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패션어패럴밸리 유감”

평화뉴스
  • 입력 2005.10.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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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58> 조광현...
“충분한 검토 없이 강행하는 대구시의 관성”
“반성 없는 밀라노프로젝트, 백지화 된 패션


대구시가 밀라노프로젝트의 최대사업이자 핵심사업인 봉무동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을 전면백지화하고 그 자리에 민간사업자가 개발하는 봉무지방산업단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대구시의 태도 변화는 이 사업의 미미한 진척과 밀라노프로젝트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예측된 것이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대구시와 지역섬유업계가 강력한 반발을 감안하면 대구시의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 전면백지화는 이와 유사한 사례와 비교할 때 오랜 관행에서 벗어난 ‘발 빠른’ 결정으로 보인다. 따라서 밀라노프로젝트 에 대한 관점이 감사원 감사결과와 비슷하거나, 결정된 사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바꾸지 않으려는 대구시의 행정 관행을 비판해 온 사람들에게 대구시의 결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필자도 그 중 한사람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 전면백지화라는 사실에만 그칠 것 같다. 밀라노프로젝트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으로 이어지고 못하고, 봉무지방산업단지 개발 계획이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말에 발표된 밀라노프로젝트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패션산업은 고급원단의 제조, 첨단 염색·가공 등 기술기반이 갖춰져야 성공할 수 있으나 대구는 이 같은 기반이 극히 취약하기 때문에 패션산업을 지역진흥산업으로 선택한 것이 잘못이었으며 앞으로도 성공가능성이 불투명한 만큼 패션산업 중심의 밀라노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고기능성 섬유중심의 고부가치형 소재 중심으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감사원 감사이전부터 각종 연구기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제기해 온 문제점이기도 하다.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의 전면백지화는 밀라노프로젝트에 대한 이러한 비판이 정당한 것임을 나타내는 단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을 전면백지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패션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설정하여 패션산업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패션산업 육성의 핵심사업인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을 전면백지화한다면 패션산업을 포기하거나 대폭 축소하여야 하고, 패션산업을 전략사업으로 육성하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패션어패럴밸리를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3월말에서 4월초까지,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밀라노프로젝트 등의 감사결과에서 감사원은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에 대해 ‘대구시가 단지의 입지 수요와 사업타당성 분석없이 사업을 강행하여 민자가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 등 사업전반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이 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였다. 그리고 대구시는 이에 대해 반발하면서 ‘사업기간 에 별다른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사업규모와 예산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구시는 5개월이 지나서야 이러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이 5개월이라는 시간은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매우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서대구복합화물터미널, 종합정보센터, 중앙지하상가재개발사업 등 몇 년 이상씩 끌어온 이와 유사한 사안에 대한 대구시의 대응에 비하면 엄청나게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패션어패럴밸리 대신 조성하려는 봉무지방산업단지 개발 계획에서는 타당성에 대해 충분하게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너무나 쉽게 결정하고 강행하는 대구시의 관성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언론의 보도(매일신문 9월 7일)에 의하면 대구시는 봉무지방산업단지를 단계별·용도별 개발에서 일괄개발방식으로 바꾸고, 주거용지(7만3천여평).산업용지(4만6천여평).상업지원시설용지(7만여평).공원.도로.주차장 등 공공용지( 8만여평) 등으로 구분한 단지배치계획도 없애는 대신 민간사업자가 단지 전체 35만6천여 평에 대해 재량껏 조성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그리고 민간사업자가 법적규제(봉무공원주변지구 5층이하. 금호강변 200m이내 7층이하. 비행고도선내 15층이하로 건축제한, 봉무공원지방문화재 및 봉무토성 주변 개발제한 등)만 준수할 경우 주거용지와 상업용지의 확대를 포함, 단지 개발에 광범위한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으로 봉무지방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민간사업자는 보상비 1,500억원과 기반투자시설비 등 모두 4천억 원 정도의 선투자를 해야 하는데, 현재 4,5개의 사업자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10월 중에 사업자 모집공고를 내고, 올해내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내년 1월부터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대구시는 골칫거리인 패션어패럴밸리 문제를 해결하고,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고도 봉무지방산업단지를 조성하여 산업용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도 판단하더라도 대구시의 이러한 구상은 몽상에 불과하다. 단지배치계획 등 기본적인 배치계획도 없이 광범위한 자율권을 부여받은 민간사업자가 제대로 된 산업용지(분양조차 불투명하다)를 조성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예측하더라도 산업용지는 상징적인 규모에 그치고, 대부분의 땅은 주거용지나 상업용지로 난개발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대구시의 봉무지방산업단지 개발 계획은 산업용지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사업자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게 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개발은 어리석은 짓임은 물론 비도덕적인 행위이다.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수용한 땅을 민간사업자에게 땅장사를 하라고 내어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구시의 ‘기발한 발상’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에 대해 지역사회의 힘있는 집단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더욱 놀랍다 못해 우습기까지 하다. 대구시의회는 그렇다고 치고,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서 ‘중탕·졸속감사’라고 규탄하며 패션어패럴밸리를 반드시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지역섬유업계가 대구시의 결정에 침묵하고 있는 것은 의외이다. 그리고 이 문제가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동구지역에서 쟁점이 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따라서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 사업 역시 다른 사안들과 마찬가지로 힘도 없는 몇몇 시민단체들만 떠들다가 제풀에 지쳐 떨어지는 수준에서 대구시의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물론 땅을 수용당한 주민(편입토지 보상비율은 전체면적의 33%이다)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섣불리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 1961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난 조광현 사무처장은, 지난 ’94년 안동경실련 창립과 함께 초대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뒤, ’96년부터 대구경실련 정책실장을, 2000년부터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을 맡아 행정 감시와 주민 참여 등 지역 시민운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10월 3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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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월)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10.3(월)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10.10(월) 권만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칠곡지회 회장)
10.17(월)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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