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소비, 환경은 어떡하나요?”

평화뉴스
  • 입력 2005.10.0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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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57] 이명희
...“친환경상품 구매법, 대구시는 제대로 지키고 있나”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우리는 어떠한 물건을 사용하고 소비를 한다. 꼭 가게에 가서 돈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만이 소비는 아니다. 물, 전기를 포함한 생활 전반에서 우리는 소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를 통하여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물질적 풍요로움과 삶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자원 고갈, 열대림의 파괴, 사막화, 생물다양성의 파괴, 지구온난화, 토양오염, 수자원고갈 등을 초래하여 인류와 지구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한정된 지구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
즉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가 오늘날 환경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1992년 리우에서 열린 환경정상회의에서는 지구자원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을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생태적 순환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유럽 등에서는 지방정부가 나서서 친환경상품 소비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2002년 남아공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녹색소비, 녹색구매’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녹색소비란 환경을 고려한 소비를 말하며, 녹색구매는 친환경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친환경상품이란 원자재 구매에서부터 생산, 유통, 그리고 사용 및 사용 후 폐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전과정에 걸쳐 보다 적은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며 인체와 자연에 영향이 적거나 없는 제품을 말한다.

친환경상품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면 시민들의 첫 반응은 “친환경상품은 어디에 팔죠? 재활용품이라 제품의 질이 떨어지지 않나요? 가격도 비싼 편이던데...” 등으로 나타난다. 친환경상품이라고 하면 ‘재활용’했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폐플라스틱, 폐지 등으로 재활용한 제품도 많지만 그 외에도 절전형 멀티탭, 절수 샤워기, 친환경농산물에 이르기까지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물품의 폭은 넓고 다양하다. 물론 우리나라는 유럽 등에 비해 친환경상품이 다양하지 못하며, 가격 면에서도 선택하기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중앙정부,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친환경상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친환경상품으로 대체함으로써 환경오염을 줄이고, 최대 구매단위인 공공기관에서 친환경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함으로써 가격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는 일반 소비자가 친환경상품을 구매함에 있어 가격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마련한 녹색살림-면생리대 만들기 강좌(2005.5. 사진.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마련한 녹색살림-면생리대 만들기 강좌(2005.5. 사진.대구녹색소비자연대)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도 중앙정부, 지자체를 비롯한 관공서에서 친환경상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어느 법률이나 그렇듯이 의무조항이 아니라 권고조항이라 활발히 추진되지 못했다. 대체로 각 지자체 물품구매 담당자는 총무, 회계과에서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어 친환경상품 구매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였고, 지자체 내의 친환경상품 구매의지도 부족하여 친환경상품 구매 실적이 저조하였다. 물론 이점에서는 대구시도 마찬가지다.

최근 '친환경상품구매촉진에관한법률‘이 제정되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기관에 대해 친환경상품 구매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지난해 말 제정되어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친환경상품구매가 의무화되었으므로 각 지자체에서 구매실적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 예상하였으나 시행 3개월째인 지금 기대만큼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친환경 상품의 안정적 공급이 불가능한 경우, 친환경 상품의 품질이 떨어져 구매 목적 달성이 어려울 경우, 장애인복지법 등 다른 법률의 규정으로 우선 구매 규정의 이행을 위해 친환경상품 외의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경우, 긴급한 수요의 발생 등 불가피한 사유로 친환경 상품의 구매가 어렵다고 공공기관의 장이 판단한 경우에는 친환경 상품을 의무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이 있어 친환경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면죄부를 주고 있다. 친환경상품을 의무 구매토록하는 법률 시행에도 불구하고 구매여부를 공공기관의 장이나 구매 담당자가 사실상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환경친화적 구매 및 조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서울시녹색구매기준을 시행하여 친환경상품 구매를 활성화하는 대표적인 지자체다. 비록 의무사항이기는 하지만 지자체가 친환경상품 구매를 자발적인 노력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상품 구매 담당자에 대한 인센티브, 각 지자체별 구매실적 공개, 구매실적이 높은 지자체에 대한 포상 등 법률이 현실성 있게 시행되고 정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안들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친환경상품 구매는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율을 높여 친환경적인 지방정부를 만드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고, 높은 친환경상품 구매율로 가격을 낮춰 일반 시민들의 친환경상품 사용 접근성을 높이고 활성화하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며, 또한 그 책임이 있다.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 1973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명희 사무국장은, 지난 ’99년부터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활동하며 지역의 환경운동과 녹색살림을 실천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 작은 실천들을 모아 네이버 블로그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아가기]를 남편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9월 26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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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9.26(월)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10.3(월)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10.10(월) 권만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칠곡지회 회장)
10.17(월)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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