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동창회’ 동창회비 유용

평화뉴스
  • 입력 2004.02.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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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도 없는 학교에서 학생들한테 동창회비를 거둬 교직원들이 회식비와 선물값 등에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 교육위원회 정만진(50) 교육위원은 16일 “총동창회가 없는 대구시내 중·고교 25곳에서 졸업을 앞둔 중3과 고3 학생들한테 1인당 5천원씩의 동창회비를 거둬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4곳에서는 동창회비로 교직원 회식비 등에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학교 대부분은 총동창회가 만들어지지 않은 신설 중학교들이다. 올해 10회 졸업생을 배출한 수성구의 한 중학교는 그동안 학생들로부터 동창회비 명목으로 1800여만원을 거둔 뒤 이 중 75%인 980여만원을 교직원 회식비와 전별금, 선물값 등에 썼다.

또 조사 대상 학교 25곳 가운데 22곳은 동창회비 장부에 학급별 징수액도 적지 않고 총액만 허술하게 적혀 있는 등 동창회비가 정확히 얼마나 걷혀 지출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동창회비 지출에 대해 대부분의 교사들은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었지만(71%)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 이는 최근 정 위원이 1990년 이후 개교한 학교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교사 314명을 대상으로 동창회비 지출 내역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나타났다.

정 위원은 “있지도 않은 총동창회의 회비를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내게 한 뒤 장부에 기록조차 하지 않고 사용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동창회가 없는 학교는 회비를 걷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미 거둔 동창회비가 있다면 앞으로 동창회가 만들어질 때까지 적립해 뒀다가 장학금 등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대구/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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