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끼, 더 큰 애정으로 봐주세요”

평화뉴스
  • 입력 2005.09.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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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56] 안미향
...“나를 찾고, 나를 표현하고, 꿈을 펼치는 청소년”


오늘은 오랜만에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댄스그룹 G-project의 댄스 콘서트를 보았다. ‘몽키즈’ 팀과 ‘베이비 슬로우’라는 팀의 게스트 공연까지 이들 공연의 인기는 대단했다. 2.28 청소년 공원 입구가 너무 좁아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공연에 열광적으로 참여했다.

요즘 청소년들의 문화공연은 어딜 가나 ‘인기 짱’이다
이들 댄스 팀의 공연뿐만 아니라 락 밴드 팀의 공연들도 대단히 열광적이다. 20여 개에 가까운 고등학생 락 밴드 팀들은 자기들만의 club에서 콘서트를 한다.

‘락’이라는 장르의 폭발적인 힘과 아이들의 열정이 하나가 되어 그야말로 무대는 뜨거움으로 가득하다. 이는 요즘 청소년들의 문화활동의 한 단면이다.


댄스나 락을 즐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만화,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소년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렇게 청소년들의 문화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진 것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는다. 90년대 중반 우리 사회의 주요 담론이 문화로 형성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 청소년 문화일 것이다.

과거에 청소년들이 문화를 보고 즐기고 소비하는 형태였다면 지금 청소년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 문화를 직접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고, 생산하는 문화생산자로서의 기능을 일부 담당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스스로 연극 대본을 짜서 연극을 무대에 올려보기도 하고, 단편영화를 제작하기도 하고, 만화 작품을 그리기도 하는 것이다. 과거의 소극적인 형태를 떠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문화와 자신의 삶을 연결시키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대구 청소년문화한마당은 이런 청소년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대규모 청소년 종합 축제이다. 처음 청소년 문화한마당을 주관할 때 만 해도 아직까지 청소년들의 문화활동에 대해 우리 사회의 관심이 보편적이지 않았고 우리나 아이들이나 이런 활동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1회 청소년 문화한마당을 치루고 나서는 청소년들의 문화적 재능과 폭발적인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05년 열린 제 5회 대구청소년문화한마당 공연 모습(사진. 우리세상)
2005년 열린 제 5회 대구청소년문화한마당 공연 모습(사진. 우리세상)


‘어디에 이렇게 많은 청소년들이 숨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들의 참가 규모는 대단했다. 대구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600여 개 이상의 동아리들에서 5,000여명에 가까운 청소년들이 문화한마당에 참가해서 자기의 재능을 펼친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청소년들의 문화활동에 대한 요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활동으로 이어졌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아이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댄스, 락, 영화, 연극, 만화, 수화 등의 분야에서는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영화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지금 20개가 넘는 고등학교 청소년 영화동아리들이 연합하여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고 하고 영화 촬영기술 및 이론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연극분야에서는 ‘한걸음’이라는 18개의 중․고등학교 동아리 연합에서 연극 워크숍, 창작 단막극제 등의 활동들을 하고 있다.

또한 만화분야에서는 매 년 만화동아리 연수를 통해 만화그리기 기량을 높이고 있고, 만화잔치에서는 자기가 직접 그린 만화작품 전시와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 공연, 만화 이벤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청소년들에게 이 문화한마당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가장 크게 남아있는 축제 및 표현의 장이 되고 있고 자신들의 재주와 재능을 함께 나누고 즐기는 자리가 되었다.

청소년들은 이렇게 문화활동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가꾸고 변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영화 작품을 만들고, 연극 대본을 쓰고, 수화공연을 준비하고, 문화한마당을 준비하기 위한 기획운영단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의미도 찾고 삶의 즐거움과 활력도 되찾고 또 그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기도 한다.

2005년 열린 제 5회 대구청소년문화한마당 공연 모습(사진. 우리세상)
2005년 열린 제 5회 대구청소년문화한마당 공연 모습(사진. 우리세상)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 아니라, 공부도 하기 싫고 노는 데만 관심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이렇게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자신을 가꾸고 있는 것이 요즘 청소년들의 또 하나의 모습이다.

지금 대구시내에는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수 천 명이 넘는다.
물론 전체 중 고등학생들의 숫자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수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외부세계에 뚜렷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그 속에서 자기를 찾고자 하는 아이들의 활동은 결코 소수라는 틀에 머무르지 않는다.

과거에는 ‘청소년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사회문제가 될 만큼 학교, 도서관, 집 외에는 실제로 청소년들이 갈 곳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의 청소년들은 갈 곳이 많아졌다. 이런 재주와 재능을 가진 청소년들을 원하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의 변화덕분에 문화활동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도 많아졌다.

어쩌면 과거의 청소년들이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얻고, 좋은 대학가서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공부 외에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면 요즘 청소년들은 이런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자기를 찾고 가꿀 수 있어서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제6회 대구청소년문화한마당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사진. 우리세상)
제6회 대구청소년문화한마당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사진. 우리세상)


모든 사물에는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이 있듯이, 기성세대에게도 훌륭한 면과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면이 있듯이, 청소년들에게도 역시 좋은 모습과 그렇지 못한 모습이 있다. 문제는 사물의 내부에 있는 긍정적이고 좋은 모습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키워내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내면에 있는 장점을 크게 봐 주고 그것을 중심으로 애정을 쏟을 때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한다. 청소년들에게는 바로 이런 애정이 필요하다.

많은 부족한 점과 미숙한 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청소년들만이 가지고 있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더 크게 바라보고 키워줄 수 있는 애정 말이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이런 애정을 더 쏟을 수 있다면 청소년들의 사회적 역할과 역량은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숙될 것이다.

어린 나무에게는 더 많은 양분과 햇빛이 필요하듯이 청소년들에게는 더 큰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활동들을 하면서 나를 찾고, 나를 표현하고,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아이들이라면 이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한다.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 1970년 대구에서 태어난 안미향 대표는, 지난 ’90년부터 청소년 도서원.문화공간 ‘새벗’ 일꾼으로 활동했으며 '98년부터 ‘우리세상’ 대표와 상임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안 대표는 청소년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즐겁게 자기 미래를 개척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꾼이 되도록 돕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9월 20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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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는, 지역 시민사회의 건강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시민사회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7월부터는 제 4기 필진이 우리 지역 각계의 이야기를 담아 새롭게 글을 씁니다.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9.12(월) 권만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칠곡지회 회장)
9.19(월)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9.26(월)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10.3(월)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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