말하는 행태, 말에 집중하며 경마식 보도를 하고 있다. 동시에 판세와 여론조사가 중요하게 보도될 뿐이다. 선거기간 정작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진짜 후보인지 잘 모르는게 대부분이다. 그런 선거과정을 거친다.

매일신문 8월 30일자 3면
매일신문 8월 30일자 3면


이번 방폐장 유치에 경북 동해안이 적지가 아니라는 것은 물론 아니며, 그 어느쪽도 서 있지 않다. 다만 이번 방폐장 유치를 언론이 보도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본질을 얼마나 알고, 판세나 언론의 여론몰이에 신경쓰지 않고 투표할 수 있을까.

이번 보도과정에서 주민들이 실제로 얼마나 방폐장이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과학적 수치와는 별개로 지역주민과 시민이 느끼는 위험의 강도를 그대로 드러나는 기사나 칼럼을 본적이 있는가. 차라리"방폐장, 경북이 적지"라는 의견과 "방폐장 안된다"란 반대의견을 그대로 보여주고 이를 기획으로 다뤘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20여년에 걸친 방폐장 문제가 어쨌든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 과정의 여론몰이에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다. 방폐장 유치에 찬성이나 반대, 아니면 그 중도를 넘어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건전한 논의의 틀이 없다. 유치가 결정되고 나면 그 결정으로 인한 혜택과 피해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주민들의 몫이다. 혜택이 지금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 언론도 보지만, 그 피해는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주민들에게 돌아온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평화뉴스 매체비평팀]은, 5개 언론사 6명의 취재.편집기자로 운영되며,
지역 일간지의 보도 내용을 토론한 뒤 한달에 2-3차례 글을 싣고 있습니다.
매체비평과 관련해, 해당 언론사나 기자의 반론, 지역 언론인과 독자의 의견도 싣고자 합니다.
의견이 있으신 분은 pnnews@pn.or.kr로 글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 평화뉴스(www.pn.or.kr)

(이 글은, 2005년 9월 14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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