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양교 인도 공사, “안하나 못하나?”

평화뉴스
  • 입력 2005.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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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청, 시공업체 정하고도 6개월재 착공 않아...
“일부 단체 반대” 석연찮은 해명

대구시 동구에 있는 아양교 '아치형 보도교'. 경사가 심해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사진.평화뉴스)
대구시 동구에 있는 아양교 '아치형 보도교'. 경사가 심해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사진.평화뉴스)

장애인과 노약자의 이동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은 아양교 아치형 보도교.

대구 동구청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아치형 보도교를 대체할 ‘인도’를 아양교에 만들기로 했지만, 어찌된 이유인 지 시공업체까지 선정하고도 6개월 넘게 공사에 들어가지 않아 의문이 일고 있다.

아양교를 관할하고 있는 동구청은, 지난 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설개선 권고’를 받자, 올 예산에 4천5백만원의 공사비를 편성하고 지난 5월에 시공업체까지 선정했다.

동구청은, 아양교에 있는 기존 아치형 보도교는 그대로 둔 채, 왕복 7차선(가변차선 포함) 도로 폭을 조금 줄여 1.5m 넓이의 보행자를 위한 인도를 아양교 한쪽에 만들기로 했다.

동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현재 아양교 한 차선의 폭이 3.5m에서 4m나 돼, 전체 7차선에서 1.5m를 줄이더라도 차량 운행에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동구청은 한해가 다 가도록 공사에 들어갈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말에 시공업체까지 선정하고도 공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동구청 최병렬 건설과장은, “예산을 편성하고 시공업체까지 선정했지만, 보행자 인도를 따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일부 단체의 반대와 여론 때문에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또, “현재 ‘반대 단체’를 설득하고 있어 머지 않아 공사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착공시기에 대해서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사를 반대하는 단체’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최 과장과 담당공무원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최 과장은 “반대하는 단체가 어디인지 잘 모른다.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고, ‘아양교’ 담당자인 건설과 김모 직원은 “2개 단체가 반대하고 있지만 단체 이름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며 역시 대답을 피했다.

김씨는, “현재 그 단체를 설득하고 있는 단계여서, 이름이 알려질 경우 그 단체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구청 김세곤 도시국장 역시, “그 단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양교 관련해서는 건설과장이나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국가기관의 권고에 따른 예산 편성과 업체 선정, 그러나 회계연도가 끝나도록 착공조차 않는 공사.

일반적으로 ‘예산’이 쓰이지 않으면 다음 해로 이월되거나 삭감된다.
때문에, 동구청이 ‘반대 단체’를 이유로 시간을 끌다 사업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육성완 사무국장이 대구 동구청에서 아양교 인도 공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대구DPI 제공)
육성완 사무국장이 대구 동구청에서 아양교 인도 공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대구DPI 제공)
‘대구장애인연맹(대구DPI)’ 육성완 사무국장은, “아양교 공사를 반대하는 단체가 있다면 우리가 나서서라도 설득하겠다”면서 “그러나, 동구청이 ‘반대 단체’를 알려주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는 것은, 동구청이 이 공사를 아예 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닌 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아양교 아치형 보도교는, 대구 동구청이 대구 유니버시아드를 앞둔 2003년 9월 대구 관문인 아양교의 이미지를 좋게 한다며 2억6천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의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2004년 10월 ‘시설개선 권고’를 통해, "아치형 보도교가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등의 인권(이동권)을 침해한다"며, "보도교를 철거하거나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성을 고려해 시설을 개선하라"고 대구시와 동구청에 권고했다.

한편, ‘대구장애인연맹(대구DPI)’과 ‘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 ‘질라라비 장애인 야간학교’와 ‘전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포함한 4개 단체는 5일부터 동구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갖고, 아양교 인도를 빨리 설치하도록 동구청에 촉구했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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