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시 운전대를 잡고 싶다”

평화뉴스
  • 입력 2005.10.1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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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내버스 '국일여객' 파업 50일째...
"버스기사들 6개월째 임금 한푼 못받아..가족생계 절박”




대구시 북구 태전동에 사는 성동근(51)씨는 하루하루 날짜를 헤아리며 살아간다. 후두암 환자.

성씨가 자신의 몸 속에 암세포가 퍼져 있다는 사실을 안 건 지난 7월이다.
그는 이전까지 국일여객 소속 시내버스기사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국일여객 대표이사 권오성(42)씨와 면담을 가졌다. 성씨는 월급으로는 치료비가 안 돼 퇴직금으로 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권 대표이사는 퇴직금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회사는 며칠 뒤 부도가 났다. 결국, 성씨는 퇴직금 한 푼 받아보지도 못한 채 입원중이던 서울 삼성병원에서 대구집으로 내려와야만 했다.

11일 오후 3시 대구시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 주차장. 국일여객 버스기사 100여명이 밀린 임금 요구와 대구시청에 대한 사태 책임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총파업을 시작한지가 8월 21일. 벌써 50일째라고 했다. 국일여객은 지난 8월 30일 부도로 버스운행이 중단되었고, 임금을 받지 못한 지가 6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시청 주차장 땅바닥에서 농성 중이던 버스 기사들은 절박한 심정을 표현했다. 바로 벼랑 끝에 몰린 가족들의 생계 걱정 때문이다. 이재학(47)씨는 “5개월째 임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다가, 지난 28일 실업급여로 겨우 18만원을 받았다”며 “아내가 야채 행상으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우성여객에서 5년을 근무하다가 국일여객으로 옮긴 허태식(37)씨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두 자녀의 학원비조차 없어 4개월째 못 보내고 있다”며 “악덕 사업주 한 사람 때문에 국일여객 대부분의 가정과 인생이 파탄나고 있다”고 울먹였다.

또 이 회사 버스기사의 대학생 자녀들은 휴학하고 군입대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고, 중.고등학생 자녀들은 학교 급식비조차도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이웃들에게 돈을 빌리거나 신용카드 대출을 받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신용불량자가 되었다고 했다.

국일여객 노조 배병은 부지부장
국일여객 노조 배병은 부지부장
전국민주버스노조 국일여객 지부 배병은(45)부지부장은 “버스 회사의 적자 타령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버스 기사 생활을 시작한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하루 운송수익금이 2천만원에 대구시의 월 지원금이 5천만원이나 되는 회사에서 4천만원 때문에 부도가 났다는 것은 초등학생이 들어도 웃을 일이다”고 말했다.

국일여객 버스기사들은 하나같이 대구시의 대중 교통 정책이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말했다.

기사들은 “버스 사업은 공공사업으로, 예전에는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다 민간에 맡긴 것일뿐”이라면서, “2004년 기준으로 국일여객 운송수익금의 부족분 5억여원을 지원하는 대구시가 그 자금이 버스회사나 조합원들을 위해 제대로 쓰여지는지, 아니면 사업주 개인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버스 기사들의 요구는 소박하다. “우리는 다시 운전대를 잡고 싶고, 일한 만큼 의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을 뿐이다”

노조원들은 이날 시청 앞 집회를 마친 뒤, 시청에서 출발해 공평네거리와 중앙네거리를 거쳐 서문시장 삼성예식장 앞까지 2.5km의 행진을 했다.

한편, 국일여객 권오성 사장은 부도후 한달동안 도망다니다가 지난 9월 28일 경산 친구집에서 잠복중인 경찰에 체포되어 현재 대구구치소에 수감중이다.

글. 평화뉴스 허민호 기자 pnnews@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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