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참사, 관행이 문제다”

평화뉴스
  • 입력 2005.10.12 11: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영철 칼럼 2>...
“시민을 위한 행사, 시민을 안중에 두고나 있었나”


이번 상주 공연장 참사를 보면서 “(시 당국의 행사 개최 수준이) 초등학생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누가 말한다면 그건 분명 초등학생들을 모독하는 언사가 될 것이다.

이같은 공연을 초등학교 학반 어린이들에게 맡겨보라. 어떻게 하는가를 지켜보라. 기획단계 준비단계 점검단계 시행단계 마무리단계 등으로 손을 나눠 관객위주로 빈틈없이 치러낼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수집해 하나의 모델을 선정,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중간중간 모르는 게 있으면 부모의 자문을 구하고, 모든 경우를 상기해 보완한 뒤 막을 올릴 것이다.

물론 반장은 기획사를 무경험의 인척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다. 무허가의 경비업체에 안전관리를 의뢰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의 간부들 가족들이 다른 급우들의 가족들보다 먼저 입장해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일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당일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이 누구이며 전체예상인원은 얼마이며, 남녀노소 비율은 어떠한 지를 먼저 바탕에 올린 다음, 입구에서부터 공연장까지 동선은 어떠하며 계단은 있는지 한꺼번에 몰린다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등등을 살펴 대비해 놓고, 관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와서 편안하게 보고 돌아갈 수 있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행정기관은 그러하질 않았다. 그러하지 않는 관행이 작용한 것이다.

시장 주위에는 얼마나 친인척들이 많을까. 집안에서 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그 직위를 이용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본다는 듯이 마구 달라붙는다. 만약 가만히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등신’이라는 빈축의 화살을 받게 될 것이다. 내사람 챙기기 내 집안 챙기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시장도 큰 가책없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그런 구태가 그런 악습이 잔존해 있는 가운데 상주시가 대중가수 초청 콘서트를 자전거축제 마지막날 개최하면서, 시장의 매제가 대표인 기획사에 맡겨버렸다.

물론 시장의 매제가 처남이 시장으로 있는 시의 행사 기획을 맡지말란 법은 없다. 아무리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누가 봐도 적격이고 관객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줄수 있다는 판단이 객관적으로도 설득력을 가질때 맡길 수 있다.

하지만 신문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공연기획실적도 없고 자전거축제에 앞서 급히 조직됐으며, 공교롭게도 시장의 매제가 대표여서 특혜의혹마저 일고있다는 점은 첫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다가 보험도 미가입이고 경호업체도 무면허인데다 당초보다 적은 인원을 투입하는 등 ‘제대로 된’ 사고를 하는 사람이 과연 있는가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출연진의 안전보호를 위해 출연진이 있는 무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직3문’을 통해 3만 관객을 입장시키겠다는 발상이다. 행사 내빈 등 소위 VIP 3백여명은 이미 입장해 좋은 자리를 차지한 다음 노약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경합을 시킨 꼴이다.

11명 사망을 포함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공연장 참사는 관객인 시민을 안중에 두지 않은 행정기관의 관행에 그 책임이 있다. 시장이 직접 챙겨야 마땅하나 꼭히 시장은 아니더라도 공무원이 그날 오후 시민이 밀려올 직3문에서 경사진 운동장쪽을 바라보며 한목에 밀릴 경우 혹 넘어져 다치는 시민이 나오지 않을까 가상했다면, 그래서 문을 열기 전에 미리 준비한 핸드마이크로 뒤에까지 들리도록 되풀이해 환기했다면 불상사는 방지했을 것을.

관객인 시민이 어떻게하면 편하게 즐길수 있을지 관객 입장에서 바라보고 준비하는 행정이 되지 않는 한 이같은 불상사의 위험은 상존해 있다. 상주에서 일어났지만 그것은 전국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주최측의 의식이, 관점이 시민위주 또는 시민중심이 아닌 한 그러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고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한 경찰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민생안전이 요구되는 곳에는 공문이 왔건 안왔건 적극적으로 출동했어야 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초등학교 학반 행사도 이보다 더 치밀하게 준비하거늘,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유영철(언론인.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유영철 전 편집국장은, 1978년 영남일보에 입사해 언론계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전두환 정권의 언론통폐합으로 8년동안 매일신문에서 근무했으며, 1989년 복간된 영남일보로 돌아와 사회부장과 편집부국장 등을 거쳐 2005년 5월까지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